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 즐겨찾던 40년 전통 찻집
3000장 LP 레코드 클래식 감상실
‘천재 화가’ 이인성 발자취도 남아
‘천재 화가’ 이인성의 발자취가 대구에 남아있다. 북구 산격동에 있는 이인성 사과나무거리. 산격동 아파트 두곳의 담벼락엔 그의 대표작 12점이 벽화로 재현돼 있다. ‘해바라기’ ‘가을 어느 날’ 등 어느 한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사진 대구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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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문학과 예술의 도시다. 찾아가 챙겨볼 곳이 넘쳐난다. 문학·예술 도시 대구를 제대로 느끼려면 ‘찻집’에서부터 감성 찾기를 시작하면 된다.
중구 종로2가 진골목. 1980년 문을 연 40년 전통의 ‘미도다방’이 그 출발지다. 낡은 다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진한 대추맛이 일품인 쌍화차를 마시는 어르신들을 볼 수 있다.
4000원하는 쌍화차. 미도다방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미약차를 마시며 종이에 시 한 구절, 삽화 하나를 그리는 어르신들을 만날 수 있다.
중구 종로2가 진골목. 1980년 문을 연 40년 전통의 ‘미도다방’. [사진 대구시] |
대구·경북 문화 예술인, 고위 공직자 중 미도다방 차를 안 마셔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곳이다. 그래서 지금 미도다방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어르신들은 예전 대부분 ‘한가락’하던 시인, 화가, 공무원 등이다. 미도다방의 역사성을 보여주듯, 다방 입구엔 2000년 전상렬 시인이 쓴 시 ‘미도다방’ 전문이 걸려있다.
국내 첫 고전음악(클래식) 감상실인 ‘녹향(綠香)’은 음악을 사랑하는 대구의 흔적이다. 녹향은 ‘음악의 향기가 녹음처럼 우거져라’는 의미다. 클래식 애호가인 이창수(2011년 작고)씨가 1946년 대구시 중구 향촌동에 문을 연 이후 68년간 손님을 맞았지만 지난 2014년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하지만 녹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차를 파는 것만 중단하고, 마지막 모습을 재현, 다시 클래식 애호가를 맞고 있다.
대구시와 중구청이 중구 향촌동에 만든 ‘대구문학관·향촌문화관’ 지하 1층에 옛 모습을 그대로 옮겨 명맥을 잇고 있다. 130㎡ 규모의 새 녹향에는 이전에 사용하던 의자와 피아노 등이 놓여 있다. 무대용 단상에는 이씨가 1940년대 구입한 영국제 스텐토리안 스피커도 있다.
뮤직박스에는 3000여 장의 낡은 LP 레코드가 빼곡히 꽂혀 있다. 40년대 말에 발표된 베토벤 교향곡 전집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집 등의 표지는 60여 년이 지난 지금 빛이 바래 온통 누런색이다. 6·25전쟁이 나면서 서울의 문인 등 예술가들이 대구로 피란왔다. 녹향은 이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했다. 시인 유치환·조지훈·박목월·양명문, 국문학자 양주동 등이 단골이었다. 화가 이중섭은 구석에 앉아 담배 은박지에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한다.
‘천재 화가’ 이인성의 발자취도 대구에 남아있다. 그의 천재성이 빛나는 그림을 벽화로 채운 ‘골목’이 있다. 대구시 북구 산격동에 있는 이인성 사과나무거리다. 산격동 아파트 두 곳의 담벼락엔 그의 대표작 12점이 벽화로 재현돼 있다. ‘노란 옷을 입은 여인’ ‘카이유’ ‘해바라기’ ‘소녀’ ‘자화상’ ‘가을 어느 날’ 등 어느 한 점도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아름답다. 대표작 ‘사과나무’도 물론 있다. 12점의 벽화는 높이가 2~3m 이상이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대구미술관 등에 있는 그의 원본 작품보다 보는 맛이 더 좋다”고 했다. 이인성은 일본 유학 전까지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산격동은 그가 10대 때 찾아와 그림을 그렸던 장소다.
달성공원은 대구 시민이면 누구나 가 본 명소다. 그런데 이 달성공원도 문학과 예술 감성이 공존한다. 달성공원이 토성(土城)이란 사실에 기초해서다. 달성공원 옆 비산동에선 아직도 청동기시대 유물이 나온다고 한다. 토성과 청동기 시대 유물.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아름다운 광경 탓에 사색에 빠져 산책하는 예술인들이 유독 많다고 한다.
달성공원 옆 비산동은 1등 K팝 전도사인 BTS 뷔가 태어난 곳이다. 달성공원엔 뷔가 기념사진을 찍은 향나무가 있어 유명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삼덕동 벽화거리와 이상화 생가 및 고택, 수창청춘맨션, 대구예술발전소 등도 문학과 예술도시 대구를 대표하는 장소다. 골목골목 볼거리가 가득한 색다른 대구를 많은 이들이 경험했으면 한다”고 전했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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