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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57)는 요즘 가장 '핫'한 논객이다. 지난해 '조국 정국' 이후 여권을 향해 독한 소리를 하고 있고, 야권 인사들에게서 강연 요청이 집중되고 있다. 주로 진보 측 실상을 조목조목 따진 책을 써왔던 진 전 교수가 최근 보수의 문제점과 나아갈 길을 제시한 책을 펴냈다. 신간 '진중권 보수를 말하다'에서 특유의 거침없는 쓴소리와 함께 보수 리모델링 전략을 말했다. 진 전 교수를 지난 17일 만났다. 그는 "새는 두 날개로 날아야 한다"며 "그런데 (여권이) 잘못 많은데도 버티는 건 (야당이) 대안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보수에 관한 책을 왜 썼나.
▷대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진보에서 잘못하면, '보수가 요새 달라졌으니까 그리로 가자'는 분위기가 돼야 하는데 지금은 '우리가 잘못해도 저쪽으로 안 간다'고 본다. 정적이 건강해야 한다. 새 날개 한쪽이 망가지면, 다른 한쪽도 썩을 수밖에 없다.
―보수 측에서 가장 문제는 무엇인가.
▷보수(정당)가 왜 망했냐 하면 똑똑한 사람이 아닌 말 잘 듣는 사람을 쓴 거다.
지금 보면 인재가 없다. 지금 보수는 자기 안에 갇혀 객관화가 안 된다. 서민과 감정 소통 자체가 안 된다. 왜? 자기들은 잘살아왔기 때문이다. 강남이 유일한 세계다. 그 바깥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모른다. 약자가 비명을 질러도 우리한테 돈을 뜯어내려고 한다고 본다. 포용적이고 공동체주의적 보수로 나아가야 한다.
―새로운 보수가 필요하다는 뜻인가.
▷옛 보수는 자기 시대가 끝났다는 걸 인정하고 물러나야 한다. 합리화하지 말고. 이제 후배 키울 생각을 해야 한다. 안 그래도 공천을 연거푸 잘못해서 인재 씨가 마르지 않았나. 남들은 구닥다리로 보는데 그걸 모른다. 주류가 아닌데, 아직도 자기들이 주류라고 착각한다.
―현재 우리 사회 주류는 누구인가.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넘어왔다. 산업경제 주역은 할아버지가 됐다. 현재 디지털경제 주체는 4050세대다. 경제 주축은 원래 (보수 쪽) 중요한 지지층인데 더불어민주당에 다 넘겨줬다. 이들은 586세대와 대학을 같이 나와 민주당 쪽과도 소통이 된다. 이제라도 보수가 이들을 봐야 한다.
―국민의힘은 여전히 기반이 대구·경북(TK)인데.
▷여전히 보수의 헤게모니를 TK가 쥐고 있다. 왜 전선을 낙동강에 치나. 서울에서 싸워야 한다. 서울도 강남만 봐선 안 된다. 보수 안에서 TK와 강남 연합이 '소수화'될 필요가 있다. 또 전선을 수도권으로 올려야 한다.
―세대교체를 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젊은 보수가 앞장서야 한다. 위 세대를 '낡은 세대'라고 명명하고 칼을 갈아야 한다. '살부'를 각오해야 한다. 합리적인 젊은 보수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 보수의 초점을 2030세대에게 맞춰야 한다. 586세대가 6·25세대에게 반감이 있었듯, 지금 2030세대는 586세대에게 반감이 있다. 2030세대가 60대와 투표 성향이 비슷하게 나타나는 이유다.
―국민의힘에서 젊은 초선의 움직임이 활발한 편이다.
▷그렇게 가야 한다. 초선이 주력이 돼야 한다. 국민의힘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개혁을 하긴 하는데, 그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원맨쇼로 보인다는 거다.
김 위원장을 뒷받침해줄 세력이 아직 형성돼 있지 않다. 그가 떠나도 (혁신이) 없어지는 게 아니란 걸 보여줘야 한다. 눈에 띄는 개혁 주도 세력이 만들어져야 한다. 작은 성공을 엮어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일례로 윤희숙 의원은 나와는 생각이 다르긴 한데, 한 가지만큼은 보여줬다고 본다. 빨갱이 소리 하지 않고도 사람을 설득할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실력과 의지를 가진 집단이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보수가 '반문연대'로 뭉치는 분위기인데.
▷쓸데없는 짓이다. 올바른 프레임을 깔아야 하는데 그걸 못하고 있다. 권력을 잡은 민주당이 어떤가. 그들이 주장했던 민주적 기본질서가 계속 무너지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죽는다고 생각해 억지를 쓴다. 공정·통합의 가치가 무너진 거다. 그러니 이젠 보수가 오히려 민주화 운동을 할 때다. 이런 식으로 가야 한다.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야당에 중요하지 않나.
▷글쎄. 선거에 사람들이 너무 매몰돼 있다. 거기 매몰되면 혁신하지 못하고 망가진다. 선거가 장기적인 보수 혁신 계획 속에서 배치돼야 한다. 당장 선거 때문에 이 계획을 망가뜨리면 안 된다. 서울 선거는 질 각오도 해야 한다. 쿨하게 자기 혁신에 매진하는 게 먼저다. 좀 더 원칙적인 방식을 택했으면 좋겠다.
■ "내부 쓴소리 막힌 與, 몰락은 결정됐다"
금태섭 쫓겨나고 조응천 찍혀
黨잘못 지적할 사람 없어졌다
이대로가면 결국 국민이 외면
37% 콘크리트 지지층 깨져야
당내 소통 정상화 될수있을것
[김재훈 기자] |
"몰락은 이미 결정됐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독한 쓴소리였다.
이유를 묻자 "피드백 시스템이 망가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당이 잘못되고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 나올 세력 자체가 없다"며 "개혁을 하려면 당에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금태섭 전 의원이 쫓겨나고 조응천 의원이 비판을 받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모습은 '전체주의'와 다르지 않다는 게 그의 우려다. 진 전 교수는 "자유민주주의 정치란 상대와 나의 가치관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가운데, 그럼에도 같이 할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요즘 민주당 정치는 적과 아군을 구분 짓고 힘으로만 강요하는 전체주의 같다"고 비판했다.
180석이라는 의석수를 믿고 입법 독주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라고 강조했다. 진 전 교수는 "민주당은 자기들이 법보다 훨씬 더 중요한 대의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며 "자기 기득권을 옹호하면서 대의란 허위의식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추미애 법무부 장관 행보를 언급했다. 추 장관이 사의 표명 후 정호승 시인의 시 '산산조각'을 거론한 것에 대해 "나쁜 짓을 했는데 인정하는 게 아니라, 대의를 위해 나는 이렇게 망가졌다. 나는 숭고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진 전 교수는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 갈등의 본질을 두 원칙 사이 대립으로 봤다. 그는 "자유주의적 법 관념과 전체주의적 법 관념 간 충돌로 봐야 한다"며 "윤 총장 징계 과정을 보면 이미 결론을 내리고 증거를 찾는 전형적인 전체주의 재판 특성을 띤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대의에 어긋나면 죄인이 된다는 운동권적인 마인드가 강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며 "아직도 머릿속이 내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꾸 옛날 보수와 비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익공동체가 형성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정치운동과 생업이 중첩돼 있는 상태다. 먹고살기 위해 떠날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이 신흥 공동체처럼 지자체의 사업을 따고, 하도급업체를 만들고 한다"며 "이게 콘크리트 지지층 37%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강성 지지층에 대해 "중독된 상태"라고 표현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야기한 건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라며 "그런데 이 사람들은 깨어 있는 게 아니라 거짓된 세계관과 이야기에 중독된 상태다.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토론이 안 되는 상태가 됐다"고 우려했다.
진 전 교수는 콘크리트 지지층이 무너져야 피드백 시스템이 되살아난다고 봤다. 보수 얘기를 하는 것도 민주당이 스스로를 비춰볼 새로운 대상이 있어야 프레임이 깨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진보의 재구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다. 그게 우리 국민의 민주적 역량"이라며 "지금 같은 비정상이 오래갈 수는 없다.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젠 헌법적 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양한 가치관을 인정하는 기본 합의가 헌법이다. 새로운 정체성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He is…
1963년생. 서울대 미학과에서 학·석사를 받았고, 독일 베를린자유대에서 언어구조주의 이론을 공부했다. 중앙대 겸임교수,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겸직교수 등을 거쳤으며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시대적 문제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날리는 대표적인 논객으로 통한다. 쓴 책으로 '미학 오디세이'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 등이 있다. '다시 민주주의를 말한다'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등은 공저자로 참여했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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