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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BTS 한국어 곡으로 싱글차트 1위…빌보드 62년 새 역사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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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라이프 고스 온’으로 싱글 차트 정상

‘다이너마이트’도 깜짝 역주행 힘입어 3위

석달간 1위 3곡, 1978년 비지스 잇는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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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에 출연한 방탄소년단. [사진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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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이 한국어 곡으로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정상에 올랐다. 빌보드는 30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이 신곡 ‘라이프 고스 온(Life Goes On)’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지난달 20일 발표한 새 앨범 ‘BE’로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5연속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타이틀곡으로 ‘핫 100’ 1위에 오르면서 빌보드 양대 메인 차트를 동시에 석권한 것. 한국어 곡이 싱글 차트 정상에 오른 것은 빌보드 62년 역사상 처음이다.

비영어곡이 발매 첫 주차 1위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스페인어곡으로 2017년 16주간 ‘핫 100’ 1위를 차지하며 라틴팝 열풍을 불러일으킨 푸에르토리코 출신 루이스 폰시와 대디 양키의 ‘데스파시토’와 1996년 14주간 정상에 오른 스페인 그룹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 1987년 멕시코계 미국인들이 결성한 밴드 로스 로보스가 리메이크한 ‘라 밤바’(원곡 리치 밸런스ㆍ1958) 모두 첫 주 1위는 아니었다. ‘빌보드 200’과 ‘핫 100’ 1위로 동시에 진입한 것은 지난 7월 발표한 앨범 ‘포크로어’와 타이틀곡 ‘카디건’으로 최초 기록을 거머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방탄소년단 뿐이다.



라틴팝 이어 비영어곡 1위 신화 쓴 K팝



빌보드가 인용한 닐슨뮤직 데이터에 따르면 ‘라이프 고스 온’은 발매 첫 주(20~26일) 미국에서 1490만회 스트리밍되고 15만 건의 디지털 및 실물 판매고를 올렸다. 라디오는 23~29일 한 주 동안 41만명의 청취자에게 노출됐다. 지난 8월 21일 발매돼 한국 가수 최초로 ‘핫 100’ 정상에 오른 영어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1주차 1160만명에게 노출된 것과는 대조적일 정도로 저조한 라디오 방송 횟수를 딛고 정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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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트위터에 빌보드 ‘핫 100’ 1위 소감을 올린 방탄소년단 지민. [방탄소년단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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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 14주차를 맞은 ‘다이너마이트’는 전주 14위에서 3위로 11계단 상승하는 등 역주행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를 통해 “1위도 너무 감사한데 3위 안에 저희 곡이 두 개라니 정말 너무너무 감사하다”며 “앞으로 더 좋은 앨범 들려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2012년 7주 연속 ‘핫 100’ 2위에 오른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라디오의 장벽을 넘지 못했지만, ‘다이너마이트’로 허들을 넘은 방탄소년단은 잇달아 1위에 오르는 데 성공했다. 10월 뉴질랜드 프로듀서 조시 685와 미국 싱어송라이터 제이슨 데룰로의 곡에 피처링으로 참여한 ‘새비지 러브(Savage Love)’ 리믹스 버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1위 곡이다. ‘새비지 러브’에도 한국어 가사가 일부 포함돼 있지만 가사 대부분이 한국어로 이뤄진 ‘라이프 고스 온’의 1위와는 또다른 의미를 지닌다.



저조한 라디오 점수도 장애물 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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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슨 데룰로, 조시 685와 함께 ‘새비지 러브’ 리믹스 버전에 참여한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 틱톡 캡처]


‘라이프 고스 온’은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 원하지 않은 상황에 놓였지만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코로나19로 좌절에 빠진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만든 흥겨운 디스코풍의 ‘다이너마이트’와 뿌리는 같지만 한결 잔잔하고 담담하게 풀어냈다. 『BTS: 더 리뷰』를 쓴 김영대 대중음악평론가는 “화려한 퍼포먼스보다 따뜻한 위로를 택한 대범한 선택”이라며 “라디오 등 전통 매체에서는 여전히 비영어권 곡에 대한 차별이 존재하지만 ‘핫 100’ 1위 곡이라는 명성을 무시하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석 달 만에 ‘핫 100’ 1위에 세 곡을 올려놓은 것은 비지스 이후 42년 만이다. 호주 록밴드 비지스는 1977년 12월 ‘하우 딥 이즈 유어 러브’를 시작으로 이듬해 2월 ‘스테잉 얼라이브’, 3월 ‘나이트 피버’까지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 OST 수록곡 3곡을 연이어 히트시켰다. 1964년 2월부터 4월까지 두 달 만에 ‘아이 원트 투 홀드 유어 핸드’ ‘쉬 러브스 유’ ‘캔트 바이 미 러브’ 등을 ‘핫 100’ 1위에 올린 영국의 슈퍼밴드 비틀스를 잇는 기록이다.



“오랜 시간 의심받았지만 차례로 극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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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다이너마이트’ 무대를 선보인 방탄소년단.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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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대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오랜 시간 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그들의 성취와 업적을 의심받아왔지만 이를 차례로 극복하면서 주류로 거듭났다”고 강조했다. 2018년 5월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아시아 가수 최초로 ‘빌보드 200’에서 1위를 차지했을 때는 “앨범 차트는 팬덤으로 가능하다. 대중성의 지표인 싱글 차트는 힘들 것”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았고, 지난 8월 ‘다이너마이트’로 ‘핫 100’ 1위에 올랐을 때는 “영어로 된 곡이라 가능했다. 한국어로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었지만 그 모든 가정을 깨트리면서 지금의 자리에 섰다는 얘기다.

2013년 데뷔 이후 이들이 걸어온 길이 곧 K팝의 성공 공식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이 2017년 미국 래퍼 디자이너와 협업한 ‘마이크 드롭’ 리믹스 버전이 ‘핫 100’ 28위까지 오르고 지난해 싱어송라이터 할시와 함께 부른 ‘작은 것들을 위한 시’가 8위를 기록하는 등 흥행에 성공하면서 K팝 아이돌 그룹과 해외 팝스타와 컬래버레이션이 부쩍 늘어났다. ‘러브 유어셀프’ ‘맵 오브 더 솔’ 등 앨범 단위 스토리텔링을 토대로 시리즈를 전개해온 이들은 기존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첫 영어 싱글에 도전한 데 이어 음악부터 비주얼까지 멤버들이 자체 제작한 이번 앨범까지 새로운 시도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경계 밖에 있는 분들 들어오는 계기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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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고스 온’ 노래 가사에서 딴 ‘온 마이 필로우’ 버전 뮤직비디오. [사진 빅히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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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라는 변방에서 출발해 영미권 팝 시장 본토를 점령한 이들을 ‘뉴 노멀’이라 일컫기도 한다. RM은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다이너마이트’가 3주간 ‘핫 100’ 1위를 했다고 해서 K팝이 미국 주류 음악 시장에 안착한 거냐. 그렇다면 K팝의 범주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가. 한국 태생인 그룹이 이례적으로 영어로 부르면 K팝이 아닌지 등 여러 가지 논의가 이뤄지면서 산업적으로나 민족적으로나 다양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핫 100’ 1위가 단순히 운이 좋아서 되는 결과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평생 단 한 번도 이루기 어려운 영광스럽고 기적적인 일”이라며 “저희로 인해 상대적으로 주류가 아니거나 경계 밖에 있는 분들이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내년 1월 열리는 제63회 그래미 어워드 수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14주간 ‘핫 100’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다이너마이트’의 장기 흥행에 이어 신곡 ‘라이프 고스 온’도 선전하면서 경쟁력이 높아졌다”며 “음악뿐 아니라 다양성을 인정하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기 때문에 충분히 수상을 노려볼 만 하다”고 전망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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