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자영업 가구 100곳 중 2곳(4만8000여개)은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24일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유동성 위험과 상환불능 상태에 동시에 처하는 자영업 가구(복합위험가구) 비중이 내년 말 2.0~2.2% 수준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복합위험가구가 자영업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 수준에 불과했다. 한은 관계자는 "복합위험가구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 영향이 해소된 이후에도 재무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지난해 가계금융ㆍ복지조사를 활용해 코로나19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보이는 업종(도소매, 운수창고, 숙박음식, 부동산, 교육, 보건, 여가, 기타 개인서비스)의 자영업자 가구를 대상으로 위험성을 분석했다. 분석한 주요 자영업 가구는 총 244만 가구로, 전체 자영업자 가구(453만)의 53.8%를 차지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이어지며 자영업자 중 적자가구 비중이 크게 늘었다. 총소득이 필수지출을 밑도는 적자가구는 코로나19 확산 전인 지난 2월 19.2%에서 충격 직후인 3월엔 21.8%로 늘었다. 정부가 원리금 상환유예 조치를 하면서 내년 3월에는 적자가구가 18.8% 수준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다만 한은이 우려하는 부분은 적자 자영업 가구 중에서도 금융자산을 활용해 대응할 수 없는 '유동성위험' 가구와, 자산이 부채규모를 밑돌아 순자산이 마이너스 상태에 처하는 '상환불능' 가구다. 특히 한은은 자영업자가 유동성 위험과 상환 불능 상태에 동시에 처할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회복돼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으로 봤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내년 4월 이후 정부의 원리금 상환유예 등 대응조치가 종료되면서 적자가구 비중이 다시 상승하는 점에 비춰보면 한시적인 금융지원 조치로는 자영업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향후 원리금 상환유예 연장 여부를 검토할 경우 자영업자의 재무상황이 일시적 유동성 부족인지, 상환불능 상태인지를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에 우선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얘기다. 또 "중장기적으로 향후 소비행태 변화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업종전환을 지원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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