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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워터게이트' 기자, 트럼프 욕한 공화당 21명 실명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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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했던 칼 번스타인이 평소 사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험담했던 공화당 의원 21명의 명단을 전격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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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했던 칼 번스타인이 사적인 자리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해 온 공화당 의원 21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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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은 22일(현지시간) 밤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의원들의 실명을 밝히며 “이들은 사적인 자리에서 반복적이고, 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경멸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무시하고 대통령으로서 적합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고 적었다.

명단에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었던 의원부터 간접적으로 비판해온 의원들까지 대거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밋 롬니, 수전 콜린스, 라마 알렉산더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일찌감치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고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인사들이다. 개인 트위터와 공식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를 인정하고 바이든 당선인 측의 정권 인수·인계를 도와야 한다고도 주장해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패배 이후 인사권을 계속 행사하는 데 대해 반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이사에 주디 셸턴을 지명한 것에 반대해 예비투표를 부결시켰다. 콜린스 의원은 대선 직전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상원 인준 투표에서 공화당에서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번스타인의 명단에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의 선거 사기 주장을 에둘러 비판해온 마르코 루비오 의원도 언급됐다. 루비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크리스토퍼 크레브스 국토안보부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 국장을 경질하자 “크레브스 국장이 훌륭하게 업무를 수행했다”고 언급, 넌지시 반대의 뜻을 밝힌 바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소송전에 대해서는 “선거법을 위반하고 있다고 믿는다면 법정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제시할 권리가 있다”면서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를 유지해왔다.

이 밖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부정선거를 주장하려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를 사실상 인정한 롭 포트먼, 리사 머코스키, 밴 새스 의원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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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거리를 유지해온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의원 명단에 올랐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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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스타인은 “명단에 오른 의원 중 몇몇을 제외한 나머지의 공개적인 침묵이 미국 선거제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을 가능하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당 정보를 동료 의원, 보좌진, 로비스트, 백악관 관계자들과의 사적 대화를 통해 알게 됐으며 언론인으로서 어떠한 비밀유지 서약도 어기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상원 의원들 “번스타인과 그런 대화 나눈 적 없어”



번스타인의 트윗 폭로에 명단에 오른 의원들은 즉각 반응을 내놨다. 척 그래슬리 의원은 대변인을 통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래슬리 의원의 대변인은 “그래슬리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자이며, 대통령에게 반대할 때는 침묵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포트먼 의원도 “번스타인과 트럼프 대통령을 경멸하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으며, 그가 어디에서 이런 잘못된 정보를 듣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AP통신은 미국 기자들이 현역 의원과의 사적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주고받는 경우는 많지만, 번스타인처럼 의원의 이름을 공개하는 건 드물다고 평가했다.

언론법과 언론윤리 전문가인 로이 거터먼 시러큐스대 교수는 “번스타인이 의원 실명을 공개한 방식은 이례적인 경우”라며 “그가 탐사보도로 쌓은 명성을 내걸만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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