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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1년 걸려 못한 일, 트럼프 1개월 만에 해치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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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임기 1년 남은 대통령, 대법관 임명 안 돼”

이번엔 트럼프 손 잡고 배럿 대법관 인준 밀어붙여

‘야당→여당’ 공화당의 내로남불에 민주당 “너무해”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딱 1개월 걸렸다. 사망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전 미국 연방대법관 후임 후보자로 지난 9월 26일(이하 현지시간) 지명된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가 한 달 만인 26일 대법관 취임 선서식을 가졌다. 이런 전광석화 같은 인사 절차 진행의 뒤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그리고 여당이자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이 있다.

민주당과 진보 진영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년 가까이 걸려도 하지 못했던 일을 트럼프 대통령은 불과 1개월 만에 해치웠다”는 푸념이 나온다. 그러면서 4년 전 야당이던 시절과 태도가 180도 달라진 공화당의 ‘내로남불’을 규탄하는 모습이다.

◆‘야당’ 공화당, 2016년엔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 안돼”

오바마 행정부 시절인 2016년 2월 앤터닌 스캘리아 당시 대법관이 갑자기 사망했다. 스캘리아는 미국의 대법원장·대법관 9명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인물이었다. 그의 후임으로 진보 성향 법조인이 부임하면 대법원 내 보수 대 진보 판세가 뒤바뀔 수도 있어 공화당에 ‘비상’이 걸렸다.

공화당은 대선이 약 9개월 남은 점에 착안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향해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대통령이 앞으로 20∼30년 재직할 수 있는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견제구를 날렸다. 미국에서 대법관을 포함한 연방판사는 ‘종신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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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3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왼쪽)이 새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한 메릭 갤런드 판사와 함께한 모습. 미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반대로 갤런드 판사는 결국 대법관이 되지 못했다. 연합뉴스


오바마 대통령은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인 메릭 갤런드 고등법원장을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하지만 야당인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은 꿈쩍도 안 했다. 인준안 표결은 고사하고 법사위 인사청문회 일정조차 잡을 수 없었다. 결국 갤런드 법원장은 2016년 말까지 거의 1년 동안 ‘대법관 후보자’ 꼬리표를 달고 다녀야 했다.

그러다가 그해 11월 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며 갤런드 법원장은 ‘후보자’ 지위마저 잃고 강제로 퇴장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여보란 듯 보수 성향의 닐 고서치 판사를 새 대법관에 임명했다.

◆‘여당’ 공화당, 트럼프와 손잡고 野 반대하는 배럿 대법관 인준 강행

긴즈버그 전 대법관이 사망한 것은 지난달 18일의 일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채 2개월도 되지 않았다. 상원 다수당은 여전히 공화당이다. 달라진 것은 공화당이 이제는 야당이 아닌 여당이란 점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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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신임 연방대법관의 취임 선서식. 왼쪽부터 배럿 대법관, 배럿 대법관 남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 연합뉴스


4년 전에는 “임기가 1년가량 남은 대통령이 무슨 대법관 임명이냐”고 오바마 대통령의 임명권 행사를 가로막았던 공화당이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새 대법관 임명권 행사는 당연하다고 선언했다. 되레 “대법관 후보자가 지명되면 신속히 청문회 등 인준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긴즈버그 사망 후 열흘도 안 돼 보수 성향의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새 대법관 후보로 지명했다. 배럿은 마침 4년 전에 사망한 스캘리아의 법률연구원(로클럭·law clerk)을 지낸 묘한 ‘인연’이 있다. 그리고 후보자 지명 1개월 만에 상원에서 찬성 52표 대 반대 48표로 인준안이 통과돼 대법관에 취임하게 됐다.

민주당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1년 가까이 걸려도 하지 못한 일은 트럼프 행정부는 불과 1개월 만에 해치운 것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그리고 이를 가능케 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내로남불’을 규탄하는 모습이다. 오는 11월 3일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겨룰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법개혁위원회를 꾸려 연방대법원 등 미국 사법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검토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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