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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7월부터 화이자 백신 긍정 평가… 도입 앞당길 수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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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에 긍정 평가 했지만 구매 늦어진 배경

예산 문제·컨트롤타워 부재 걸림돌로 분석

세계일보

미국 제약사 화이자 로고를 배경으로 코로나19 백신이 담긴 유리병과 주사기가 놓여 있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공동개발 바이오엔테크) 구매계약을 완료, 내년 3분기에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예방률이 95%에 달하는 화이자와 계약을 완료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도입은 싱가포르나 멕시코 등 다른 국가들보다 한참 늦게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는 백신 안전성을 강조하며 접종 순서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부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정부는 지난 7월부터 화이자 백신과 관련해 예방효과나 부작용 등 여러 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백신 안전성 문제보다는 예산 집행 등에 있어 컨트롤타워 부재가 화이자 백신 계약 등이 미뤄지는 걸림돌이 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2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얀센(존슨앤드존슨)과 코로나19 백신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얀센의 경우 당초 예정된 물량인 200만명분보다 많은 600만명분을 계약했다. 내년 2분기부터 접종을 시작한다”며 “(화이자 백신에 대해서는) 1000만명분을 계약했고, 내년 3분기부터 들어온다. 도입 시기를 2분기 이내로 앞당기고자 국가 차원의 역량을 총동원 중이고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11월27일 백신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자네카의 백신(1000만명분)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된 물량은 2600만명분에 달한다. 정부는 모더나와 내년 1월 중 계약을 통해 1000만명분, 백신 공동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명분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모더나와 코백스로부터 계획한 물량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면 정부가 도입하게 되는 물량은 모두 4600만명분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달 초 제시한 목표 물량 4400만명분을 초과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백신 도입 시기다. 현재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의료지원이 한계점을 향해 가고 있고, 코로나 블루가 심각한 상황에서 예방률이 높은 백신이 늦게 도입된다면 국민적 피로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정부가 이날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얀센 백신은 아직 임상 3상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예방률이 9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화이자 백신은 내년 3분기에나 국내에 들어올 예정이다.

특히 화이자 백신은 미리 계약을 체결한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도입이 많이 늦어진 상황이다. 현재 싱가포르는 지난 22일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화이자 백신 배송을 받았고, 중남미에서는 멕시코가 24일 멕시코시티 등에 있는 의료진을 대상으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 칠레도 화이자 백신 첫 물량 1만 회분이 이날 오전 도착, 바로 접종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세계일보

우리 정부도 보다 빨리 화이자 백신을 들여올 기회가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7월30일 외교부가 작성한 ‘주요국 COVID-19 백신 및 치료제 개발 동향’을 보면 화이자 백신에 대해 “미국 FDA(식품의약국) 백신 2종 우선심사(패스트트랙) 지정(7.13)”이라며 “10월 당국의 승인 하 연내 1억회, 내년 말까지 12억회 생산 목표”라고 개발현황을 정리했다. 이어 임상 2상 중간결과에서 항체가 형성됐으며 T-세포 반응 유도 성공(심각한 부작용 없음)이라고 덧붙였다. 백신 도입과 관련해 안전성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정부가 최근 밝혔지만 지난 7월 해외 동향을 파악할 당시 화이자 백신과 관련해서는 예방효과 및 부작용 측면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린 셈이다. 외교부는 이어 7월 기준 영국이 3000만회 투약 분량의 백신 후보물질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미국이 1억회분의 백신 생산 및 배송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했다. 외교부의 이런 평가는 당시 활동을 시작했던 백신도입 TF에도 보고가 됐다.

지난 7월부터 화이자 백신에 긍정 평가를 내렸지만 정부가 이날에야 구매 계약을 체결한 배경에는 예산 문제가 상당부분 걸림돌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외교부의 개발 동향 보고서에서도 “모더나, 머크, 화이자 등 3개사는 백신으로 이윤을 남길 계획임을 밝혔고,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드존슨은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는 부분을 강조했고, 특히 화이자와 관련해서는 “화이자사, 선진국들에게는 동 백신을 미국보다 싸게 팔지 않겠다는 입장(7.28)”이란 평가를 내리는 등 예산 문제를 강조하기도 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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