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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건강한 우리집] 원기 북돋우는 녹용, 발효했더니 영양가·흡수율·효능 더 좋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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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 녹용의 건강학

중앙일보

녹용을 발효하면 풍미가 좋아지고 강글리오사이드 등 유효 성분의 체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환절기에는 달라진 환경에 몸이 적응하느라 신체 리듬이 깨지기 쉽다. 같은 일을 해도 쉽게 지치고, 면역력이 떨어져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대에 체력·면역력을 높이려면 규칙적인 운동과 더불어 건강에 이로운 영양소를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로부터 녹용은 원기 회복의 대명사로 꼽혔다. 전통 한의서인 『동의보감』『본초강목』을 비롯해 수많은 문헌에 기록이 전해질 만큼 탁월한 효능을 인정받는다. 83세까지 장수를 누린 조선 21대 임금 영조도 녹용이 포함된 보약을 늘 챙겨 먹었다고 전해진다. 혈과 양기를 보충하는 효과가 뛰어나 특히 환절기 약해지기 쉬운 근골격계·호흡기 건강에 큰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녹용의 효능을 한 단계 높인 ‘발효 녹용’이 주목받는다.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각종 효소 등 미생물이 녹용의 건강 가치를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녹용을 발효할 경우 첫째,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녹용을 발효하면 세포 간 결합이 끊어지면서 분자 구조가 단순해진다. 한약 내 전분이 효소에 의해 분해돼 당이 만들어지는 식이다. 이를 통해 쓴맛이 줄고 풍미가 개선돼 한층 먹기 편해진다. 장내 유익균 증식을 도와 소화력도 높일 수 있다. 경희대 약대 연구팀이 녹용의 발효 여부와 장내 미생물의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발효 녹용을 투여한 쥐의 장내 유산균 비율은 37%로 일반 녹용을 투여한 쥐(26%)보다 10% 이상 높았다.



발효 후 대표적 유효 성분 88% 증가



둘째, 녹용의 영양학적 가치가 배가된다. 녹용을 발효하면 녹용의 약리 활성 성분을 가진 입자가 잘게 쪼개지면서 세포 속에 남아 있던 영양 성분까지 추출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녹용의 총 유효 성분은 발효 전 588.3㎍/ml에서 발효 후 1202.6㎍/ml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녹용의 대표적인 유효 성분인 강글리오사이드 함량은 7.9㎍/ml에서 14.9㎍/ml로 88.6% 증가했다. 강글리오사이드는 체내 노폐물을 흡착해 체외로 배출하는 성분으로 특히 뇌 회백질에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녹용이 뇌세포 발달과 혈행 개선, 면역력 향상에 도움되는 이유다. 이 밖에도 조골세포 등 성장 촉진에 관여하는 판토크린 함량도 발효 전 211.1㎍/ml에서 발효 후 276.8㎍/ml로 31% 증가했다.

셋째, 발효 과정을 통한 부수적인 건강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경희대 연구진은 대장암에 걸린 쥐를 세 개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사료만, 나머지 두 그룹은 각각 사료에 녹용 추출물과 발효 녹용 추출물을 섞어 8주 동안 섭취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장암 발생과 밀접한 다섯 가지 이상의 병소 생성 억제 효과가 발효 녹용을 투여한 그룹이 가장 우수했다. 연구진은 “녹용을 발효시킴으로써 생리 활성 물질이 보다 많이 추출됨과 동시에 발효에 의해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생성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미생물 발효와 두 차례의 정밀 여과 과정을 거치는 만큼 농약·중금속과 같은 독성 물질에 대한 걱정도 덜 수 있다.

단, 발효 녹용의 효능을 충분히 얻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종균을 따져야 한다. 버섯 균사체에서 선별한 독특한 종균(바실루스 리케니포르미스)을 이용해야 미생물이 빠르게 증식해 녹용의 유효 성분을 효과적으로 숙성시킬 수 있다. 다른 종균은 균사체의 밀도가 낮아 발효가 덜 진행될 수 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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