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중해 자원탐사 갈등 고조…EU, 나토·미국과도 무기수출 문제 논의 계획
지난 8월 동지중해서 지질 조사선 '오루츠 레이스'를 호위하는 터키 해군 함정 |
(브뤼셀·이스탄불=연합뉴스) 김정은 김승욱 특파원 =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11일(현지시간) 터키의 동지중해 천연가스 시추에 대응해 제재 대상을 확대하기로 했다. 터키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동지중해에서 터키의 일방적인 조치와 도발에 대응해 현재 터키 석유 기업 인사 2명만 올라있는 제재 명단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터키 외무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리는 키프로스와 동지중해, 에게해 문제와 관련한 EU의 편향적이고 불법적인 태도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날 열린 EU 정상회의에서 대부분의 EU 회원국이 바라지 않았지만, 일부의 강경주의와 거부권 행사 압력에 밀려 제재안을 채택한 것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 외무부가 언급한 '일부의 강경주의와 거부권 행사'는 동지중해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 프랑스와 그리스·키프로스공화국(이하 키프로스)을 겨냥한 것이다.
비록 EU가 터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으나, 프랑스·그리스·키프로스의 요구 수준보다는 가벼운 제재안이 채택됐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프랑스·그리스·키프로스는 터키에 대한 경제 제재나 무기 금수 조치 등을 요구했지만, 독일·이탈리아·폴란드 등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인 터키에 광범위한 제재를 가하는 데 대해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터키는 동지중해 천연자원 개발 문제를 두고 EU 회원국인 그리스, 키프로스와 갈등을 빚고 있다.
그리스·키프로스는 지난 8월 터키가 자신들이 주장하는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침범해 천연가스 탐사에 나서자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합동 해·공군 훈련을 하며 터키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터키도 실사격 훈련으로 맞대응하면서 동지중해의 긴장이 고조됐다.
EU 회원국 정상들은 이와 함께 터키로의 무기 수출 문제를 나토 내에서 어떻게 논의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새 미국 행정부와 터키 문제에 대해서 조율하기를 원한다"라고 덧붙였다.
EU와 나토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내년 1월 취임하면 정상회의를 열 계획이다. 다수의 EU 회원국은 나토 동맹국이기도 하다. 터키 역시 나토 회원국이다.
EU 회원국은 지난해 터키에 대한 무기 판매를 제한하기로 합의했지만, EU 차원의 금지 조치까지는 가지 않았다. EU는 현재 러시아, 벨라루스, 시리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에 대한 무기 판매를 금지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언은 EU 회원국 사이에서 터키에 대한 태도가 강경해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라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EU 회원국들은 터키의 리비아 내전 개입과 러시아 무기 시스템 구매 등에 점점 비판적으로 돼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동지중해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긴장이 더 고조됐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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