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법에 호소하기 위해 법정 찾았다"
"'군인방 들어가라'는 게 가장 힘들었다" 말 못 이어
日정부 상대 위안부 손배소 변론 종결…내년 1월 13일 선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위안부 피해자이자 인권운동가인 이용수 할머니는 이 같이 답답함을 호소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사진=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부장판사 민성철) 심리로 11일 열린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6차 변론기일에서 이 할머니는 지난 2016년 시작된 이 재판이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된 것에 대해 재판부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이 할머니는 원고 측 변호인이 신청한 원고 당사자 본인 신문에 참석해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피해가 분명히 있었음을 회고했다. 이 할머니는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섰고, 진술하는 동안 숨이 찬 듯 말을 멈추기도 하고 당시 기억에 감정이 복받친 듯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이에 재판부는 수시로 이 할머니의 몸 상태를 살피기도 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나라 대 나라로서 해결해 주리라 믿었다. 그러나 일본 뿐 아니라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아무런 대책도 없어 이 억울함을 법에 호소하기 위해 법정을 찾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대만 위안소에 머물던 당시를 회상하면서 “군인이 칼로 찌르고 말을 듣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했다. 군인방에 들어가라는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특히 이 할머니는 지난 2015년 위안부 합의에 대해 “엄연히 피해자가 있는데 피해자에게 한마디 말없이 농담처럼 주고받은 말을 합의라고 한 것에 어처구니가 없고 분하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날도 피고 측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일본 정부는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자국의 국내법을 적용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주권(국가)면제’ 원칙을 들어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다. 이에 이 할머니 측은 주권 면제 법리를 이번 사건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날 이 할머니 측은 “일본 법원이 청구권 협정을 이유로 피해자들의 재판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주권 면제 법리가 숭고한 법리로 무조건 적용해야 하는 것이 아닌, 사건의 사정이나 배경 등을 검토해 적용 범위와 방식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과거 전통 질서에서는 국가 중심으로 국제법 질서가 편제됐지만, 현재 국제법 질서에서는 인권이라는 개인이 중요 주체로 부각되고 있다”며 “국가의 위법 행위로 피해 입은 개인에 대해 적절한 구제가 있어야 한다는 세계적 합의가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고 곽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숨진 피해자의 유족 20명은 지난 2016년 12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행정처가 보낸 소장을 반송하는 등 여러 차례 재판을 거부해 재판이 열리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해 3월 한국 법원이 일본 정부에 손해배상 소송 소장과 소송안내서 번역본을 공시송달해 같은 해 5월부터 송달 효력이 생겨 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재판부는 선고기일을 내년 1월 13일 오후 2시로 잡았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