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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말실수도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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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생전에 양키스타디움을 방문한 요기 베라
[EPA=연합뉴스]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1940년대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에서 활약한 요기 베라는 현역시절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인터뷰 상대였다.

입만 열면 재밌는 발언이 튀어나와 기사 작성에도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라는 유명한 발언이 대표적이다.

베라가 일부러 재미있는 발언을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아니다.

그는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에 중학교 2학년 때 자퇴한 뒤 집안일을 도왔다. 이 같은 배경 탓에 비논리적이거나 틀린 단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던 것이다.

기자들은 이 같은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독자들이 좋아한다는 점 때문에 열심히 베라의 발언을 소개했다.

"관찰하기 위한 효과적 방법은 보는 것이다"(Yon can observe a lot by just watching)라든지 "난 내가 말한 대부분의 것을 말하지 않았다"(I never said most of the things I said) 같은 기묘하게 중독적인 발언도 베라의 작품이다.

팬들은 베라의 말실수성 발언들에 '요기즘'(Yogi-ism)이라는 애칭을 붙였다.

미국 CNN방송이 16일(현지시간) 방송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인터뷰에서 대북전단살포금지법과 관련한 발언을 접하면서 불현듯 베라가 떠오른 것은 해석 과정에서 느낀 당혹감 때문이었다.

강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Freedom of expression, I think, is absolutely vital human right, but it's not absolute)라고 말했다.

한국 언론은 강 장관의 영어 발언을 '너무나 중요한 인권'이라고 번역했지만, 실제 영어 문장에선 '절대적으로(absolutely) 중요한 인권'이란 표현이 사용됐다.

"표현의 자유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인권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원문에 좀 더 충실한 해석인 셈이다.

단어 하나씩 뜯어보면 문제가 없지만, 전체를 보면 어색한 문장이다. 일각에선 황당한 논리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물론 말실수 몇 개가 그 사람을 평가하는 데 영향을 주어선 안된다.

팬들이 베라의 말실수까지 사랑했던 것은 그가 통산 홈런 358개·통산 타율 2할8푼5리라는 공격력과 함께 투수들을 리드하는 명포수로서 뉴욕 양키스에 남긴 업적 때문이다.

강 장관도 한반도의 긴장과 미·중 긴장이 지속되는 중요한 시점에 외교부의 수장으로서 어떤 업적을 남기느냐로 평가받게 될 것이다.

공직자의 언행도 너무나 중요한 자질이지만, 업무능력만큼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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