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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세월호 인양 그 후는

[TF현장] "세월호,그렇게 빨리 침몰할 줄 몰랐다"…법정의 해경 간부 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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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실패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진 세월호 참사 당시 해양경찰 지휘부들이 '승객에 대한 퇴선 명령 권한은 법적으로 선장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2017년 4월 전남 목포 세월호 인양 현장. /이새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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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선 명령 권한은 선장에" 주장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 실패로 수백 명의 승객을 사망하게 한 책임을 덮기 위해 허위 문건을 작성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 해양경찰 지휘부들이 '승객 퇴선 명령 권한은 법적으로 선장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세월호 같은 '로로선'의 경우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매우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사고를 보고받은 직후 선장이 퇴선을 지시하도록 유도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는 14일 오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을 받는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 당시 해경 지휘부 10명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함께 재판을 받는 피고인 이춘재 전 해경 경비안전국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 퇴선 명령 권한은 '선장에게' 혹은 '선장에게만'

이 전 국장은 이 사건 공소사실의 핵심인 '퇴선 명령' 권한은 선장에게만 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제시한 해사안전법과 선원법에는 퇴선 명령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규정이 없다. 다만 해사안전법 43조 1항에는 "선장이나 선박 소유자는 해양 사고가 일어나 선박이 위험하게 된 경우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신속하게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45조는 "누구든지 선박의 안전을 위한 선장의 전문적인 판단을 방해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선원법 6조 역시 "선장은 해원을 지휘·감독해, 선내에 있는 사람에게 선장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법령상 퇴선 지시를 내릴 권한이 선장에 있더라도, 해경이 완전히 혐의를 벗었다고 단언하기 이르다. 해사안전법 45조 3항에는 "해양경찰서장은 선장이나 선박소유자가 1항에 따라 신고한 조치 사실을 적절한 수단을 써 확인하고, 조처를 하지 않았거나 취한 조치가 적당하지 않은 경우 그 선박의 선장이나 선박소유자에 해양사고를 신속하게 수습하고 해상교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을 명해야 한다"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이준석 당시 세월호 선장은 해경과 연락이 원활하지 않았고, 혼자 탈출하기까지 했다. 검사는 선장이 적절한 구조 조처를 하는지 모호한 상황에서 선원에 연락을 취해 퇴선 명령을 내리도록 유도할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이 전 국장은 "(선장 다음으로) 일등 항해사부터 순차적으로 승객 구조 권한이 있다. (해경이) 선원과 연락하는 경우도 있다"면서도 "(이 사건에서는) 중앙구조본부에서 직접 연락한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이 전 국장은 '사실상 승객이 배에서 탈출하도록 했다'라고도 주장했다. 재판부가 "선장은 연락이 안 되는 상황에서 시시각각 상황은 나빠지는데,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퇴선 명령을 내릴 수 없었느냐"는 질문했을 때였다. 이 전 국장은 "오전 9시 43분에는 사실상 탈출을 명령했다. '퇴선 명령이냐, 아니냐'를 따질 문제가 아니라 탈출하도록 했다"고 대답했다. 참사 당일 오전 9시 43분경 배에서 뛰어내린 승객이 구조될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부유물을 바다에 띄우라고 지시했는데, 이것이 사실상 승객에 대한 탈출 명령으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빨리 침몰할 줄 몰랐다는데…'케이스 바이 케이스'?

이 전 국장이 상황실에 들어간 시간은 참사 당일 오전 9시 20분경이다. 그의 증언대로 '사실상 탈출 명령'을 내린 시간은 9시 43분경이다. 해경은 23분 사이에 좀 더 일찍 승객의 탈출을 직접 명령할 수는 없었을까. 이 전 실장은 세월호 같은 로로선은 단시간에 침몰하지 않기 때문에 탈출 명령을 내리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로로선은 컨테이너 화물을 트럭이나 트레일러 등 운반기기에 실어서 경사로(램프)를 통해 실을 수 있는 배다.

이 전 국장의 생각과 달리 세월호는 빠르게 침몰했다. 이에 대해 이 전 국장은 "선체 수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세월호는 수밀 구조를 제대로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65도 이상 경사에서도 장시간 떠 있을 수 있었음에도 급격하게 침몰했다. 과적된 화물이 제대로 결박돼 있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배에 물이 새는 것을 막아 줄 수밀 장치가 제대로 설치되지 않았는데, 과다한 화물이 실려 빨리 가라앉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의 시각은 달랐다. 이론상 로로선의 침몰이 느리다고 해도, 사고 초기부터 이미 배가 50도가량 기울어진 상황인 만큼 심각성을 느껴야 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이 전 국장은 "작은 배는 바로 휩쓸릴 수 있지만 (세월호처럼 큰 배는) 오래 버틸 수 있다. 급격히 침몰하지는 않는다"고 답변했다. 재판부가 "제가 궁금한 건 사고 초기에 배가 40~50도 기울었다는 건 일반적인 상황이냐는 것"이라고 되묻자, 이 전 국장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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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균(오른쪽) 전 해양경찰청장이 10월 서울중아지법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법정에 들어가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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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부터 아리아케호까지…법정에 소환된 해양 비극사

이날 공판에는 2010년 천안함 폭침부터 일본 아리아케호 침몰까지 많은 해양 사고 사례가 등장했다. 이 전 국장은 천안함 사고 당시 인천 해양경찰서장이었다. 그는 사고 30여 분 만에 58명의 선원을 구조할 수 있었던 이유로 "포화로 두 동강이 나면서 선수 부분은 단계별로 침몰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조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선수 부분의) 수밀이 잘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월호의 빠른 침몰은 미흡한 수밀 장치가 주원인이고, 해경은 이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주장도 함께 폈다.

이외에도 이 전 국장은 세월호와 같은 조선소에서 건조된 일본의 아리아케호가 침몰까지 5시간이 걸렸고, 자동차 운반선 모던 익스프레스호는 파도로 약 50도 기울어진 채 6일 동안 표류하다 예인됐다는 사례를 들었다. 세월호의 '쌍둥이'로 불렸던 아리아케호 등 대형 선박은 짧은 시간에 침몰할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다.

김 전 청장 측 변호인은 2002년 2차 제2연평해전의 사례를 들며 "중앙구조본부에서 직접 세월호 승객에 대한 구조를 지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제2연평해전 당시 현장 함장이 아닌 합동참모본부나 해군 본부에서 전투를 지휘해야 한다는 무리한 주장과 같지 않으냐"고 물었다. 이 전 국장 역시 "상황(현장)과 떨어져 있어서 현실감이 떨어지고 시차가 날 수밖에 없어서 상당히 어렵다"라고 동의했다.

검찰은 약 한 시간 만에 침몰해 989명이 사망한 1994년 에스토니아호 침몰 참사와 2분 만에 침몰해 19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1987년 해럴드 오브 프리 엔터프라이즈호의 사례를 들고나왔다. 이 전 국장의 말을 빌리자면 빨리 침몰한 '케이스'다. 이 전 국장은 이러한 '케이스'에 대해 특별히 아는 바 없지만, 배 구조나 사고 원인이 세월호와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검찰 역시 아리아케호에 주목했다. 검찰이 아리아케호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 달랐다. 아리아케호의 승객은 침몰하는 배 갑판에 나와 기다리다가 사고 35분 만에 전원 구조됐기 때문이다. 검찰이 이 점을 지적하자 이 전 국장은 "퇴선 명령은 선장의 권한"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이어 "세월호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서 대기할 여유 공간이 없다. 경비정이 도착하자 승객들이 좁은 통로로 쏟아져 나온 것도 그 때문"이라고 답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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