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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조 왕비 '효의왕후' 한글 글씨 등 5건 보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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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 등 5건 보물 지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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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의왕후 어필 및 함-표지 및 오동나무 함.(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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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정조의 왕비 효의왕후 김씨의 한글 글씨인 '만석군전·곽자의전'을 비롯해 조선 시대 대형불화(괘불), 사찰 목판 등 5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8일 밝혔다. 왕후 글씨의 보물 지정은 2010년 '인목왕후 어필 칠언시'(보물 제1627호) 이후 이번이 두 번째이다.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은 정조(재위 1776~1800)의 비 효의왕후 김씨(1753~1821)가 조카 김종선(1766~1810)에게 '한서'의 '만석군석분'과 '신당서'의 '곽자의열전'을 한글로 번역하게 한 다음 그 내용을 1794년(정조 18) 필사한 한글 어필이다.

효의왕후는 이 두 자료를 필사한 이유에 대해 '충성스럽고 질박하며 도타움(충박질후)은 만석군을 배우고, 근신하고 물러나며 사양함(근신퇴양)은 곽자의와 같으니, 우리 가문에 대대손손 귀감(본보기)으로 삼고자 한 것'이라고 발문에서 밝혔다.

여닫이 뚜껑의 나무책갑에 보관됐고 '곤전어필'이라고 단정한 해서로 쓰인 제목 '만석군전'과 '곽자의전'을 필사한 본문, 효의왕후 발문, 왕후의 사촌오빠 김기후(1747~1830)의 발문 순으로 구성됐다.

이 한글 어필은 왕족과 사대부들 사이에서 한글 필사가 유행하던 18세기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자 한글흘림체의 범본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정제되고 수준 높은 서풍(書風)을 보여준다.

특히 왕후가 역사서의 내용을 필사하고 발문을 남긴 사례가 극히 드물어 희소성이 크며 당시 왕실 한글 서예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어 국문학, 서예사, 역사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제작 시기와 배경, 서예가가 분명해 조선시대 한글서예사의 기준작으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아울러 어필책을 보관해 온 오동나무 함 겉에는 '전가보장'(가문에 전해 소중하게 간직함), '자손기영보장'(자손들이 영원히 소중하게 간직함)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가문 대대로 전래된 역사성을 증명해주며, 원형 또한 잘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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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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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 및 함'은 1808년(순조 8) 수화승 평삼을 비롯해 18명의 화승들이 참여해 제작한 것으로, 20폭의 화폭을 붙여 높이 10m 이상 크기로 만든 대형불화다. 도상은 석가여래 삼존과 아난존자와 가섭존자, 6존의 부처를 배치한 간결한 구성이다. 화기에 '대영산회'라는 화제가 있어 영산회 장면을 그린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수화승 평삼은 40여년간 활동한 이력에 비해 남아 있는 작품이 약 11점으로 많지 않지만, 이 '옥천사 영산회 괘불도'는 그가 본격적으로 수화승이 돼 17명의 대단위 화승들과 합작해 제작한 대표작 중 하나이다.

날씬한 신체와 둥근 얼굴에 가늘게 묘사된 이목구비, 어린아이에 가까운 얼굴, 화려한 문양과 두터운 호분을 덧발라 입체감을 준 기법, 적색과 녹색, 청색과 흰색 등 다양한 색채를 조화롭게 사용한 점 등은 18세기 후반 괘불도 양식과 깊은 연관성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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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문화재청 제공)© 뉴스1


하동 쌍계사 소장 목판 3건도 보물 지정 예고 대상에 포함됐다. '전국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발굴해 낸 유물로, 2016년 조사한 경남 지역 사찰에서 소장한 목판 중 완전성, 제작 시기, 보존상태, 희소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것들이다.

예고 대상 중 제작 시기가 가장 빠른 '선원제전집도서 목판'은 지리산 신흥사 판본(1579)과 순천 송광사 판본을 저본으로 해 1603년(선조 36) 조성된 목판으로, 총 22판 완질이다. 판각에는 당시 지리산과 조계산 일대에서 큰 세력을 형성한 대선사 선수(1543~1615)를 비롯해 약 115명 내외의 승려가 참여했다.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고려 승려 지눌(1158~1210)이 지은 '원돈성불론'과 '간화결의론'을 1604년(선조 37) 능인암에서 판각해 쌍계사로 옮긴 불경 목판으로 총 11판의 완질이다.

목판은 1면에 2장 혹은 양면 4장을 판각해 1판에 2~4장이 새겨진 형태로, 총 11판의 완질이다. '시주질'을 통해 20여명에 이르는 승려들이 판각과 교정에 참여한 사실이 확인된다. '원돈성불론·간화결의론 합각 목판'은 병자호란(1636) 이전에 판각돼 관련 경전으로서는 유일하게 전래되고 있는 목판이다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은 1455년(세조 1)에 주조한 금속활자인 을해자로 간행한 판본을 저본으로 해 1611년(광해군 3) 여름 지리산 능인암에서 판각돼 쌍계사로 옮겨진 불경 목판으로, 총 335판의 완질이 전래되고 있다.

권5의 말미인 제118장에는 선수를 비롯한 태능(1562~1649), 각성(1575~1660) 등 여러 승려의 이름이 확인되며, 판각질에는 판각에 참여한 응준(1587~1672), 승희 등 승려와 김득림, 조응도 등 53명의 각수 이름이 확인된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지정 예고한 '효의왕후 어필 및 함-만석군전·곽자의전' 등 5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에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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