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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두산 구조조정 하는 産銀의 자회사, 인프라코어 인수 추진… 다른 후보 "우린 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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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100% 자회사 KDBI, 현대중공업과 컨소시엄 형성
산은 "KDBI 의사결정에 참여 못해… 우리와 무관" 주장

두산인프라코어(042670)본입찰에 유력 인수 후보자들이 대거 불참한 것을 두고 관련 업계에서는 두산(000150)그룹 구조조정 책임자인 산업은행의 인수전 참여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은행 자회사가 참여한 컨소시엄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가 유력시되니 인수전 완주가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전날 진행된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에 현대중공업(009540)지주-KDB인베스트먼트(KDBI) 컨소시엄과 유진기업(023410)이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번 매각 대상은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전량(지분율 35.41%)이다. KDBI는 산업은행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GS건설(006360)-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과 MBK파트너스, 글랜우드프라이빗에쿼티(글랜우드PE) 등 유력 인수 후보자들은 본입찰에 불참했다. 이들 예비입찰 참여자 사이에선 ‘산업은행의 인수전 참여’를 본입찰 불참 이유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구조조정 책임자가 인수전에 참여했으니 다른 원매자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불만이다.

조선비즈

인천 동구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 본사 글로벌 R&D센터.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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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현대중공업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컨소시엄 구성은 KDBI가 먼저 현대중공업 측에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에 참여할 경우 FI로 지원하겠다고 설득해 성사됐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향후 재매각 가능성이 높은 PE보다 경영을 책임질 전략적투자자(SI)를 선호해 현대중공업을 설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9월 진행된 예비입찰이 예정보다 일주일 연기됐는데 원매자들은 이를 두고 "산업은행이 현대중공업을 설득하기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었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은 사실상 산업은행의 요구에 의해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올해 상반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자회사 매각 등을 담은 자구안을 제출받았다. 당시 두산은 두산솔루스, 두산건설, 두산모트롤BG 등의 자회사 매각을 추진했는데, 흥행이 부진하자 산업은행은 두산인프라코어 등 핵심 자회사 매각을 요구했다. 산업은행은 ‘연내 자회사 매각 성과가 있어야 추가 지원이 있을 것’이라는 원칙을 세웠고, 두산은 결국 두산인프라코어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번 인수전에 참여했던 한 사모펀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여러 변수가 많아 인수 가능성을 낮게 봤는데 산업은행이 우군으로 참여하면서 유력 인수자가 됐다"며 "매각 과정을 봤을 때 결국 매도자와 매수자가 같은 곳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산업은행은 현대중공업 컨소시엄에 KDBI가 참여하는 것이라 산업은행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KDBI의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 참여 결정에 산업은행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상 산업은행은 KDBI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못한다"며 "두산인프라코어 매각도 두산그룹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이라 산업은행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송기영 기자(rcky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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