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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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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민정신 깃든 조선 해시계 '앙부일구' 미국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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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미국서 돌아온 앙부일구.(문화재청 제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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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조선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가 미국에서 돌아왔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지난 상반기 미국의 한 경매에 출품된 조선 시대 해시계인 '앙부일구'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을 통해 지난 6월 매입했다고 17일 밝혔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유물에 대한 정보를 지난 1월 입수해 면밀한 조사와 검토, 국내 소장 유물과의 과학적 비교분석 등을 진행했다.

코로나19로 인해 3~6월 수차례 경매가 취소되고 연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지난 8월 결국 매입해 국내로 들여오게 됐다. 이 앙부일구가 언제, 어떻게 해외로 반출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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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부일구는 하늘을 우러러 보는(앙) 가마솥(부) 모양에 비치는 해 그림자(일구)로 '때를 아는 시계'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조선 시대 과학 문화의 발전상과 통치자의 백성을 위하는 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이번에 환수된 앙부일구는 18세기에서 19세기 초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지름 24.1㎝, 높이 11.7㎝, 약 4.5㎏의 무게를 지닌 금속제 유물이다.

정확한 시간과 계절을 측정할 수 있는 조선의 우수한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동시에, 정밀한 주조기법, 섬세한 은입사 기법, 다리의 용과 거북머리 등의 뛰어난 장식요소를 볼 때 고도로 숙련된 장인이 만든 높은 수준의 예술작품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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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국가에서 관상수시(하늘을 관찰해 백성에게 절기와 시간을 알림)는 왕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였다. 앙부일구는 백성을 굽어 살피는 애민 정신을 담아 만든 조선 최초의 공중 시계로, 세종 대부터 조선 말까지 제작됐다.

세종대왕은 앙부일구를 처음으로 만들어 백성들이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종묘와 혜정교(지금의 서울 종로1가)에 설치하기도 했다.

현대 시각체계와 비교했을 때도 거의 오차가 나지 않으며, 절후(한 해를 스물넷으로 나눈 기후 표준점), 방위, 일몰시간, 방향 등을 알 수 있는 체계적이고 정밀한 과학기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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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높은 가치에도 불구하고 조선시대 과학 기기류는 기록으로만 전하는 것이 많으며, 이와 유사한 크기와 재질의 앙부일구는 국내에 불과 7점만 전하고 있다.

이번에 돌아온 앙부일구는 앞으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되며 자격루, 혼천의 등 기타 과학 문화재들과 함께 연구, 전시, 보고서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계획이다. 특히 17일 언론공개 이후 18일부터 12월20일까지 박물관 내 과학문화실에서 모든 국민에게 특별 공개할 예정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환수된 앙부일구는 서울의 위도에서 정확한 시간을 읽을 수 있도록 제작됐다"며 "이제 고국의 하늘 아래로 돌아와 비로소 정확한 시간을 알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번 환수가 가지는 의미는 더욱 뜻깊다"고 밝혔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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