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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오후 경기 광명시 철산동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1번 출구에서 남쪽으로 빼곡히 들어선 노후 빌라들을 헤치고 15분 정도 걷자 언덕 위에 거대한 아파트 공사 현장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중 일부는 새 아파트로 변신을 마치고 입주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광명뉴타운 전체 11개 재개발 구역 중 입주가 가장 빠른 '광명아크포레자이위브'(광명 16구역)다. 아파트 상가에 자리 잡은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금은 이 아파트밖에 볼 수 없지만 주변이 새 아파트촌으로 완전히 탈바꿈할 예정"이라며 "빠르면 3년, 늦어도 5~6년 후면 일대가 천지개벽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명뉴타운은 재개발 투자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음직한 '블루칩'이다. 경기권 뉴타운 중 최대 규모인 이곳은 △서울권 뉴타운보다 싼 초기 투자비 △빠른 사업 속도 △미니 신도시급 규모 등이 장점이다.
◆ 서울 맞붙은 입지
2007년 시작된 광명뉴타운 재개발은 지하철 7호선 철산역·광명사거리역 일대 230만㎡ 빌라촌이 대상지다. 원래는 4만5000가구 규모로 23개 구역이 재정비 촉진지구로 지정됐지만, 금융위기 이후 분양 경기가 위축됐던 2014년에 절반인 12개 구역이 해제됐고 11개 구역만 남았다. 하지만 여전히 경기권 뉴타운 중 최대 규모(114만6000㎡)이며, 재개발 사업이 마무리되면 2만5000가구 새 아파트촌으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광명뉴타운의 가장 큰 특징은 서울과 맞붙은 입지다. 경기도지만 지역 전화번호 '02'를 쓰는 만큼 서울과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북측 구역 기준으로 서울 양천구 목동까지 직선거리가 1㎞에 불과하고, 안양천을 넘어가면 영등포·구로·금천구와 곧바로 이어진다. 1960년 이후 서울 서남권은 공장 단지가 들어선 데 비해 광명시는 대규모 주택가로 개발돼 주거 여건이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3년 지하철 7호선이 광명 중심부에 뚫리면서 강남까지 30분 만에 이동할 수 있게 됐고, 목동 학원가도 차로 15분 거리라 '맹모(孟母)'들의 수요도 꾸준하다.
특히 정부의 재건축 규제가 심해질수록 광명시 뉴타운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안전진단 강화·민간 분양가상한제·재건축 부담금' 등 3종 규제에 걸린 재건축 시장과 달리 상한제만 영향을 받아 정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 광명사거리역 북측 '9부 능선' 넘어
광명뉴타운 11개 구역 중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한 1·2·4·5구역은 모두 관리처분인가를 받았다. 재개발 사업 진행 단계로 보면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4개 구역 중 가장 속도가 빠른 2구역은 철거가 진행 중이다. 3344가구 규모 아파트단지가 들어설 예정으로, 대우건설·롯데건설·현대건설 등 3곳이 컨소시엄으로 단지를 조성한다.
나머지 3개 구역은 모두 주민 이주를 하고 있다. 2구역 다음으로 속도가 빠른 5구역은 현대건설·GS건설·SK건설이 개발해 아파트 3091가구를 짓는다. 4구역은 광명사거리역에서 상대적으로 가깝고, 평지라는 사실이 장점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지하 3층~지상 36층 11개동, 1957가구의 아파트를 짓는다.
1구역은 GS건설·한화건설·포스코건설이 함께 지하 3층~지상 38층 3585가구 규모로 아파트를 짓는다. 사업지에 경사가 있고, 지하철역에서 가장 멀지만 초기 투자비가 다른 구역보다 조금 낮은 부분이 장점이다. 북쪽 4개 구역에 들어설 단지 규모만 1만384가구에 이른다. 철거와 이주 후 분양이 시작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내년부터는 이들 구역에 일반분양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 사거리역 남쪽 일부는 입주
광명사거리역 남측지역에는 9·10·11·12·14·15·16구역이 있다. 이들 7개 구역 재개발이 마무리되면 1만3792가구 새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14·15·16구역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16구역은 '광명 아크포레자이위브'라는 이름으로 완공된 후 지난달부터 입주가 진행 중이다. 15구역(광명푸르지오센트베르)은 2022년 10월, 14구역(광명푸르지오포레나)은 2023년 9월 입주를 계획하고 있다. 이들 3개 구역 중에선 14구역의 평균 청약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광명뉴타운에서 입지가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곳은 광명11구역과 광명12구역이다. 공교롭게도 사업 속도는 이 2개 구역이 가장 느리다.
11구역은 새로 짓는 아파트 동 기준으로 광명사거리역에서 걸어서 3분 거리다. 바로 맞은편에 이마트 등 각종 생활 편의시설을 이용하기도 쉽다. 단지 규모가 4000가구가 넘고, 대부분 평지라는 사실도 장점으로 꼽힌다. 12구역은 광명시에서 마트, 행정기관 등 기반시설이 가장 잘 조성된 철산역과 가깝다. 철산역 주변으로 재건축이 진행된 새 아파트와 생활권을 공유할 전망이다. 경사가 심한 부분은 단점이다.
◆ 초기 투자금 4억원 선
현재 광명뉴타운에 투자하려면 초기 투자금으로 4억~4억5000만원(전용 59㎡ 배정 매물 기준)이 필요하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투자 문의가 빗발치면서 시세가 1억원 정도 더 올랐다. 11개 뉴타운 중에서 가장 저렴한 편인 1구역엔 4억원보다 약간 낮은 매물들도 나와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광명뉴타운의 추가분담금(입주 시점 지불)은 3억~3억5000만원 안팎일 것으로 예상한다. 총 투자금액이 7억~8억원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주변 새 아파트와 비교하면 광명뉴타운이 아직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철산역 인근 철산센트럴푸르지오(옛 철산주공 4단지·2021년 3월) 전용 59㎡ 입주권 가격은 11억~11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광명역 주변 '광명역센트럴자이'(2018년12월) 전용 59㎡도 11억원 선이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광명뉴타운은 모든 구역이 사업시행인가 단계를 넘었기 때문에 리스크가 많이 사라졌다"며 "구역별로 입지 측면에서 차이가 있지만 전체적으로 서울 외곽보다는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 분양가상한제·입주물량 폭탄 부담
가격은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광명뉴타운 사업구역에 투자할 때는 주의할 점도 많다. 우선 2018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대출 규제가 적용된다. 또 정부가 민간 분양가상한제를 시행하기로 하면서 조합원으로서는 추가 분담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광명뉴타운은 구역당 조합원 수가 500~2000명 정도로 많은 편이다. 일반분양가격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오르내릴 수 있다.
또 주요 인프라스트럭처인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주변 지역이 대부분 정비구역에서 해제된 점도 아쉽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도 대부분 역과 걸어서 10~20분 거리, 적어도 역 주변부에서 버스를 타고 1~2정거장 지난 다음 또 걸어서 5분 정도는 개발이 해제된 구도심을 지나야 한다. 또 3기 신도시 공급이 시작되면 서울 대체 주거지로서 메리트를 일정 부분 상실하는 점, 이용 가능한 지하철이 철산역과 광명사거리역뿐이라는 사실도 부담이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 소장은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모든 구역이 몇 년 전에 비해 기대수익이 낮아진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며 "집값 상승 여력이 남아 있지만 입주 시점이 몰린다는 부분 등은 투자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부동산 전문 유튜브 채널인 '매부리TV'를 통해서도 이 기사의 자세한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손동우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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