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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쫓겨나는 레미콘공장들 "2, 3년 내 도심 건설공사 차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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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레미콘공장 4곳 중 2곳 폐쇄 눈앞에

먼 외곽서 반입 땐 운송시간 길어져 사용 불가능

건설비용 증가로 부실 유발·분양가 인상 우려도

서울 도심 건설현장의 레미콘 공급 차질 우려가 2, 3년 내 현실화될 조짐이다.

서울 도심 소재 레미콘 공장의 외곽 이전이 예정돼 있어 이 상태로라면 도심 건설현장의 레미콘 적기 공급이 어려워지기 때문. 서울 도심 재건축, 리모델링 수요가 몰릴 경우 시내 레미콘공장만으론 물량을 대기가 턱없이 부족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의 생명은 90분이다. 레미콘은 90분을 넘으면 굳기 시작하는데, 조금이라도 굳으면 건설자재로 쓸 수 없다. 하지만 서울 도심지역의 극심한 교통체증으로 운송시간이 3시간 이상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지난해 삼표산업이 레미콘 제조기업으로서 이례적으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은 단적인 예다. 서울 도심이라는 불리한 지리적 여건, 레미콘 기사 8·5 근무제 등 제약 속에서도 삼표산업 성수공장만이 유일하게 국립중앙극장 지하주차장 건립에 필요한 레미콘 물량을 차질 없이 적기에 납품한 노력을 인정받았다.

현재 서울 중구·용산구·성동구 등 도심지역까지 레미콘 공급이 가능한 공장은 4곳에 불과하다. 삼표 성수공장과 풍납공장, 천마콘크리트 강남공장, 신일CM 송파공장 등이다. 한일시멘트 영등포공장은 지난 2017년 1월 레미콘 생산을 중단했다.
헤럴드경제

서울 도심 내 레미콘 공장 이전이 추진되며 도심 건설 현장의 레미콘 부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은 삼표 성수공장 전경. [삼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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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운영중인 4곳도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다. 삼표는 성수동 레미콘공장 이전에 대해 서울시·현대제철 등과 협의를 진행 중. 삼표 풍납공장 역시 지난해 삼표가 국토교통부를 상대로 낸 사업인정고시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이 국토부의 손을 들어주며 이전이 불가피하게 됐다. 이로써 향후 서울에는 중소 레미콘공장 2곳만 남게 된다.

반대로 서울에서 레미콘공장이 가동·영업을 시작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서울레미콘은 지난 2012년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레미콘공장 신설 및 이전 승인 신청을 냈지만, 서초구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장등록을 직권 취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레미콘공장들이 들어선 1980년대 중반 이전 당시에는 이들 지역이 도심 변두리였다. 지금은 공장 주변에 아파트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혐오시설 취급을 받는다. 갈수록 영업을 이어가기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레미콘공장이 잇따라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은 건설현장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다. 공장이 도심에서 멀어지면, 그만큼 이동 시간이 길어져 레미콘 적기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헬기 등 항공운송을 고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서울지역 레미콘공장의 시간당 생산량은 삼표 성수공장 1080㎥, 신일CM 720㎥, 천마콘크리트 720㎥, 삼표 풍납공장 420㎥로 총 2940㎥다. 삼표 공장 두 곳이 시 외곽으로 이전하면 서울 레미콘공장 생산량은 절반 가량 줄어들게 된다.

레미콘공장의 서울 외곽 이전은 대기환경 오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모두 경유차인 레미콘 차량 운행거리가 길어지는 만큼 미세먼지 총량이 증가할 수 있다. 기존 편도 30분이었던 레미콘공장에서 건설현장까지의 차량 이동거리가 외곽 이전으로 90분으로 늘어난다고 가정할 경우, 레미콘 차량 운행시간도 60분 증가하게 된다.

환경단체들은 “오래된 레미콘차량이 내뿜는 미세먼지는 일반 노후 경유차량의 11배다. 이같은 노후 레미콘차량 운행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레미콘 적기공급이 어려워지면 그 불똥은 아파트 청약자에게도 튈 수 있다. 공사차질과 원자재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되며, 이는 입주지연과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레미콘 부족에 따른 불량자재 유통 가능성도 예견된다.

업계 전문가는 “통상 아파트 분양원가에서 철근·콘크리트의 비중은 20% 정도 차지한다. 건축비 상승은 불가피하게 분양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레미콘 수급지연에 따른 피해가 수분양자에게 전가되지 않도록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생기는 이유다. 또 공장운영을 기존 노출형에서 밀폐형으로 전환하는 등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업계의 자체적인 노력도 요구된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의 ‘주거권’을 지키기 위해 레미콘공장을 외곽으로 밀어내고 있지만, 주택 공급 부족, 분양가 인상 등으로 오히려 주거권을 해칠 수 있다”며 “주거수요가 많은 서울 도심지역에 안정적으로 레미콘 조달이 가능하면서도 주민들의 환경권을 침해하지 않는 곳을 선정해 대체 부지를 제공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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