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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故박원순 시장 성추행 의혹

민주, ‘성추행’ 박원순·오거돈 후임 시장 후보 낸다… 86.6% 찬성(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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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찬성으로 ‘문재인 당헌’ 폐기
이낙연 “유권자 선택 존중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 유능한 후보 찾을 것”
野 “박원순·오거돈 성범죄 석고대죄하라”
서울신문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서울신문

내년 4월 보궐선거는 고(故) 박원순(오른쪽) 전 서울시장, 오거돈(왼쪽)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사유로 치러진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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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직원 성추행 사건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시장직을 사퇴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공백을 채우기 위한 내년 4월 보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시장 후보를 내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1일 이틀간 권리당원 투표를 진행한 결과, 압도적인 86.64%가 당헌 개정 및 재보선 공천에 찬성했다고 2일 밝혔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은 휴짓조각이 됐고 민주당은 1년 4개월 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초전이 될 서울·부산시장 선거를 치를 수 있게 됐다.

“‘후보 공천해 시민 선택이 책임정치’
지도자 결단 전폭적 지지”


민주당에 따르면 전체 권리당원 80만 3959명 가운데 21만 1804명(26.35%)이 투표에 참여해 86.64%가 찬성했고 13.36%가 반대했다.

지난 3월 비례연합정당 참여 투표(투표율 30%, 찬성률 74.1%), 5월 더불어시민당 합당 투표(투표율 22.5%, 찬성률 84.1%) 당시보다 높은 찬성률이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86.6%라는 압도적 찬성률은 재보선에서 공천해야 한다는 당원의 의지 표출”이라며 “재보선에서 후보를 공천해 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 책임정치에 더 부합한다는 지도부 결단에 대한 전폭적 지지”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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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회의에 앞서 최고위원들과 ‘2020코리아세일페스타’ 성공을 기원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중대 범죄 저질러도 후보 공천 가능해져
‘문재인 무공천 원칙’ 5년 만에 폐기


이낙연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울·부산 시민, 성추문 피해 여성에게 거듭 사과한 뒤 “유권자 선택권을 존중하는 것이 공당의 책임 있는 자세다. 철저한 검증과 공정한 경선으로 가장 도덕적이고 유능한 후보를 찾아 유권자 앞에 세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당원 투표 결과에 따라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체제 때 정치 혁신의 일환으로 도입된 ‘무공천’ 원칙은 5년 만에 폐기되게 됐다.

현행 당헌 96조 2항은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는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 있다.

당헌을 원칙대로 적용한다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문 의혹 등 민주당 소속 단체장의 귀책 사유로 치러지는 내년 4월 보궐선거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

그러나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유권자가 가장 많은 서울·부산에서의 공천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당의 지배적인 기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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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이낙연 “시장 후보 공천이 도리”
“유권자 선택권 지나치게 제한”


앞서 이낙연 대표는 지난달 29일 의원총회에서 내년 4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국민과 피해자에 사과한다면서도 “후보 공천을 통해 시민의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공천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는 “당헌에는 당 소속 선출직 부정부패 등 중대 잘못으로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을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면서 “당헌에 따르면 우리 당은 2곳 보선에 후보를 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대해 오래 당 안팎의 의견을 들은 결과, 후보자를 내지 않는 것만이 책임 있는 선택이 아니며 오히려 공천으로 심판을 받는 것이 책임있는 도리라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순수한 의도와 달리 후보를 내지 않는 것은 유권자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약한다는 지적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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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태년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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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 “실천 없이 당헌개정,
책임정치 역행, 투표로 책임 떠넘기기”


직후 현행 당헌에 ‘전당원 투표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아 공천 길을 열어주는 방안을 당원 투표에 부쳤다.

투표를 통해 당원들의 여론이 확인됨에 따라 민주당은 이날 당무위원회, 다음날 중앙위원회를 거쳐 속전속결로 당헌 개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이후 곧바로 중앙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 선거기획단 구성 등 본격적인 선거 준비에 돌입한다.

이와 함께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윤리신고센터와 젠더폭력신고상담센터를 열고 성인지 교육을 강화해 성 비위·부정부패 문제 발생을 방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공천 명분으로 ‘책임정치’를 내세웠지만, 무공천 원칙을 만든 뒤 사실상 실천한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당헌을 바꾸는 것은 오히려 책임정치에 역행한다는 비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다.

지난 4·15 총선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 결정에 이어 재보선 공천 같은 중요한 결정을 당원 투표로 확정하는 것도 책임 떠넘기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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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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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성추행 피소된 뒤 극단적 선택
오거돈, 성추행 인정 기자회견 후 사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지난 7월 9일 집무실 등에서 여비서가 성추행을 당했다며 박 전 시장을 고소한 다음 날 잠적한 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박 전 시장의 장례는 이후 서울시장장으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같은 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박 전 시장의 사망으로 사건이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만큼 진상규명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은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4월 23일 “여직원에 대해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한 데 대해 사과한다”며 성추행 사실을 시인하고 시장직에서 사퇴했다. 오 전 시장은 6개월 전 성추행 논란이 일자 “소도 웃을 일”이라며 “100억원대 소송을 내겠다”고 말해 적반하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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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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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김종인 “피해자에 대한 3차 가해”
“반성보다 ‘박원순 정신 계승’ 운운”


김종인 “진영 논리에 이성·양심 마비”

야권은 민주당의 당헌 개정을 맹비난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국민에 대한 약속을 당원들 투표만 가지고 뒤집는 것이 온당한 것인가. 피해자에 대한 3차 가해”라면서 “문 대통령도 당헌·당규 개정에 동의하는지 국민 앞에 분명히 입장 밝혀달라”고 촉구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재보선 공천 추진을 당장 철회하는 것이 피해자와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이며, 상식이라는 것을 명심하기를 바란다”며 이러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지금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피해자와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국정감사에서조차 박원순·오거돈 관련 증인은 다 막으며 권력형 성폭력을 조직적으로 옹호했다. 이제 당헌 (개정으로) 서울·부산시장 재보선 공천을 강행하려고 하니 참으로 기가 찰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권은 그동안 반성보다는 ‘박원순 정신 계승’ 운운하며 영웅 만들기에 몰두했다. 대대적인 추모행사를 하며 2차 가해를 하기도 했다”며 “진영 논리에 이성도 양심도 마비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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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일 오전 제50차 최고위원회의가 열린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25호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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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성범죄 석고대죄부터 하라”
“당원투표? 중국집 사장 모셔 놓고
중식, 일식 뭐가 낫냐 물어본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후보를 공천하려면 지도부가 박원순, 오거돈 두 사람의 성범죄에 대해 광화문에서 석고대죄하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내년 보궐선거에 기어이 후보를 내겠다면 두 가지 조건이 있다”면서 민주당 지도부의 사과와 함께 “세금으로 충당되는 선거비용 838억원 전액을 민주당이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안 대표는 선거 공천을 결정한 민주당의 전당원 투표에 대해서는 “중국집 사장님들 모셔놓고 중식과 일식 중 뭐가 낫냐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범죄자가 셀프 재판해서 스스로 무죄를 선고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당선자의 중대범죄로 인한 재보궐 선거의 경우 원인 제공 정당의 공직후보 추천을 당헌이 아니라 법률로 원천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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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모두 발언후 머리를 만지고 있다. 2020. 11. 2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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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혐의 피해자 대리인 김재련 변호사가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박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관련 직권조사 촉구 요청서를 들고 있다. 2020.7.28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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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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