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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줌인] "만약을 대비해 갖고 싶다"…美 부자들 '두번째 여권' 수요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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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미국인들, 두번째 여권 수요 급증
에릭 슈미트도 키프로스 여권 찾아
"만약을 대비해 갖고 싶다" 움직임 뚜렷
투자 여권 프로그램 논란도

부유한 미국인들 사이에서 ‘두번째 여권(second passport)’을 획득하는 움직임이 짙어지고 있다. 예년에는 미국 시민들이 두번째 여권인 이른바 ‘황금 여권(golden passport)’을 좀처럼 구입하려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 이에 대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인 키프로스(Cyprus)는 유럽 국가 중 투자를 통해 시민권(투자 이민)을 바로 취득할 수 있는 나라로 인기를 끌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에서 두번째 여권을 구입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조선비즈

지중해 동부에 있는 섬나라인 키프로스. 지중해에서 3번째로 큰 섬으로, 유럽 국가 중 투자를 통해 시민권을 바로 취득할 수 있는 나라로 인기를 끌었다.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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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유한 미국인들, 두번째 여권 수요 급증

지난달 웹사이트 리코드가 처음 보도한 키프로스 신문 발표에 따르면 알파벳 전 최고경영자(CEO)인 에릭 슈미트는 키프로스 시민이 되기 위해 지원했다. 65세의 그는 외국인들이 여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정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속한 클럽에 가입했다.

블룸버그는 "예년에는 황금 여권에 대한 수요가 적었고 이는 주로 중국과 나이지리아, 파키스탄 등 미국보다 여행 자유가 적은 국가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번창했지만, 이제는 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민권 및 거주 자문회사인 헨리 앤 파트너스의 패디 블로어 이사는 "우리는 전에 이 같은 모습을 본적이 없다"면서 "그 현상은 지난해 말부터 급격히 시작됐고 그리고 그것은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키프로스 정부의 대변인은 관련 소식에 언급하기를 거부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190억달러(약 21조83억원)가치의 자산이 있는 슈미트 대표는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 "만약을 대비해 갖고 싶다" 움직임 뚜렷

두번째 여권을 소유하면 최소 10만달러(약 1억1000만원)의 잠재적으로 낮은 세금에서 부터 더 많은 투자 자유, 덜 번거로운 여행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블룸버그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봉쇄 조치가 심해지자 일부 이동의 자유를 유지하는 방안을 계획하는 이들 사이에서 두번째 여권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세인트루시아 시민권 투자 유닛의 최고경영자 네스토르 알프레드는 "미국인들은 내가 갇히지 않고 가능한 한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능력을 갖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미 대선이 끝난 것도 이 같은 수요에 한 몫을 했다. 조 바이든 당선인이 그의 민주당 주요 경쟁자들이 추진하던 부유세를 거부했지만, 그의 제안은 많은 미국인들이 투자 이익에 대한 세금을 최소화하거나 완전히 회피하는 방법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불안을 우려해 추가 여권을 찾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시민권 자문회사인 에이펙스캐피털파트너스는 연간 약 5건에 이르는 고객들의 관련 문의가 이달 대선 이후 650%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이펙스의 창업자 누리 카츠는 "지금 미국인들이 중국이나 중동, 러시아 고객이 말하는 것과 같은 말을 하고 있다"면서 "그들(미국인)은 ‘우리는 지금 당장 미국을 떠나지 않을 것이지만, 우리는 우려하고 있으며 만약을 대비해 다른 것을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 투자 여권 프로그램 논란도

세인트키츠와 네비스는 지난 1980년대 초 시민권 투자 프로그램을 처음 도입한 나라로, 이후 65개국 이상이 이를 도입했다. 대부분 이를 통해 수익성이 컸다. 몰타는 지난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시작한 뒤 지난해 6월까지 거의 10억달러(약 1조1080억원)를 모금했고 카리브해령의 도미니카는 지난 5년간 3억5000만달러(약 3878억7000만원) 이상을 모금했다.

이 같은 투자 여권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도 있다. 실제로 앞서 키프로스는 현재의 투자 여권 프로그램을 11월 1일에 끝낼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유럽연합(EU)은 몰타와 키프로스에 시민권 투자 프로그램에 대해 EU법을 위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법적 최후통첩을 했다. EU의 조치 이전에 프로그램 수정 계획을 발표한 몰타 정부 대표들은 관련 논평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최근과 같은 미국인들의 관심이 지속될 지 역시 불확실하다. 세금 자문회사인 아스가르드 월드와이드의 셔윈 시몬스는 "최근 가파른 출구세(exit tax)와 관련된 복잡한 절차인 미국 시민권 포기에 대한 부유한 고객들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고운 기자(w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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