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사진=북트리거 제공) 2020.11.20.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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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나에게서 악마를 보게 될 것이다."
1944년 5월, 아우슈비츠에 막 도착한 루마니아계 의사 베르너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열차를 타고 가족과 끌려온 베르너 앞에는 눈부신 조명을 배경으로 나치 친위대 장교들이 도열했고 경비견들이 사납게 짖고 있었다.
베르너는 곧 소스라치게 놀라고 마는데, 예전에 같은 동네에서 약국을 했던 카페시우스를 보았기 때문이다. 친근한 약사 삼촌은 어느새 나치 장교가 됐다.
이 책의 첫 장부터 평범한 약사가 어쩌다 아우슈비츠에서 유대인의 생사를 결정하는 나치 장교가 됐는지에 대하 이야기가 전개된다.
저자 퍼트리샤 포즈너는 '악의 평범성'의 표상인 빅토르 카페시우스의 행적을 오랫동안 파고들어 책으로 펴냈다.
카페시우스는 수감자들에게 필요한 치료약을 고의적으로 내주지 않았고, 가스실에 쓰이는 치명적 화학물질인 치클론 B를 관리 감독했으며, 임산부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죄의식 없이 생체 실험을 했다. 심지어 아우슈비츠 희생자 사체에서 채취한 금니를 빼돌리기까지 했다.
또한 이 책은 카페시우스라는 한 개인의 타락에만 집중하지 않고, 일개 약사가 원하는 대로 범죄를 저지를 수 있었던 시스템, 즉 아우슈비츠 수용소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전말을 파헤친다.
나치는 유대인을 격리 수감하고, 전쟁에 쓸 군수물자를 원활히 생산할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용소를 건설했다. 이 과정에서 이게파르벤이라는 독일의 거대 화학 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며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추가로 건설했다 오늘날에도 아스피린과 ‘비판텐’으로 유명한 제약사 바이엘의 전신이 이게파르벤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경악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수년간 수집한 자료와 기록을 토대로, 극우 민족주의자 히틀러와 이익을 최대로 우선시했던 이게파르벤이 어떤 거래를 했으며, 이것이 역사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 낱낱이 밝힌다. 김지연 옮김, 388쪽, 북트리거,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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