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소 대비 발전 출력 1000배 높아 실증 시 필수… 아직 생산 못해
ITER가 핵융합 상용화 가능성 검증할 2035년까지 생산력 확보 목표
입자가속기에서 나오는 중성자와 충돌해 삼중수소를 만들어내는 장치 ‘리튬 브리딩 블랭킷’의 모식도./핵융합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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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핵융합연)은 2035년까지 삼중수소 생산 기술 확보를 위해 2025년부터 ‘리튬 브리딩 블랭킷(Lithium breeding blanket)’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우리나라 핵융합 발전의 기술 수준이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실제 전기 생산의 재료가 될 삼중수소를 자체 생산해내지 못하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기 때문이다.
2035년은 국제핵융합실험로(ITER)를 통해 실제로 대규모 핵융합 발전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검증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ITER를 중심으로 뭉쳤던 나라들은 이때를 기점으로 상용화를 향한 ‘개인전’에 돌입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 시기에 실제로 전기를 생산하고 발전 성능과 경제성을 검증할 시범 발전소 ‘데모(DEMO)’를 가동할 계획이다. 현재는 쉽게 구할 수 있는 중수소로 실험하고 있지만, 실제 발전 단계부터는 삼중수소가 필요해진다.
중수소와 삼중수소는 모두 수소의 일종으로, 각각 원자핵 속에 중성자가 1개, 2개 들어있다는 차이가 있다. 핵융합 발전에 쓰일 경우 더 큰 차이가 생긴다. 윤시우 핵융합연 KSTAR연구센터장은 "삼중수소가 중수소보다 같은 조건에서 1000배 더 많은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보통의 수소, 중수소, 삼중수소의 구조. 각각 원자핵 속에 중성자(n)가 0, 1, 2개 들어있다./위키피디아/Dirk Hünniger |
문제는 삼중수소가 자연에 거의 존재하지 않고 대량 생산할 방법도 아직 없다는 것이다. ITER에 따르면 800메가와트(MW)급 핵융합 발전소 1개를 돌리기 위해서는 하루에 300g의 삼중수소가 필요한 반면, 현재 전세계 통틀어 사용 가능한 삼중수소의 양은 20kg 정도로 추정된다.
국내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계획. 데모(DEMO)를 가동하기 전에 삼중수소 생산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핵융합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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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나라는 ‘한국형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통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기 위한 조건인 ‘1억도 플라즈마 환경’을 세계 최초이자 최장기록인 2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 세계 최고 기술력을 입증했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삼중수소 생산 기술 확보가 필요한 것이다.
경쟁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직 삼중수소 생산 능력을 가진 나라는 없다. 2020년대 후반쯤 ITER 차원에서 생산장치 ‘테스트 블랭킷 모듈(Test Blanket Modules)’을 활용한 공동연구가 이뤄질 예정이지만 각국은 독자적인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11월 완공한 핵융합 실험장치 ‘HL-2M’을 통해 삼중수소 생산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핵기술 분야 전문매체들이 보도했다. 올해 말 KSTAR 10배 규모의 인공태양 가동을 앞둔 일본·유럽 협력체 ‘브로더 어프로치(Broader Approach)’도 후속으로 삼중수소 연구를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중국 청두의 서남물리학연구원(SWIP)에 지어진 핵융합 실험장치 ‘HL-2M’./해커데이(Hackaday)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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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용 삼중수소 생산장치 리튬 브리딩 블랭킷도 2025년에 맞춰 지어질 전망이다. 이 장치는 입자가속기를 담요(blanket)처럼 감싸고 있는 리튬 금속막이다. 입자가속기에서 튀어나오는 중성자가 리튬과 충돌하면 핵반응을 통해 삼중수소가 만들어진다. 현재 핵융합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의해 장치 구축에 필요한 예산을 산정하고 부지를 고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지만 수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ITER에 설치될 삼중수소 생산장치 ‘테스트 블랭킷 모듈’의 구조./ITER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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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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