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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과사회] 정보와 권력, 판사 세평 수집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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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판사 세평 수집 논란

추미애 장관 윤석열 총장 직무배제 조치, 사안 심각성 강조

검찰 측은 "공소유지 목적" 정당성 주장

"절차, 범위 부적절" 불법성 지적도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나 합리적이라는 평가”.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판사 불법 사찰 논란에 직접 공개한 세평 수집 내용 중 일부입니다. 보수적인 법관 사회 내에서 비교적 진보 성향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 출신들에 대해 검찰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이 문맥으로 드러납니다.

‘법과 원칙’을 늘 강조하는 검찰이 공판에 대비해 이같은 ‘장외 정보’를 수집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겁니다. 문건 내용을 보면 검찰이 직접 밝힌 공소유지라는 목적 외에도 판관의 성향에 따라 다른 대응이 필요하다는 ‘요령’ 같은 것이 읽히기도 합니다. 문제는 검찰의 이런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적법성 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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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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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에 맡겨 보자” vs “절차 자체가 문제”

윤 총장 측은 “상식에 맡겨 보자”며 문건 내용을 아예 공개하는 강수를 뒀습니다. 수집 정보가 민감하거나 특별한 게 아니라는 자신감의 표현일 것입니다.

실제로 공개한 9쪽 분량의 문건에는 법관에 대한 검찰 입장에서의 주관적인 신상평가가 담겨 있긴 하지만 극히 민감한 개인정보는 눈에 띄지 않습니다.

다만 판관의 출신지, 가족 등을 언급한 부분, 개인 취미 등 지나치게 사적인 활동에 대한 정보 등은 자칫 공안시대를 떠올리게 해 불편한 느낌도 줍니다. 어찌 됐든 검찰은 해당 문건이 일반적인 수준의 세평 수집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공석이든 사석이든, 타인에 대한 평가가 중요한 활동으로 자리 잡은 현대 사회의 관습을 감안하면 검찰 주장도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이번 사찰 문건의 불법성을 문제 삼는 측에서는 단순히 수집정보의 내용뿐만 아니라 수집 주체와 방식, 경위 등 절차상의 문제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먼저 이 문건을 직접 작성했다고 밝힌 현직 검사는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근무하면서 문건을 만들었고 이것이 업무 범위 내에 있는 활동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수사정보정책관실은 수사 정보를 수집하는 곳이지 개별 판사의 신상정보를 수집하는 곳이 아니라는 지적이 당장 나옵니다. 판사의 취미 활동, 출신지, 소속 연구모임 등의 정보가 어떻게 수사 정보가 될 수 있느냐는 주장입니다.

이 때문에 수사정보정책관실의 활동 문제를 조직 연원에서 찾는 시선도 있습니다.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수사정보정책관실 자체가 원래 범죄정보기획관실로 박근혜 정부 당시부터 문제가 됐다”고 지적합니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검찰이 구태여 국가정보원처럼 정보 수집 부서를 따로 두는 것 자체가 권한 남용이라는 것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공판 담당 검사와 수사 담당 검사가 따로 있는 검찰 조직 특성을 감안하면 수사 정보를 모으는 부서에서 ‘공소 유지’ 목적으로 정보를 모았다는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 전 의원은 “공소유지와 관련된 업무를 지원하고 지휘하는 기관은 공판송무부라고 해서 대검조직에 보면 따로 있다”며 “수사정보정책관실에서 (이런 일을) 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서 전 의원은 이처럼 직무범위에서 벗어나는 일을 윤석열 총장이 지시했다면 ‘의무 없는 일을 행하게 한 것’이기 때문에 직권남용죄가 된다는 입장입니다.

경찰의 검사 세평 수집은 불법?

이번 논란을 검찰이 다른 조직의 세평 수집 활동에 대해 취했던 태도로 가늠해 봐야한 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당장 대법원 블랙리스트 사건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대거 기소한 것이 검찰인데 자신들의 정보 수집 활동은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입니다.

또 경찰이 청와대 민정수석실 요청으로 지난 2월 검사들을 대상으로 세평 수집을 한 데 대해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고발 조치하자, 검찰이 이를 수용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민갑룡 전 경찰청장은 당시 세평 수집이 청와대 요청에 따른 경찰 업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승진 대상자 검증 차원에서 이루어진 정보 수집으로 검사들을 대상으로만 한 것도 아니고, 당사자에게 동의까지 얻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은 정보를 수집한 경찰관 등을 대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이 적법한 경위와 절차를 해명했으나 일단 이같은 정보 수집은 불법이라는 것이 검찰 판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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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야권, 검찰 이해 중심의 고발 행위를 꾸준히 하고 있는 시민단체 법치주의 바로 세우기 행동연대(법세련) 이종배 대표가 2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민원실 앞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와 홍익표 의원을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다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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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장관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크게 지지를 못받는 상황임에도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윤 총장 직무배제 조치를 단행했습니다.

추 장관 본인이 판사 출신이기에 검찰의 판사 세평 수집에 더 경악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같은 ‘편향’ 논란을 떠나 정부 주요 권력기관들의 정보 수집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이 필요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권위주의 시대 최고의 교훈은 너무 많은 권한을 가진 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고, 그 권력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정보라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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