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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시민 모금으로 세운 광양 '소녀상'이 상권 저해?… 이전 요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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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지역 상권 침체시 이전 검토" 합의로 갈등 봉합
한국일보

전남 광양시 광양읍 원도심상인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6일 평화의 소녀상 이전을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나흘만인 9일 자진 철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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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광양읍 한복판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을 두고 인근 상인들이 이전을 요구하고 나섰다.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상인들은 2년 전 설치 당시에도 시민단체와 갈등을 겪다 양측의 합의로 봉합됐지만 또다시 이전 문제가 불거져 논란이 예상된다.

10일 광양시 등에 따르면 광양읍 읍내리 역사문화관 앞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2018년 3월 1일 광양 시민이 모은 성금으로 세워졌다. 학교와 기업, 기관, 단체 등 130곳과 540여명의 개인이 참여했고 1억200만원의 성금이 모였다.

그러나 설치 당시부터 소녀상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광양읍 원도심상인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6일부터 '소녀상이 공간을 불법 점유했다', '시민의 휴식공간을 축소하고 행복추구권을 박탈하고 있다'는 등의 현수막을 내걸고 이전을 촉구했다. 현수막을 본 시민의 항의가 이어지자 상인들은 설치 나흘만인 9일 자진 철거했다.

소녀상 인근에서 40여년간 식당을 운영한 A씨는 "소녀상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립 목적상 소녀상 주변을 지날 때면 엄숙한 분위기가 조성돼 상권이 활기를 띄기 어려운 상황이다"며 "가뜩이나 경기가 침체돼 상인들의 불만이 크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2년 전 소녀상 설치 당시에도 이를 추진했던 시민단체가 인근 주민들과 사전 협의를 하지 않았다며 갈등을 빚기도 했다. 양측은 당시 소녀상 설치를 두고 지역 상권이 침체될 경우 이전을 검토한다는 내용으로 구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인회 관계자는 "건립 부지 확정 전에 인근 주민들과 논의가 전혀 없이 추진됐다"며 "원도심 거리는 수십 년 전과 달라진 게 없고 광양시의 활성화 대책도 미흡해 혹여 발전에 해가 될까 우려가 된데다 소녀상을 좀 더 넓은 장소로 옮겨 많은 사람이 봤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전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소녀상을 세운 시민단체는 역사문화관 일대가 최적지라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당시 3,000여명이 참여한 시민 여론조사를 통해 역사성과 접근성 등을 고려, 상인들과 합의해 최종 선정한 만큼 이전은 말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강필성 광양교육희망연대 대표는 "소녀상 때문에 상권이 위축되거나 지역 발전이 없다는 주장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설치 장소도 건립 당시 상인회와 협의했는데 뒤늦게 이를 번복하고 이전을 요구해 안타깝다"고 밝혔다.

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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