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美 등 58개국 공동제안국 이름 올려
美 대표 "北 인권상황 끔직, 총체적 침해"
정부 "한반도 정세 감안해 제안국 불참"
北 대사 "정치적 계략, 고려할 가치 없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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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 문제를 논의하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18일(현지시간) 북한 정권에 의한 조직적인 인권 침해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16년 연속 결의안이 통과된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결의안 표결에서 반대만 하지 않는 소극적인 입장을 취해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은 표결 없이 합의(컨센서스) 채택됐다. 결의안은 주요 제안국인 유럽연합(EU) 외에도 적극 지지를 표명하는 공동제안국(co-sponsor)으로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58개국이 참여했다.
발언에 나선 제니퍼 바버 미 유엔대표부 특별고문 겸 공공대표는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은 끔찍한 상태”라며 "미국은 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유엔위원회의 조사가 보여주는 북한 정권에 의한 인권 침해ㆍ남용 사례들은 오늘날 북한이 처한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살인ㆍ고문ㆍ감금ㆍ강간ㆍ강제 낙태와 여타 성범죄, 정치ㆍ종교ㆍ인종적 박해, 강제 이주와 강제적 실종, 만연한 기아로 인한 비인도적 행태들을 포함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고 총체적’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이번 결의안 통과로 국제사회는 다시 한번 인권 침해와 남용은 반드시 중단돼야 하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 정권에 보낸다”며 “우리는 북한 정부에 인권을 존중할 것과 북한의 인권 상황에 대해 유엔특별보고관에 협력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유엔대표부는 바버 고문의 발언문을 일반 성명으로 홈페이지에도 게재했다.
인권결의안 주요 제안국인 EU를 대표해 발언한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독일 유엔대사도 “북한이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의 방북을 거부하는 등 지난 12개월 동안 북한 인권 상황에 있어 어떠한 개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프 호이스겐 유엔 주재 독일대사. [신화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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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대표는 “이번 결의안은 북한이 자국 내에서 벌어지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종식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국제사회의 오랜 요구를 재확인한 것”이라고 발언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한국 대표는 이날 위원회에서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채 컨센서스(합의)에만 참여했다. 인권결의안에 대한 의사 표시 방법은 주요제안국-공동제안국-컨센서스 참여 순으로 수위가 나뉜다.
결국 정부는 결의안 채택에 반대만 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불과 2개월 전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이 해상에서 북한군에 피격당해 사망한 사건이 일어난 상황을 고려하면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정부가 올해 인권결의안에서 후퇴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는 우려와 관련해 “참여할지를 마지막까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만 설명했다.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군에 피격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가 10월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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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19일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올해 결의안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북한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에 대한 우려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제한 조치의 국제인권법 합치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반도 상황과 관련해 이산가족 문제의 시급성과 중요성이 강조됐고, 남북대화를 포함한 대화ㆍ관여의 중요성이 강조됐다”고도 했다.
인권결의안 통과의 주요 목적이 북한 정권을 국제사회가 함께 압박해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인데, 북한에 유화적인 접근의 필요성만 애써 부각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보도자료에선 올해 공동제안국에 불참한 배경 등은 설명하지 않았다. 외교부는 취재진의 질의가 있은 뒤 “한반도 정세 등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공동제안국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증진을 위해 노력한다는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으며 한반도 평화 번영을 통한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해 지속 노력해 갈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지며 해빙 무드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8년에도 공동제안국에 참여했다. 하지만 지난해 공동제안국에서 빠진 뒤 올해도 이름을 올리지 않은 것이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가 지난해 뉴욕 유엔본부에서열린 유엔총회 산하 제3위원회 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에 반대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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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성 유엔대사는 인권결의안 통과에 대해 “이번 결의안은 정치적 계략이며 고려의 가치가 없는 것”이라며 “인간쓰레기 탈북자들이 날조한 허구 정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한편 해수부 공무원 피살사건은 이번 인권결의안에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의 최근 보고를 받아들인다”며 간접 지지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북한 인권특별보고관은 이번 사건을 타살로 규정하고, 북한 정부에 의한 유가족 보상을 촉구했다. 남북 정부에 이번 사건의 해명을 요구하는 서한도 발송했다.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은 2005년부터 매년 채택되고 있다. 정부는 찬·반 표결 방식으로 진행되던 2005년 첫해에 기권했다가 이듬해 찬성표를 던졌고, 2007년엔 다시 기권했다. 2008년 이후 2018년까지 찬성표를 던지거나, 공동제안국 참여 등으로 의사를 표시해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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