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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합시론] 거리두기 단계 격상 실기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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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연이틀 신규 확진자가 500명 넘게 나올 정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본격 검토하고 나섰다. 12월로 넘어가는 다음 주는 연말 모임이 본격화하는 등 사람들 간 접촉이 많아지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치러져 코로나19 확산에는 또 하나의 중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과 같은 확산세가 계속된다면 우리의 방역 능력과 의료체계가 감당할 수준을 넘어설 우려가 큰 만큼 다소 고통이 따르더라도 선제적인 거리두기 강화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 수는 26일 583명으로 거의 9개월 만에 500명을 넘어선 데 이어 27일에도 569명을 기록했다. 지난 3월의 '1차 대유행'이 대구·경북 지역 종교시설과 요양·보호시설에 집중됐던 것과는 달리 '3차 대유행'이라고 할 최근에는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발생하는 생활 속 감염이 주류를 이룬다. 요 며칠 사이 집단 감염이 발생한 곳은 일일이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생활 속 공간이다. 아직은 수도권이 신규 확진의 3분의 2 가까이 차지하고 있지만, 비수도권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 비수도권 신규 확진자는 지난 24일 100명대로 올라선 뒤 나흘 연속 100명 이상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일부 시도에서는 중환자 병상이 1~2개밖에 남지 않았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금 확산세를 막지 못한다면 하루 1천 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세계 여러 나라가 겪는 대유행의 전철을 우리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더 지켜볼 여지는 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 19일부터 적용된 수도권 중심의 거리두기 1.5단계 격상은 감염 억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24일부터 시행 중인 수도권 등 일부 지역의 거리두기 2단계 역시 감염 확산세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게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일요일인 오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거리두기 격상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물론 일상의 불편과 경제적 타격을 초래하는 거리두기 단계 격상을 쉽게 결정할 수는 없다. 수도권 등 지역에서 시행 중인 2단계를 2.5단계로 올리려면 전국 주간 평균 환자가 400~500명에 달해야 하지만, 아직은 이 기준에 못 미친다. 일부 지역은 1.5단계 기준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형식적인 기준에 얽매여 실기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신규 확진자가 300명 수준일 때는 적어도 2~3주 뒤에나 닥칠 줄 알았던 '신규 확진자 500명'이라는 수치가 당장 현실이 된 마당이다. 가뜩이나 중환자 병상 등 의료 체계의 수용 능력이 한계에 근접하고 방역 역량도 고갈돼 가고 있는 터에 신규 감염자가 지금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난다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

거리두기 단계 격상만이 능사가 아니며 각자 조심하는 시민 의식이 더욱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할 나위 없이 옳은 말이지만, 최근 며칠간 식당, 카페, 사우나, 댄스 교습 학원, 실내 체육시설, 교회, 공무원 워크숍, 지역 소모임 등에서 감염자가 쏟아져나오는 현실은 시민 각자의 양식에 맡기는 대처에는 한계가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강화된 거리두기 단계를 무한정 이어갈 수는 없다. 그러나 단기간이라도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면 일시적으로나마 감염자를 줄이는 효과를 거두고 그사이에 우리 의료진과 의료 및 방역 체계가 한숨 돌리는 여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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