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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군포 사다리차 영웅의 눈물 “더 많이 못 구해 너무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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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 속 주민 3명 구조한 한상훈씨

“15층 사다리 안 닿아 안전장치 풀어

차 부서져도 사람 살린다 생각만”


“차가 부서지든 말든 어떻게든 구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었어요.”

1일 오후 경기도 군포시의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로 4명이 죽고 7명이 다친 가운데 사고 현장에서 사다리차로 주민 3명을 구조한 한상훈(29) 청년사다리차 대표의 말이다. 아파트 주민과 군포 맘 카페에서는 그를 두고 ‘의인’ ‘영웅’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

지난 1일 경기도 군포시 한 아파트 화재현장에서 한상훈씨(작은 사진)가 사다리차를 이용해 주민들을 구출하고 있는 장면. [독자제공 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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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길에 휩싸인 채 구조를 요청하는 주민들이 한씨의 사다리차로 구조되는 모습을 당시 현장에 있던 주민들이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면서 그의 선행은 퍼져 나갔다. 한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만나 “차가 부서지거나 내가 다치겠다는 생각을 구조할 땐 해본 적 없다”고 말했다.

한씨는 이날 오후 3시쯤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아파트에 왔다. 작업자 2명이 아파트 12층으로 올라갔고, 자신은 사다리차를 대고 기다리고 있었다. 창틀 등을 실어나르기 위해서다.

그러다 약 1시간 30분이 지났을 무렵 ‘펑’하는 커다란 폭발음이 들렸다고 한다. 큰 소리에 놀라 차창을 열고 고개를 내밀고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을 알았다. 주민들의 비명 속에 구조를 요청하는 한 여성이 보였다. 화재가 발생한 집과 같은 층 이웃이었다. 한씨는 이 여성이 있던 12층 베란다로 사다리차를 옮겨 이 여성을 구조했다. 한씨는 “불길이 확 그 집을 덮쳐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을 구한 뒤 한숨을 돌릴 무렵 소방차가 도착했으나 인명을 구조할 사다리차가 없다는 걸 알았다. “15층에서 계속 누군가 손 흔드는 걸 봤거든요. 사다리차를 다시 올렸습니다.”

중앙일보

한상훈


두 번째 작업은 아까보다 더 위험했다. 꼭대기 층인 15층이 사다리차가 올라갈 수 없는 높이여서다. 한씨 차의 사다리는 안전상 최대 38m 높이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15층은 41m가 넘어야 했다.

“사다리차를 대보니 닿지 않더라고요. 방법이 없어서 차에 걸려 있는 안전장치를 푼 다음에 다시 사다리차를 올렸어요. 차가 부서지든 말든 제가 다치든 말든 사람 살리는 게 우선이잖아요.”

그렇게 한씨는 15층에 남아 있던 남녀 청소년을 구했다. 한씨는 “‘살려달라’는 말을 듣고 어떻게든 다시 사다리차를 올릴 수 밖에 없었다”며 “구조 후 소방대원들에게 차 와이어가 엉켰다는 말을 들었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헬기가 도착할 때까지 구조를 도왔다.

아쉬움도 크다고 말했다. 그는 “2명이 사망한 줄 알았는데 경찰에 진술하러 갔을 때 뉴스로 추가 사망자가 있다고 들었다”며 “내가 봤으면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었을까 싶어 너무 죄송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2일 경찰 등이 불이 난 아파트를 현장 검증한 결과에 따르면 현장에서는 전기난로와 우레탄폼 스프레이 통 15개 등이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는 거실에 켜놓은 전기난로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말했다.

군포=채혜선 기자, 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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