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무죄 판결이 뒤집힌 것은 김 전 차관이 스폰서 사업가 최모씨로부터 8년 동안 신용카드와 상품권을 받아쓰는 등 4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유죄로 뒤집혔기 때문이다. 다만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성 접대를 받았다는 혐의, 2012년 사망한 저축은행 회장 김모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볼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1·2심은 성 접대 혐의는 공소시효가 지나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1년 만에 이례적으로 1심 무죄가 유죄로 뒤집히자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건 전개를 타임라인으로 정리해봤다. 문제의 동영상이 찍힌 2006년부터 14년 간 일어난 타임라인이다.
▲2013년 3월13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 임명
2013년 3월 박근혜 정부는 김학의 씨를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한다. 그 이후에 별장 성접대 의혹 등과 관련된 보도가 나온다. 당시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강원도 원주시 별장에서 이뤄진 낯 뜨거운 장면이 촬영된 문제의 동영상을 입수했는데, 속옷 차림의 남성이 한 여성과 노래를 부르다 성관계하는 동영상이었다. 당시 영상 속 남성은 김학의로 지목됐는데, 그에게 성접대를 한 인물은 건설업자 윤중천 씨로 알려졌다.
이 동영상은 2006년 중순에 찍힌 것으로 추정됐다. 이 동영상이 세상에 나오게 된 까닭은 뇌물을 주었던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부인이 간통 혐의로 한 여성을 고소했는데, 그 여성이 간통을 한 게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사건을 수사하던 와중에 동영상의 존재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향후 의혹이 제기되기를, 2013년 당시 경찰 수사팀이 직접 청와대에 증거가 명백하니 김학의 차관 임명에 대해 수차례 우려를 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청와대는 임명을 강행했다고 하는 의혹이 있다
▲2013년 3월21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 사퇴
김 전 차관은 의혹을 전면 부인하면서도 임명된 지 6일 만에 전격 사퇴했다.
경찰은 별장을 다녀간 고위층 인사 10여 명을 확인했다. 특히 건설업자 윤씨가 성 접대하는 과정에서 수십명의 젊은 여성들을 협박해 성폭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을 가지고 경찰에서는 혐의가 있다고 생각해서 7월 기소의견으로 송치를 했다.
▲2013년 11월11일: 검찰, 김학의 성범죄 무혐의 처분
진상 규명의 공이 검찰로 넘어갔으나 11월 검찰은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씨에 대해 성접대 사건과 관련하여 잇따라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이 성접대 사실과 동영상 촬영을 부인한다는 점, '동영상 속 여성의 신원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하지만 검찰의 '제 식구(김학의 전 차관) 감싸기'로 소극적 수사가 이뤄졌다는 문제제기는 계속된다.
▲2014년 7월8일: '성범죄 피해 주장' A씨, 김학의·윤중천 검찰 고소
2014년 7월 윤중천씨에게서 김학의에 대한 성접대를 강요받았다는 여성 A씨가 나타나 윤중천과 김학의를 검찰에 고소했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김학의씨는 그 별장에서만이 아니라 여러 차례에 걸쳐서, 그리고 여러 장소에서 상당기간 동안 그녀를 준강간했다.
▲2014년 12월31일: 검찰, '김학의 성범죄 의혹' 2차 수사도 무혐의
당시 검찰은 A씨가 윤중천씨에게 2억원 가량의 경제적 실리를 취득한 점,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한 다음 윤씨와 여행을 간 점을 들어 무혐의 처분을 또 내렸다. 2차 수사에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검찰에 대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사건은 향후 '검찰개혁'의 중요한 명분이 된다.
▲2017년 12월1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 발족…산하 진상조사단 설치할 것
▲2018년 4월23일: 과거사위원회,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 진상조사단에 정식조사 권고
2018년 4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발족되자 김학의 사건을 다시 검토하기로 한다.
▲2019년 3월18일: 문재인 대통령, 김학의·장자연 사건 철저수사 지시
2019년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에 의한 재조사 과정을 거치면서 당시 수사과정에서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 밝혀진다. 2013년 당시 경찰이 김 전 차관의 성접대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의 명확한 동영상을 추가 확보했었고 이를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2019년 3월27일: 박영선 "황교안 법무장관 만나 '김학의 동영상' 언급하며 임명 만류"
▲2019년 3월23일: 김학의, 한밤 출국 시도하다 제지…긴급 출국금지
▲2019년 4월12일: '별장 성접대 동영상' 고화질 보도
YTN에서 단독으로 고화질 동영상을 입수하여 일부를 공개하고, 동영상 속 인물이 김학의와 동일인일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했다.
▲2019년 5월16일: 김학의 구속…"증거인멸·도주 우려"
▲2019년 6월4일: 수사단, 김학의·윤중천 구속 기소
▲2019년 11월15일: 윤중천, 징역 5년6개월 및 추징금 14억8739만원 선고
▲2019년 11월22일: 김학의, 1심 무죄 석방…"시효 지났고 증거도 부족"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정계선 부장판사)는 2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학의 전 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6년 8개월 만에 첫 사법 판단이다.
1심에서 1억원의 제3자 뇌물수수죄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되면서 성접대와 3000여만원 수뢰 혐의까지 아예 판단 대상에서 제외됐다. 1억 미만의 뇌물수수 혐의는 공소시효가 10년인데 무죄로 판단된 금액을 제외하면 1억원에 못 미쳐 이미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것이다.
그동안 동부구치소에 수감돼 있던 김학의 전 차관은 이날 무죄가 선고됨에 따라 석방됐다.
▲2020년 5월29일: 윤중천, 2심도 징역 5년6개월 및 추징금 14억8739만원 선고받고 항소 기각당함
▲2020년 10월28일: 김학의, 2심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500만원, 추징금 4300여만원 선고…법정구속
별장 성접대 의혹이 제기된 지 7년 7개월 만에 나온 첫 법원의 유죄 판단이다. 김 전 차관 측이 상고할 의사를 밝혀 대법원의 최종 판단만이 남게 되었다.
[박윤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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