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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中 정부, 국유기업 채권 디폴트 ‘무관용’ 선언했지만…융청석탄 기사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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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유 융청석탄전기, 10일 10억 위안 채권 디폴트
23일 채권단과 원금 50%와 이자 상환 270일 연장 방안에 합의
최근 중국 국유 기업 채권 디폴트 잇따라
中 류허 부총리, 채권 시장 불법 행위 ‘무관용’ 방침 밝혔지만
지방정부 ‘일단 구제부터 하고’식 대응도

이달 10일 10억 위안(약 1684억 원) 규모 채권을 갚지 못해 중국 채권 시장을 뒤흔든 중국 국유 탄광 기업 융청석탄전기가 채권단의 양보로 기사회생했다. 채권단이 융청석탄전기가 원금 50%를 먼저 갚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를 9개월 후 상환하겠다고 한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다.

최근 국유 기업이 발행한 채권 디폴트(채무 불이행)가 잇따른 후 중국 금융 당국은 무관용 원칙을 선언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융청석탄전기를 소유한 중국 중부 허난성 정부가 중재에 나서 상환 연장 합의를 성사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차이신 보도에 따르면, 융청석탄전기 채권단은 채권 발행 주간사인 중국광다은행과 중위안은행이 23일 밤 소집한 회의에서 원금 50%를 먼저 받고 나머지 원금과 이자 상환을 270일간 연장해주는 방안에 전원 합의했다. 앞서 22일 융청석탄전기는 채권단에 해당안을 제안했다. 합의안은 24일 상하이청산소를 통해 공개됐다.

조선비즈

중국 경제·금융 정책을 총괄하는 류허 중국 부총리가 10월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2020 금융가 논단 연회’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신화사



채권 상환 기간이 연장되면서 융청석탄전기가 발행한 150억 위안(약 2조5000억 원) 규모의 다른 채권과 모회사인 허난에너지화공집단이 발행한 115억 위안(약 1조9300억 원) 규모의 채권은 디폴트를 면했다. 교차 보호 조항에 따라 융청석탄전기가 이미 디폴트를 낸 채권 원금 10억 위안을 24일까지 갚지 못하면 모회사 채권도 연쇄 디폴트되는 상황이었다.

융청석탄전기는 불과 한 달 전 중국 신용 평가사로부터 최고 등급 신용등급을 받았던 곳이다. 그만큼 채권 시장에 던져진 충격이 컸고 투자자 불안이 고조됐다. 다른 지방정부 소유 국유 기업과 탄광 회사들은 채권 시장 분위기가 얼어붙으면서 예정됐던 채권 발행을 취소하거나 발행 규모를 줄였다.

최근 중국에선 융청석탄전기뿐 아니라 다른 국유 기업들의 채권 디폴트가 잇따랐다. 독일 BMW와 중국 시장 합작사(BMW브릴리언스)를 운영하는 브릴리언스오토모티브홀딩스의 모회사 화천자동차는 20일 법원으로부터 파산 구조조정을 승인받았다. 화천자동차는 중국 북동부 랴오닝성 정부 소유 기업으로, 지난달 23일 10억 위안 규모 3년 만기 채권에 디폴트를 냈다. 6월 말 기준 이 회사가 보유한 자산은 460억 위안 규모인데 반해, 채무액은 524억 위안에 달했다.

조선비즈

중국 칭하이성 치례산의 버려진 석탄 채굴장. /중국 신화사



국유 회사의 잇딴 채권 디폴트로 중국 금융 시장에 대한 투자자 불신이 커지자 중국 정부는 채권 시장 불법 행위를 엄정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국무원 산하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22일 긴급 회의 후 무관용 대응을 경고하며 "사기성 채권 발행, 잘못된 정보 공개, 악의적인 자산 이전, 자금 횡령과 기타 불법 활동을 조사하고 처리하겠다"고밝혔다.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과 여러 금융 감독 기관을 총괄하는 기구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측근인 류허 부총리가 수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 방침 표명과 달리, 융청석탄전기의 채권 상환 연장 합의에 허난성 정부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신은 소식통을 인용, "허난성 정부는 채권단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융청석탄전기의 채무를 모두 떠맡아 대신 상환할 계획까지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상환 연장 합의로 시간을 번 융청석탄전기는 다른 채권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상반기까지 만기를 맞는 채권 금액은 70억 위안에 달한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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