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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긴급재난지원금

[취재후 Talk] "자식보다 낫다"던 재난지원금…보궐선거 앞두고 또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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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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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두기 격상 맞춰 다시 고개든 '재난지원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승부구를 던졌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민의 삶은 당분간 더 나빠질 것이 분명하므로 3·4차 소비 지원은 불가피하다"는 이재명 경기도지사(20일 트위터)의 공을 받아, 민주당에게 넘긴 겁니다.

김 위원장은 오늘 오전 비대위 회의에서 3차 재난지원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다음달 2일 통과될 것으로 보이는 2021년도 본 예산을 언급하며 "코로나 사태와 결부된 재난지원금이나 경제에 파생될 여러 효과 보기 위한 대책이나 이런 것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확진자가 늘어나니까 재난지원금 얘기가 나오는데, (예산안 처리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예상해서 준비하는 게 온당하다"면서 "12월 2일에 본예산을 통과시켜놓고 내년 1월에 재난지원금 추경을 한다고 창피하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매년 수퍼 예산을 통과시켜놓고, 해가 바뀌자마자 추경을 거론해온 게 관행처럼 이어졌던 것을 꼬집은 겁니다.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도 오늘 당 대표단회의에서 "3차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고용소득보험 등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시급히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여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야당의 본 예산 반영 검토 요구에 "그건 안 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은 하려면 추경을 다시 해야한다"며 일단 난색을 표했습니다.

최근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당장 저부터도 연말 모임이 줄줄이 취소되기 시작했고, 가게 사장님들에게 예약을 취소하기도 미안한 마음부터 듭니다. 두 차례 '학습효과'가 있어서인지 이번엔 3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상당히 일찍부터 불붙게 된 모양새입니다.

■ "택시 탔더니, 기사님이 재난지원금이 자식보다 낫다대요"

국민의힘 한 비수도권 중진 의원이 사석에서 지난 4월 총선에 대한 소감을 말하며 했던 말입니다. 서울에 있는 자식들은 일년에 몇 번 찾아올까 말까, 안부전화나 가끔 하는 정도인데, "나라(정확히는 총선 전 지자체가 지급했습니다만)에서는 고기 사먹으라고 용돈까지 챙겨준다"는 것입니다.

또 다른 수도권 초선 의원은 "확실히 표가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했습니다.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이 강세를 보이던 몇몇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여당 지지세가 총선 직전 급등했다는 것입니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180석 발언으로 반발 표심이 결집하지 않았으면 진짜 180석을 내줬을지도 모른다"는 게 이 의원의 해석입니다.

재난지원금은 지난 총선을 달군 뜨거운 이슈였습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 지급을 약속하자,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1인당 50만원 카드를 들고 나왔고, 다시 민주당은 가구당 100만원 지급을 공약했습니다. 경기·충남 등 일부 지자체들은 선제적으로 총선 전 재난지원금을 지급(또는 신청)했습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대다수는 재난지원금이 표심을 움직였다고 인정하면서도 '불복 프레임'에 걸려들까 봐 드러내놓고 말은 자제하는 분위기입니다.

재정건전성·현금퍼주기 정책을 비판해오던 미래통합당은 "긴급재난지원금이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황교안 당시 미래통합당 대표)고 4·15 총선 당시 나섰다가 "대부분의 정당들이 국가혁명배당금당을 닮아가고 있다"(유승민 당시 미래통합당 의원)는 내부 비판에 직면했습니다.

민주당에선 "고민정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저와 민주당은 100% 국민 모두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드리기 위해 전력을 다하겠다"(이인영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유세까지 등장했던 걸 기억하실 겁니다.

■ 3차 재난지원금, 또 선거 달구나

김종인 위원장이 555조 수퍼 예산에 3차 재난지원금 예산을 더 추가하자는 것인지, 총액 내에서 다른 항목을 줄이고 재난지원금 예산을 확보하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지속적으로 '한국판 뉴딜' 예산 삭감을 주장해왔습니다)

다만 이 시점에 '선거 전문가'인 김 위원장이 재난지원금 논의에 불을 붙인 것은 내년 보궐선거에 대한 정치적 계산이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고, 내년초부터 당정이 추경을 논의하기 시작할 경우 4.7 보궐선거 직전 지급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과 규모를 두고 후보들간에 갑론을박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서울·부산시장 공식 후보등록은 내년 3월 18∼19일,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5∼4월 6일까지입니다.

야당 입장에선 어차피 여당이 재난지원금을 뿌릴 것이라면 막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확 앞당겨 지급해 최대한 선거 기간과 멀리 떨어뜨려두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입니다.

반면 여당 입장에선 지난 총선의 기억을 잊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9월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딱히 포퓰리즘이 완전히 아니었다고 정치권에서 답변하긴 어렵죠"

2차 재난지원금의 선별 지원 필요성을 설명하고, 1차 재난지원금 지급 때와는 다르단 설명을 하면서 진행자가 "전 국민에게 줬던 게 표를 모으기 위해서 했던 게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대답했던 것입니다.

앞으로도 여야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대상, 액수, 시기 등 기준은 선거에 따라 바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선거마다 현금성 복지정책은 당분간 계속 논란이 이어질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도 그 중 하나가 되겠지요. / 김수홍 기자

김수홍 기자(sh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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