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증시 결산]
코스피 사상 최고가 8번 경신하며 '2700선' 안착
예탁금 60조·융자잔고 19조·거래대금 30조…'역대급' 유동성
동학개미 64조원 매수...역대 연간 기준 최대치
수익률에선 외국인 280%로 동학 개미보다 7.3배 높아
올해 개인투자자가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서 순매수한 액수다. 1980년 코스피 시장이 개설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역사상 최대 규모의 주식을 매수했다.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세계적인 대유행)에 3월 코스피 지수가 1400선까지 미끄러지자 투자 기회를 직감한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에 대거 투자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획을 그었다. 주식 관련 책이 불티나게 팔렸고 생애 첫 주식투자자가 급증하면서 `주린이(주식 투자자+어린이)`란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개인투자자의 자금력이 탄탄하다는 것이 증명되자 공매도, 대주주 주식 양도차익 과세 등에서 개인들의 주장이 먹히기 시작했다. 가히 `개미(개인투자자를 낮춰 부르는 말) 인권 신장의 해`라고 평가할 만하다.
반면 외국인은 25조4300억원을 매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많은 금액을 순매도했다. 다만 수익률에선 외국인이 개인을 앞섰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코스피 2700선 안착…12월 평균 거래대금 32조원대
17일 기준 코스피는 올해 8번의 역대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1일 2634.25로 마감, 직전 고점인 2018년 1월29일 2598.18을 3년 만에 넘어섰다. 이후 상승을 거듭해 7번 더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지난 16일 종가인 2771.79이 이날까지 기준 최고치다.
신고가의 원동력은 풍부한 유동성으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투자자예탁금은 60조2450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고치는 지난달 18일 65조1359억원이다. 올해 1월 2일 29조8599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규모가 커진 셈이다. 개인투자자들이 빚내서 투자하는 ‘빚투’도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신용융자잔고 금액은 지난 1일 사상 처음 18조원을 돌파한 뒤 14일 19조원을 넘어섰다. 전날 19조2469억원이 역대 최고치다.
급증한 증시자금은 거래대금 증가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이달 들어 이날까지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32조1291억원이다. 지난 2일부터 15일까지 11거래일간 연속해서 30조원을 넘겼다. 거래대금이 처음으로 30조원이 넘어간 건 30조4955억원을 기록한 지난 6월 11일이지만 한 달 내내 해당 수준을 유지하는 건 이달이 처음이다. 최고치는 지난 11월 25일 39조8953억원이다.
역사상 최대 매수 ‘개인’ vs 금융위기 이후 최대 매도 ‘외국인’
올해 가장 큰 존재감을 보인 수급 주체는 개인이다.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개인은 올 들어(12월 17일까지 누적) 코스피 시장에서 47조2500억원 가량을 순매수했다. 역사상 최대 매수 규모다. 코스닥 시장에선 16조9200억원을 순매수해 이 역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역사상 처음으로 2000선을 찍었던 2007년에도 개인의 코스피 순매수 금액은 6조4500억원, 2018년 2600선대로 최고점을 찍었을 때도 7조500억원의 순매수에 그쳤다. 이에 비해 올해는 그야말로 ‘역대급 매수세’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개인들의 거래대금 비중은 작년말 46.8%에 불과했으나 이달 66.7% 수준으로 높아졌고 7월엔 무려 72.5%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작년말 83.9%에서 이달 89.0%로 높아졌다.
개인이 증시를 좌우하다 보니 개인이 그토록 원망했던 공매도를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그냥 지나칠 수 없게 됐다. 3월 금지됐던 공매도 조치가 9월 또 다시 연장됐고 불법 공매도에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인 대주주 요건을 시가총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춰 과세 대상자를 확대하는 방안도 개인들의 반발에 중단됐다.
외국인들은 코스피 시장에서 24조4700억원 가량을 내다팔았다. 2007년 24조7100억원, 2008년 33조6000억원을 내다 판 이후 최대치다. 코스닥에서도 1조원 가까이 순매도했다.
다만 코스피 지수 사상 최고치엔 외국인과 개인의 합심이 필요했다. 외국인은 11월에는 코스피 시장에서 5조원 가까운 매수세를 보였다. 2013년 9월(7조6000억원) 이후 최대 순매수다. 외국인이 LG화학(051910), 삼성전자(00593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집중 매수하면서 코스피 지수는 11월 한 달간 14.3% 급등했다. 그 힘을 받아 개인투자자는 12월, 한 달 만에 3조4000억원 순매수로 전환했다. 코스피 지수는 12일 장중 2782.79로 역사상 최고점을 찍었다.
수익률에선 외국인이 개인보다 앞서
수익률에선 외국인이 개인보다 앞섰다. 같은 금액을 올 들어 개인과 외국인이 순매수한 상위 10개 종목에 분산 투자(10개 종목 합계 순매수액 중 각 종목별 투자 비중 반영, 17일까지 누적 기준)한다고 가정할 때 각 종목별 연초 이후 수익률을 적용해 산출한 결과다.
1억원을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에 투자했다면 3850만원을 벌게 돼 38.5%의 수익률을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2억7981만원을 벌어 무려 수익률이 279.8%로 7.3배 차이가 벌어졌다.
개인은 삼성전자(005930), 삼성전자우(005935)를 가장 많이 사들였고 수익률도 31.4%, 51.8%로 양호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091990)는 무려 199.6%, 카카오(035720)는 140.4%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10개 종목 중 ‘KODEX 200선물 인버스2X ETF’가 마이너스 53.3%를 기록했고 신한지주(055550)(-23.3%), SK(034730)(-7.6%), 한국전력(015760)(-6.5%) 등 총 4개 종목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반면 외국인은 LG화학(051910), ‘KODEX 200 TR ETF(배당 재투자 상품)’, 신풍제약(019170) 등을 사들였다. LG화학이 무려 161.4% 오르고 신풍제약이 1978.7%나 급등했다. 알테오젠(196170)도 423.0% 급등세를 보이는 등 10개 종목이 모두 플러스 수익률을 냈다.
그러나 올해는 단순히 수익률로만 평가하기 아쉬운 해다. 국내 증시에서 개인의 자금력이 어느 정도로 발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해이기 때문이다. 64조원어치의 어마어마한 주식을 매수하고도 아직 쓰지 않은 실탄(고객 예탁금)이 무려 60조원을 넘어선다. 우리나라 증시를 ATM기처럼 들락날락하던 외국인이 증시에서 사라져도 개인들의 자금만으로도 증시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음이 증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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