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 시한 3주 앞두고 협상 기싸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와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서울=연합뉴스) 김상훈 기자 = 유럽연합(EU)과 EU를 탈퇴한 영국이 미래관계를 위한 합의 시한을 3주 앞두고 합의 없는 파국을 거론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무역 협상을 각자에게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막판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날 유럽과의 미래관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이날 존슨 총리의 발언은 지난 9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의 면담에도 불구하고 양측이 무역 협상의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가운데 나왔다.
양측은 13일을 시한으로 정하고 협상은 계속하기로 한 상태다.
존슨 총리는 이날 "아주 분명히 해둬야 할 점은 캐나다-EU 간 관계보다는 호주-EU 간 관계에 더 근접한 해결책을 갖게 될 가능성이 아주 아주 크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캐나다는 EU와 포괄적 무역협정을 맺고 있지만, 호주는 그렇지 않다. 따라서 호주와 EU 간 무역은 기본적으로 관세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다만 존슨 총리는 EU와 '노 딜'(No Deal)을 피하고자 끝까지 대화를 시도하겠다는 의지는 밝혔다.
그는 "합의를 위해 브뤼셀, 파리, 베를린은 물론 어디든 가겠다"고 강조했다.
영국-EU 협상장 앞 시위자의 발아래에 '노딜 호러 쇼'라고 적힌 팻말이 보인다. |
영국이 EU 블록에 묶여 있는 동안에는 양측간 자유로운 물품 서비스 이동이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 1월 영국이 EU를 탈퇴하면서 올해 연말까지 설정된 1년간의 '전환기'에 양측이 합의를 이뤄내지 못하면 영국은 최대 경제 파트너인 EU와 사이에 무역장벽 두게 된다.
존슨 총리는 지난 9일 벨기에 브뤼셀로 건너가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났지만 역시 성과가 없었다.
이후 EU 집행위원회는 영국과 무역 합의가 없는 상태로 전환기가 종료되는 내년 1월 1일을 맞을 수 있다면서 이에 대비한 비상조치를 제안하며 영국을 압박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영국에) 단일시장 접근을 허용할 의지가 있다. (그러려면) 조건이 공정해야 하는데, 공정성에 관한 적절한 균형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양측의 협상은 어업권 보장 문제와 함께 노동, 환경기준과 기업 보조금 지급 등 공정경쟁 여건 조성 분야의 이견으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EU는 향후 노동, 환경, 보조금 지급 등에 관한 자체 기준이 개선될 경우에도 영국이 변화한 기준을 계속 따라야만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를 원한다.
통상 '한쪽으로만 회전하고 역방향으로는 돌지 않도록 설계된 톱니바퀴'를 의미하는 영어 단어 '래칫'(ratchet)을 붙여 '래칫 조항'이라고 부르는데, 영국은 이 조항이 자신들을 속박하는 족쇄가 될 것이라며 거부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은 향후 영국이 변화한 EU 구제를 따르지 않을 경우 양측간에 불공정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알렉산더르 더크로 벨기에 총리는 "'노 딜'은 좋은 게 아니지만 '배드 딜'(나쁜 합의)은 더 안 좋다. (영국의) EU 시장 접근은 공정한 조건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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