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원 제한만으론 한계"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시켜 코로나19 확산세 저지에 나섰지만 1.5단계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3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나온 1.5단계 조치 격상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1.5단계, 1단계와 뭐가 다른가요?"
코로나19가 다시 들불처럼 번지자 정부는 19일 0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를 1.5단계로 격상키로 결정했다. 2단계 조치는 서민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어 1.5단계 수준으로 우선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민의 불안감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1.5단계 조치가 1단계 조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확산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는 우려에서다. 오는 12월 결혼을 앞둔 김모씨(31)는 "결혼식 날짜가 다가올수록 확진자가 늘어서 초조한 마음이 든다"며 "이대로라면 3차 대유행이 돼서 50인 미만 결혼식을 하는 게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해서 상황이 악화되는 걸 막아줬으면 좋겠다"며 "1.5단계는 1단계와 무엇이 다른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1.5단계 조치는 중점관리시설인 △식당·카페 △유흥시설 5종 △노래연습장 △직접판매 홍보관 △실내 스탠딩공연장 등은 시설면적 4㎡당 1명으로 인원이 제한된다. 50㎡ 이상 일반음식점은 테이블 간 1m 거리두기나 좌석, 테이블 칸막이 설치 등을 준수해야 한다.
자영업자 사이에선 4㎡당 1명이라는 인원제한이 모호하다는 말도 나온다. 단체손님이 오면 같은 일행인데도 자리를 나눠 앉으라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푸념하는 이들도 있다.
서울 종로에서 20여년간 해장국집을 해온 60대 김모씨는 "코로나 국면이 장기화되면서 방역조치에 무뎌진 손님이 많다"며 "정부가 비현실적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안 지키면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하는데 자영업자로선 난감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매번 미적지근하게 대처하다가 이번에도 대유행으로 번지면 지원금을 준다고 선심 쓸 건가"라며 "당장 고통이 있더라도 강화된 방역조치를 유지했더라면 이렇게 악순환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도 갸우뚱 "2단계 가야 할 것"
1.5단계 조치에 의구심을 갖는 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단순히 인원비율을 제한하는 1.5단계 조치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확진자 수를 억제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감염 잠복기 이후 확진 판정을 받기까지 보통 10일 이상이 걸리는 만큼 지금의 확진자 수가 전부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 강화와 완화를 반복하는 사이 소규모 지역감염은 사회 깊숙이 침투해서 감염경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결국 2단계로 가야 할 것"이라며 "1.5단계 조치로 국민들이 스스로 활동을 줄이고 유행상황이 억제된다면 바람직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특히 "국민이 2단계 조치가 시행돼도 대비할 수 있도록 미리 암시를 주고 스스로 경각심을 갖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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