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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사설] 초일류기업 일군 이건희 회장의 혁신 정신 되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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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투자로 반도체 1위 우뚝

애니콜·갤럭시 등 각종 신화 창출

삼성, 새로운 성장동력 찾아야

세계일보

1993년 미국의 격주간 종합경제지 포춘과 인터뷰하는 이건희 회장. 삼성 제공


삼성을 27년간 이끌어온 이건희 회장이 어제 별세했다. 이 회장은 2014년 5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재활치료를 받아 왔으나 끝내 병상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는 남다른 통찰력과 혁신경영으로 삼성을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키워 한국 경제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기술 불모지에서 과감한 투자로 반도체 신화를 일궜고 품질경영으로 각종 신화를 쉼 없이 써갔다. 기업 발전사를 돌아보면 창업자 못지않은 후계자가 기업을 반석에 올려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서게 하는 사례가 간혹 등장한다. 고인은 그런 찬사를 받아도 손색이 없다. 주요 외신들도 “삼성전자를 글로벌 거인으로 변모시켰다”고 했다.

그의 경영철학은 1993년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에 집약돼 있다. “지금처럼 해봐야 일류가 될 수 없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고 했다. 1995년 이 회장이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에 2000명의 직원을 모아놓고 150억원 규모의 무선전화기 15만점을 불태운 ‘눈물의 화형식’은 완벽주의를 상징하는 일화로 남아있다. 그 후 삼성의 ‘애니콜’ 신화가 국내시장을 휩쓸고 세계로 뻗어나가 ‘갤럭시’ 신화로 이어졌다. 이 회장이 경영을 맡은 지난 27년간 그룹의 매출은 34배, 시가총액은 350배나 뛰었다. 임직원도 10만여명에서 42만명으로 급증했다. 그의 신경영 없이 오늘의 삼성을 상상하기 어렵다.

그에게도 어두운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정경유착’ ‘황제경영’ ‘삼성공화국’이라는 음습한 단어가 이 회장을 괴롭혔다. 검찰과 특검 수사를 한 차례씩 받으며 홍역을 치렀다. 2008년에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촉발된 특검의 삼성비자금 수사 탓에 경영 2선으로 물러나기도 했다. 개인적 취향을 앞세운 자동차 사업 진출은 참담한 실패로 끝났다. ‘세습 경영’을 이어가기 위한 편법 동원은 삼성의 족쇄로 남아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편법·불법이라는 이유로 재판을 받고 있다.

고인의 업적을 계승해 발전시키고 어두운 그늘을 걷어내는 게 남은 이들의 몫이다. 이 회장이 생전에 늘 강조한 것처럼 기업은 위기 아닌 때가 없다. 지금의 삼성도 마찬가지다. 이 회장이 없는 삼성의 경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게 급한 일이다. 기업 혁신은 이제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삼성뿐 아니라 국내 기업 모두 고인의 도전·혁신 정신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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