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외무 "어업 합의 없으면 전체 뒤로 넘어져"
EU 협상팀, 2∼3일 런던서 더 머물며 막판 타결 시도
'브렉시트 반대' 시위 속 협상장 향하는 EU 수석대표 |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과 유럽연합(EU)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대면 협상을 재개했지만, 어업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이번 주가 협상 합의 데드라인으로 여겨지는 가운데 양측은 여전히 상대측의 입장 변화만을 요구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프로스트 영국 측 협상 수석대표와 미셸 바르니에 EU 측 수석대표는 이날 런던에서 다시 머리를 맞댔다.
앞서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자가 격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지난 27일 런던에 도착했다.
양측은 주말 동안 공정경쟁환경(level playing field)과 어업, 향후 분쟁 발생 시 해결 지배구조 등 핵심 쟁점에 대한 타결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공정경쟁환경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지만, 어업이 마지막까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어업은 2019년 기준 영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03%에 불과하다. 어류 가공산업을 포함하더라도 0.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보리스 존슨 총리를 비롯한 영국 내 강경론자들은 브렉시트로 EU에서 벗어나면 국경과 규제의 통제권을 회복할 수 있다며 어업을 대표적인 예로 들어왔다.
수역 통제권 회복이 브렉시트를 통한 영국의 독립성을 회복하는 상징적인 사례로 여겨지면서 양측 입장차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1973년 EU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가입 이후 영국은 자국 수역에서도 EU 공동어업정책(EU Common Fisheries Policy)에 따라 총어획량이나 어획쿼터 등을 배분받았다.
영국은 EU를 탈퇴한 만큼 새로 체결할 어업협정에서는 영국 어선의 어획쿼터를 대폭 늘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과거 어획통계를 기반으로 한 EU 공동어업정책이 아니라 현재의 어장상태를 평가해 배분하는 시스템(Zonal attachment)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바르니에 수석대표는 내년 1월 1일 이후 영국의 쿼터를 15∼18%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영국 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이먼 코베니 아일랜드 외무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어업이 전체 합의를 무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코베니 장관은 "이것(어업)에 관한 합의가 없다면 전체가 뒤로 넘어질 수 있다. 그것이 걱정되는 점"이라고 말했다.
영국 남서부 콘월 인근 해안에서 조업 중인 어선 [EPA=연합뉴스] |
브렉시트 전환기간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협상 시한은 사실상 이번 주가 마지막으로 여겨지고 있다.
코베니 장관은 "우리는 지금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우리는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합의를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해왔다"면서 "합의가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여전히 어업과 공정경쟁환경 등과 같은 이슈에서 차이가 남아있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자유무역협정 합의를 원하지만 우리 협상 입장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EU 협상팀은 런던에서 향후 2∼3일 더 머물면서 막판 타결을 시도할 예정이다.
앞서 영국은 EU와 브렉시트 합의를 통해 지난 1월 말 회원국에서 탈퇴했다. 다만 원활한 이행을 위해 모든 것을 브렉시트 이전 상태와 똑같이 유지하는 전환기간을 연말까지 설정했다.
양측은 전환기간 내 무역협정을 포함한 미래관계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만약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 양측은 내년부터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적용받게 된다. 이 경우 양측을 오가는 수출입 물품에 관세가 부과되고 비관세 장벽도 생기게 된다.
이에 사실상 영국이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와 다름없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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