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 보물 지정 예고
'선원제전집도서 목판' 등 하동 쌍계사 목판 세 건도 보물로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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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승 평삼(評三) 등 화승 열여덟 명이 제작한 대형불화가 보물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과 하동 쌍계사에 있는 목판 세 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8일 전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은 순조 8년(1808) 화폭 스무 개를 붙여 만든 높이 10m 이상 크기의 대형불화다. 석가여래 삼존과 아난존자(아난타), 가섭존자, 6존 부처 등이 그려졌다. 화기에 '대영산회(大靈山會)'라는 화제가 있어 영산회(靈山會·석가모니가 영취산에서 법화경을 설법) 장면이 묘사된 것을 알 수 있다. 수화승 평삼이 수화승(首畵僧·불화를 제작한 승려 화가 집단에서 으뜸인 인물)에 오른 뒤 대단위 화승 열일곱 명과 합작해 만들었다.
이 문화재는 18세기 후반 괘불도 양식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 날씬한 신체와 둥근 얼굴에 가늘게 묘사된 이목구비, 어린아이에 가까운 얼굴, 화려한 문양과 두터운 호분(胡粉)을 덧발라 입체감을 준 기법, 적·녹·청·흰색 등을 조화롭게 사용한 점 등이 그렇다. 문화재청 측은 "전반적으로 18세기 전통 화풍을 계승하면서 색감, 비례, 인물 표현, 선묘 등에 19세기 화풍을 반영해 과도기적 양식을 보여준다"며 "불교회화사 연구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했다. "같은 시기 만들어진 괘불함도 옻칠 마감, 장석·철물로 장식한 형태 등이 잘 남아 있어 공예 가치가 뛰어나다"고 했다.
선원제전집도서 목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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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로 함께 지정 예고된 하동 쌍계사의 목판 세 건은 '선원제전집도서 목판'과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이다. 모두 2016년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발굴됐다.
제작 시기가 가장 이른 '선원제전집도서 목판(1603)'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저본(底本)으로 만들어졌다. '선원제전집도서'는 당나라 규봉 종밀의 찬술(撰述)인 '선원제전집' 100여 권에서 요점을 뽑아 다시 정리한 것이다. 판각에는 지리산과 조계산 일대에서 세력을 형성한 대선사(大禪師) 선수(善修)를 비롯해 승려 약 115명이 참여했다. 문화재청 측은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된 작품"이라며 "전래되는 동종 목판 가운데 가장 시기가 빨라 역사·학술·인쇄사 가치가 크다"고 설명했다.
원돈성불론 간화결의론 합각 목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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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고려 승려 지눌(知訥)이 지은 '원돈성불론(圓頓成佛論)'과 '간화결의론(看話決疑論)'을 선조 37년(1604) 능인암에서 판각해 쌍계사로 옮긴 불경 목판이다. '원돈성불론'은 지눌이 다섯 가지 질문에 답하는 문답형식 기술이다. 당나라 이통현이 저술한 '화엄신론(華嚴新論)' 사상을 토대로 교종의 용어, 개념, 가르침을 선종(禪宗)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목판은 한 판에 2~4장이 새겨진 형태다. 승려 약 스무 명이 판각과 교정에 참여한 사실이 '시주질(施主秩)'을 통해 확인된다. 문화재청 측은 "자료 희귀성과 판각 시기, 전래 현황 등으로 보아 연구 및 보존·관리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했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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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은 광해군 3년(1611) 여름 지리산 능인암에서 판각돼 쌍계사로 옮겨진 불경 목판이다. 세조 1년(1455) 주조된 금속활자인 '을해자(乙亥字)'로 간행한 판본을 저본으로 한다. '대방광불원각수다라요의경'은 부처와 열두 보살이 주고받는 문답 형식의 경전이다. 대승불교 사상과 체계적 수행 절차를 설명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널리 읽힌다. 목판 권5 말미인 제118장에서는 선수(善修), 태능(太能), 각성(覺性) 등 여러 승려의 이름이 확인된다. 판각질(板刻秩)에도 판각에 참여한 응준(應俊), 승희(勝熙) 등 쉰세 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문화재청 측은 "조성 당시 판각 조직체계는 물론 인력, 불교사상 경향, 능인암과 쌍계사의 관계 등 역사·문화적인 시대상을 조명하는 기록유산"이라고 평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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