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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여행·외식해라” vs “모임 자제하라”… 시민들 “어쩌란 건가”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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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30% 할인, 외식 3회 하면 4회차에 1만원 할인

핼러윈엔 ‘경고’, 여행엔 ‘할인’… “오락가락 아닌가”

당국 “방역과 의료 역량 고려해 결정… 탄력적 운영”

세계일보

지난 24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 승객들이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정부가 30% 숙박 할인 혜택 등을 포함한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지급을 오는 30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내수 경제를 살리자는 의도다.

하지만 사실상 시민들에게 ‘집 밖으로 나가라’고 종용하는 이번 내수 소비 진작 대책을 놓고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 골프모임, 식당 등에서 소규모 집단감염이 잇따라 정부가 시민들에게 ‘주의’를 요구하는 가운데 여행과 외식을 부추기는 할인 대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여행 30% 할인, 외식 3회 하면 4회차에 1만원 할인 등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8일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등 관광 내수 재개 방안’에 대한 논의를 거쳐 숙박·여행·외식 할인권 지급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1112개 국내 여행상품 가격을 30% 할인해주는 ‘여행 할인권’을 제공한다. 또한 3회 외식을 하면 4회차에 1만원을 환급해주는 외식할인지원 캠페인도 시행한다.

다음 달 4일부터는 여행자 100만명에게 3만원, 4만원 할인권을 제공하는 숙박 할인도 재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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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출발한 아시아나항공 ‘A380 한반도 일주 비행’ 항공기에 탑승한 승객들이 이륙 후 항공기가 1만피트 상공 안전 고도에 다다르고 기내식 서비스가 시작되자 즐거운 표정으로 점심식사를 즐기고 있다. 공항사진기자단


28일부터 ‘근로자 휴가지원 사업’을 시작하고, 오는 30일부터는 ‘농촌관광 상품’ 사업을, 다음 달 4일부터는 ‘유원시설 이용 할인’을 각각 재개한다.

정부는 이로써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큰 피해를 본 외식업과 숙박, 문화산업 등에 1조원 상당의 소비 진작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어느 장단에 맞추란 건가”… ‘핼러윈데이’엔 ‘경고’, 여행엔 ‘할인’

하지만 일부 시민은 정부의 이번 대책에 의구심이 든다는 반응이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소규모 모임 등을 통한 집단 감염이 확산하고 있고 오는 31일 ‘핼러윈데이’에 맞춰 방역당국이 유흥시설 이용 자제 등을 권고하는 상황에서 외부 활동이 동반되는 소비를 늘리기 위한 할인권을 주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다.

자녀가 둘인 ‘워킹맘’ 윤모(38)씨는 28일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에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불편하고 답답해도 되도록 외식과 외부 모임도 자제하며 지내고 있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행가는 사람들 사진이 올라오면 ‘생각 없다’고 욕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나서서 할인권을 뿌린다니 어이가 없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이날 0시 기준으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103명 늘어 누적 2만6146명이라고 밝혔다. 전날(88명)보다 신규 확진자 수가 15명 늘어 또 다시 100명대로 올라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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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1단계로 완화한 지난 12일 이후 일별 확진자 수는 98명→91명→84명→110명→47명→73명→91명→76명→58명→89명→121명→155명→77명→61명→119명→88명→103명 등으로 두 자릿수를 쉽사리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근 경기 용인시의 한 골프장에서 열린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 동문 골프모임과 식당에서의 식사 등이 소규모 집단감염의 근원으로 지목받는 상황이라 여행과 외식 할인이 감염자 수 폭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지난 22일 첫 환자(지표환자)가 나온 동문 골프모임은 28일 기준 총 42명의 누적 확진자를 기록했다. 강원도 원주에서는 앞서 확진된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을 통해 전날 7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 중에는 초등학생 2명도 포함돼 있어 방역당국이 해당 학교를 임시 폐쇄하고 학생과 교직원 450여 명에 대해 전수 검사를 진행키로 한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검사 진행에 따라 추가 확진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방대본 “방역과 의료 역량 감안한 결정… 탄력적 운영 계획”

정부는 현재까지 대규모 감염이 재현되지는 않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따라 사업 일정을 조정할 수도 있다며 가능성도 열어뒀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현재까지 대규모 확산이 억제되고 있고, 방역과 의료 역량을 확충해 큰 문제 없이 대응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상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해당 사업을) 중단, 예약취소, 연기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의 산발적인 집단감염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할인권 지급 재개에 따른 우려가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관광·외식업계가 더 철저하게 방역상황을 점검하고 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오는 30일부터 11월 21일까지를 ‘관광지 특별방역 점검 기간’으로 정하고 주요 관광지에 220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방역 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지역관광협회와 합동으로 방역 상황을 점검하고 숙소, 관광시설, 식당 등에 방역 수칙을 안내할 예정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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