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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별세…베트남 국민의 댓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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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 재계를 대표하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5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별세했다. 향년 78세.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쓰러진 뒤 6년 만이다. 사진은 2012년 베트남 사업장에 방문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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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짜오 베트남-112]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별세 소식은 베트남 언론에서도 비중 있게 다뤘습니다. 삼성이 베트남의 최대 투자 기업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예정된 결과일까요. 삼성전자는 연간 3억대 넘게 생산하는 스마트폰 중 절반가량을 베트남에서 만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베트남 법인이 수출하는 액수가 베트남 전체 수출에서 2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죠. 삼성 관련 일로 가족을 부양하는 사람이 많아서일까요. 삼성을 대표하던 이 회장의 죽음은 현지 언론의 메인 기사로 속속 올라갔습니다.

어떤 나라든지 올드 미디어들이 기업인의 죽음을 다루는 방식은 비슷비슷할 것입니다. 부고 기사를 이상하게 쓰는 미디어는 없죠. 그렇지만 불특정 다수가 다는 댓글은 다릅니다. 베트남이 삼성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날것 그대로를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 네티즌이 쓴 댓글을 보고 적잖게 놀랐습니다. 많은 베트남 국민이 매우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놓았더라고요. 얼마 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베트남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2018년 말에도 한 차례 베트남을 찾은 바 있지요.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와 이 부회장이 만난 소식은 현지에서도 톱 뉴스로 보도될 만큼 관심이 높습니다. 삼성이 베트남에 오래전부터 관심을 많이 쏟은 것을 베트남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상 깊은 댓글을 몇 개만 추려 정리해보았습니다.

"가족에게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한국과 재능이 많았던 그(이 회장)에게 작별 인사를 한다."

"'아내와 자식을 뺀 모든 것을 바꾼다' 이걸 본 사람은 누구라도 이 회장의 삶이 어떤지 이해할 것이다."

"그는 사회와 많은 사람들을 도왔다. 우리 집 역시 많은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삼성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그를 통해 혜택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뛰어났습니다."

"또 하나의 위대한 사람이 사라졌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가족에게 깊은 애도와 기도를 보내 주시기 바랍니다. 평화롭게 쉬기를 바랍니다."

"삼성의 성공은 한국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인재를 육성하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그는 인류와 그들의 나라를 위대한 유산으로 남겼습니다."

"삼성은 말 그대로 제국입니다. 저는 '삼성시티'를 방문했고, 그 위대한 사업에 정말 압도당했습니다. 마치 미니어처 도시 같아요."

"그는 아이폰과 치열한 경쟁을 벌여 안드로이드를 번영시켰다. 나는 안드로이드가 삼성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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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사업장 방문한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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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을 읽어보면 삼성이 어떤 기업인지에 대해 꽤 깊이 이해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단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내와 자식 빼고 모든 것을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책을 통해 읽은 독자가 남긴 댓글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에 삼성이 미친 영향을 정확하게 짚어낸 댓글 역시 눈여겨볼 만합니다. 사실 아이폰 출시 이후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적의 행보를 달릴 때 삼성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고 반격의 신호탄을 날리지 않았다면 지금의 안드로이드 생태계는 이렇게 번성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삼성은 자체 OS인 '바다'를 탑재한 스마트폰, 마이크로소프트 OS인 '윈도OS'를 탑재한 스마트폰 등 다양한 제품을 내놓고 무엇이 아이폰 대항마로 적격일지 많은 실험을 했습니다. 그 와중에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결국 삼성과 구글이 손잡고 번영시킨 안드로이드가 시장 주류로 자리를 잡았기에 모바일 OS로 안드로이드가 넘버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이 회장의 공이라고 볼 수야 없지만 삼성에 대해 꽤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이 이 회장 추모 댓글을 단 것입니다.

"위대한 사람이 사라졌다" "우리 집도 삼성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며 애도의 뜻을 표한 댓글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베트남 사람들은 삼성이란 기업에 대해 감사의 뜻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돈을 대하는 태도와 사회 활기를 보면 한국보다 훨씬 자본주의적인 색깔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성공한 기업인에 대해 질시의 시선을 보내는 문화도 별로 없습니다. 그 대신 "나도 돈을 벌어 성공하고 싶다"는 활력이 좀 더 강한 나라죠.

별세한 이 회장이 '삼성의 모든 것을 다 만들었다'는 영웅주의적 관점은 세상을 떠난 이 회장조차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삼성을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는 것은 확실한 사실입니다. 모든 사람은 '공'과 '과'가 있고 이 회장도 사람이니 공과 과가 있습니다. 이 회장 별세 소식을 듣고 이 회장의 '공'에 집중해 추모하는 베트남 사람들 댓글을 보고 있자니 베트남이란 나라가 기업인을 그리고 기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연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한국에 만연한 반기업 정서에 대해서도 한번 더 돌아보게 됩니다. 기업이 때로는 정경유착을 하고 부조리를 저지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이 있어야 부가가치가 생기고 국격도 올라갑니다. '나도 기업인이 되고 싶다' '사업에 성공하고 싶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가득 해야 살아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직업으로는 '공무원', 돈을 버는 수단으로는 '부동산 투자'가 리스트 상단에 들어선 지 꽤 오래된 늙은 나라가 된 게 아닐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마지막으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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