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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Interview] 조은희 서초구청장 | 징벌적 세금 NO…정책은 데이터가 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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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조사에서 조은희 서초구청장(59)이 기록한 수치다.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이어 야권 2위에 해당한다(한국사회여론연구소 11월 20~21일 설문조사). 조 구청장이 서울시장 야권 후보로 유력하게 부상했다는 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서울시 25개 구청 중 유일한 국민의힘 소속 구청장이다. 여권 기초자치단체장이 득세하는 가운데 ‘나 홀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았을 터. 그러나 조 구청장이 내세운 정책이 ‘나 홀로’ 빛을 내고 있다. 1가구 1주택 재산세 인하 정책은 정부가 ‘따라 하는’ 모양새가 연출되기도 했다.

매경이코노미

1961년생/ 이화여대 영문학/ 서울대 국문학 석사/ 단국대 행정학 박사/ 영남일보 기자/ 경향신문 기자/ 대통령 비서실 행사기획비서관·문화관광비서관/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 서울시 정무부시장/ 2014년 서울시 서초구청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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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9억원 이하 1가구 1주택자 재산세 완화 결정 배경은.

A 비정상의 정상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매년 재산세 인상률이 2%를 넘을 수 없도록 했다. 조세법률주의는 편법 증세를 막기 위한 원칙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 3년 동안 재산세가 서울시 52%, 서초구 72% 올랐다. 심지어 정부는 공시지가 현실화를 앞세워 세금을 더 걷으려 한다.

애덤 스미스 국부론을 보면 이기적인(selfish) 것과 자기 이익(self interest)은 다르다. 집을 소유하고, 아이가 생기면 큰 집으로 이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자기 이익 추구다. 집 가진 게 죄인가? 하루에만 재산세 고지서 문의가 1000통씩 쏟아진다. ‘징벌적 세금’은 안 된다.

Q. 재산세 인하를 실행하기까지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A 구청장이 할 수 있는 게 없는 줄 알았다. 법을 들여다보니 지방세법 제113조 제3항에서 지자체장은 조례에 따라 표준세율 50% 범위에서 당해 세율을 가감할 수 있었다. 실제 노무현정부 때인 2004~2006년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22개 자치구가 10~50% 재산세를 감면하는 조례를 발표했다. 코로나19라는 재해 상황을 감안하면 충분히 가능했다. 구청장 협의회 안건으로 올렸더니 전체 25명 중 나를 제외한 여권 구청장 24명 모두 반대하더라. 사전에 이를 반대하자고 의논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자리에서 강력히 저항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런데 정부가 공식적으로 공시지가 6억원 이하 1가구 1주택 재산세 감면을 내세우자 다들 아무 말 안 한다. 서울시가 서초구청을 상대로 대법원 제소와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대법원에서 반드시 승소해 구민 재산세를 환급하겠다.

그는 대런 애쓰모글루 MIT대 교수가 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을 인용했다. 이 책은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걸친 노갈레스라는 도시를 분석했다. 도시를 가르는 담장 사이로 북쪽(미국) 주민은 한 해 소득이 3만달러에 이른다. 남쪽(멕시코)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차이를 가르는 것은 ‘수탈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포용적(inclusive)이지 못하고 빼앗는(extractive) 데 집중하는 현 정부를 꼬집은 얘기다.

Q. 문재인정부 부동산 정책을 평가한다면.

A 부동산을 이념으로 바라본다. 자신들이 옳고 정부가 다 해야 한다고 믿는다. 달리 말해 시장을 무시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공공 부문은 시장이 하기 싫어하거나 할 수 없는 것을 해야 한다. 임대주택 정책도 마찬가지다. 호텔을 주택으로 개조하겠다는 말에 한숨이 난다. 지난해 서울시가 종로구 호텔을 청년주택으로 전환하려다 실패한 실험을 다시 꺼낸 것이다. 재산세 인하안도 속임수일 뿐이다. 공시지가를 현실화하면 재산세는 줄어들지 않는다. ‘세금 폭탄’이라는 병을 먼저 주고, 약을 준답시고 생색만 낸다.

Q. 부동산 시장 해법은.

A 갑자기 올랐다고 급격하게 떨어뜨려도 안 된다. 부동산 정책은 정부 책임 반 서울시 책임 반이라고 생각한다. 정부는 규제하고 서울시는 공급을 하지 않는다. 주택이 충분하다고 오판한 결과다.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재건축·재개발 393곳을 취소했다. 새 집 25만가구를 걷어찬 셈이다. 그러니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정책을 내놓을 때마다 부작용만 낳았다. 시장에, 민간에 맡겨 공급을 늘려야 한다. 임대차 3법 파장은 그야말로 해외 토픽감이다. 그런데 정부도 서울시도 부동산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다.

조 구청장은 현 정부를 ‘포퓰리즘’이라고 규정하며 얀 베르너 뮐러 프린스턴대 교수의 ‘누가 포퓰리스트인가’를 인용했다. 여기서 포퓰리스트는 기득권을 부패하고 부도덕하다고 매도하며 국민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오직 자신들뿐이라고 주장한다. 끊임없이 국민을 찾고 국민의 뜻을 따르겠다고 하지만 자신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국민으로 보지 않는다. 다수 세력이 돼 막강한 권력을 거머쥐었는데도 늘 학대받는 ‘정의로운 소수자’ 행세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프랑스 드골 우파 정부를 향해 쓴 책이었지만, 지금 정부에 꼭 맞는다고 했다.

Q. 서초구가 청년 기본소득 실험을 시작한다.

A 청년 기본소득은 청년이 시대정신에 맞는 기술을 연마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정책 실험이다. 서초구는 24~29세 청년 1000명을 무작위로 뽑아 그중 300명에게 1인 가구 생계급여 월 52만원을 2년간 지급하는 정책 실험을 시작한다. 52만원이면 그간 청년 지원책으로 최고 수준이다. 이 정도로 충분히 기본소득을 제공한 뒤 그 성과를 살펴보자는 취지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016년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청년 지원을 시작했다. 경기도에서도 똑같은 제도를 시행하며 1년에 1500억원을 쓴다. 많은 혈세를 쓰지만 청년 기본소득 효과 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수당을 지급한 그룹과 아닌 그룹을 비교해 진작 성과를 측정했어야 한다.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은 실험을 안 하고 도입된, 왜곡된 기본소득이라 생각한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MIT대 교수는 단정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나쁜 경제학이라고 했다. 정책은 과학적이어야 한다.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

Q. 외부에서는 서초구가 부자 구청이라 이런 정책을 펼칠 수 있다는 얘기를 한다.

A 재산세 중 1800억원을 서울시에 가져다준다. 재산세 조정을 끝내면 세출 혜택은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최하위권인 22위다. 반면 인당 세금 부담액은 4번째로 높다. 청년 기본소득 실험 예산은 약 22억원이다. 서초구청 살림살이를 아끼고 또 아낀다. 돈의 문제라기보다는 정성의 문제다. 서초구는 빈부 격차가 있고, 일터도 많고 해서 청년 기본소득을 실험하기 좋은 곳이다.

Q. 서울시장에 출마하는가.

A 깊이 고민 중이다. 내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정리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 부시장까지 했고 서울 시정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나라면 저렇게 하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한 정책이 적잖고, 이에 대한 대안을 연구하고 있다. 나는 정책 중심으로 일해왔다. 정책을 시행하려면 어느 순간 결단을 해야 하는데 조은희가 그 부분을 잘한다고 생각한다. 보수는 신뢰가 핵심 자산이다. 민심에 따라 올바른 정책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서초구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혁신 우수사례 544건 중 70건을 기록해 전국 1위를 기록했다. 2위인 광주 서구(27건)보다 한참 앞선다. 이처럼 조 구청장은 서초구를 이끌며 작지만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를 다수 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여름 그늘막인 ‘서리풀 원두막’이다. 전국 최초 고정식 그늘막으로 서초구에서 시작한 뒤 여러 지자체가 벤치마킹했다. 심지어 멕시코 콰우테목에서도 이 정책을 받아갔다. 횡단보도에 유도등 불빛을 넣어 안전성을 높인 정책도 호평받는다. 관련 법규가 없어 경찰서에서 난색을 표명했으나 협의 끝에 실행에 옮겼다. 이른바 ‘활주로형 횡단보도’ 설치 이후 2년간 교통사고가 단 한 건에 그쳤을 만큼 효과가 컸다.

[명순영 기자 msy@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086호 (2020.12.02~12.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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