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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공수처장 추천위 가시화…야당 ‘믿는 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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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
국민의힘, 막판 2명 내정
야당 몫 위원 2명 반대 땐
후보 추천 불가능한 구조
“여당에 맞춰주지 않겠다”

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을 선정하며 공수처 설치로 가는 길목이 열렸다. 더불어민주당이 26일로 시한을 못 박아 “추천위원 선정을 마치라”고 최후통첩을 하자 야당이 추천위원 2인을 내정하면서 일단 추천위원회 출범이 가시화한 것이다. 하지만 야당의 추천위원 내정은 시간 끌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수처법은 공수처장 추천 과정에서 야당의 비토권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공수처 출범까지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야당이 비토권을 행사한 뒤, 여당이 야당의 비토권을 없애는 내용으로 법안을 개정할 경우 여야 협상은 난항에 빠지게 된다.

국민의힘은 25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대검찰청 차장검사 출신인 임정혁 변호사와 대한법률구조공단 이사장을 지낸 이헌 변호사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26일에 내정자를 확정 발표할 계획이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내정한 것은 울며 겨자 먹기식 선택이다. 끝내 추천위원을 선정하지 않을 경우 민주당이 야당의 추천위원 몫 자체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법안을 개정할 것을 우려해 일단 참여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국민의힘이 원천 배제보다는 시간 끌기를 선택했다고 평가한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늦었지만 다행”이라면서도 “공수처장 추천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키는 도돌이표식 지연전술로 공수처 출범이 늦어져서는 안 된다”며 야당의 시간 끌기 전략을 우려했다.

실제 급한 불을 끈 야당의 다음 카드는 2명의 야당 몫 추천위원을 활용한 비토권 행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행 공수처법은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공수처장을 추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즉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공수처장 추천 자체가 안 되는 구조다. 국민의힘 고위 관계자는 기자와 만나 “(공수처 출범 과정에서) 민주당의 시간에 맞춰 주진 않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오히려 국민의힘이 추천위원을 내정한 것에 난감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법적으로 후보 추천위원회의 비토권을 통한 추천 지연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대비책으로 후보 추천위원회 구성과 별개로 공수처법 개정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개정안은 공수처장 추천 조건을 ‘후보 추천위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안이다.

하지만 야당이 당장 추천위원을 공식 발표하면 여당이 곧바로 개정안을 내놓기는 쉽지 않다. 일단 야당이 절차에 따르겠다고 나온 상황이라 여론전에서 불리할 수 있다. 게다가 여당이 개정안을 내놓게 되면, 앞서 국민의힘이 발의한 개정안과 함께 심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여당 의석이 압도적인 만큼 처리는 가능하지만 야당 개정안이 나와 있는 만큼 병합 심사에 또 시간을 뺏길 수 있다.

국민의힘 법제사법위원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추천위원회가 출범하고 공수처장 후보 추천 과정을 거치고, 그러다 안 되면 여당은 다시 법안을 개정하는 식으로 시간만 갈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에선 올해 안에 공수처 출범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민심 이반은 물론이고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다른 입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읽힌다. 당 관계자는 “후보 추천위가 꾸려져도 공수처법 개정안을 법사위 에서 계속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박홍두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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