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 연합뉴스 |
[스포츠서울 동효정 기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별세했다. 급성심근경색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지 6년 만이다. 이 회장은 탁월한 경영능력과 승부사 기질로 세계적인 기업 삼성을 만들어 낸 집념의 경영인으로 평가받는다. 이 회장은 “항상 일등이 돼야 한다”는 ‘제일주의’를 강조했다. 집념과 승부욕이 삼성그룹을 국내 재계 부동의 1위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가 남긴 명언 속 담긴 경영철학을 되짚어 본다.
◇ 마누라,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 2등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다
1993년 6월17일 이 회장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신경영’을 선언하며 사람 중심의 개혁을 강조했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는 말은 ‘신경영’의 지향점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당시 인사를 299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로 단행하며 조직쇄신에 박차를 가했다. 모든 임직원이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최근하도록 하는 7-4 근무제를 도입했다. 이 회장은 “뛸 사람은 뛰어라. 바삐 걸을 사람은 걸어라. 말리지 않는다. 걷기 싫으면 놀아라. 안 내쫓는다. 그러나 남의 발목은 잡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왜 앞으로 가려는 사람을 옆으로 돌려놓는가?”, “출근부도 없애라. 집이든 어디에서든 생각만 있으면 된다. 구태여 회사에서만 할 필요 없다. 6개월 밤을 새워서 일하다가 6개월 놀아도 좋다. 논다고 평가하면 안 된다. 놀아도 제대로 놀아라” 등 ‘신경영’과 관련된 화두를 연이어 던졌다.
이 회장은 불량품이 나오면 해당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하는 등 품질 경영에도 힘을 쏟았다. 1995년 3월 구미공장 ‘무선전화기 화형식’은 상징적이다. 당시 무선전화기 불량률이 11.8%까지 치솟자 이 회장은 직원들을 질책하며 불량제품 15만대(150여억원어치)를 수거해 공개 화형식을 가졌다.
◇ 천재 한 사람이 10만 명을 먹여 살린다
이 회장은 인재제일의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확보하고 양성하는데도 힘썼다. 이 회장은 인재 육성을 강조하고 “21세기는 탁월한 한 명의 천재가 10만~2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경영론’을 펼쳤다. 삼성은 철저한 실적 위주 인사가 자리잡은 기업으로 통한다. 그는 1990년부터 1년 이상 국외에서 현지 문화와 언어를 익히는 지역전문가 제도를 도입해 글로벌 전문인력을 체계적으로 육성하며 국제화시대를 대비했다.
◇ 우리나라의 정치는 4류, 관료와 행정조직은 3류, 기업은 2류다
이 회장은 경영 이외의 화두를 좀처럼 던지지 않았지만 1995년 베이징 방문시 언론사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한국의 정치문화를 4류라고 통렬하게 비꼬았다.
여성 인력의 중요성도 일찍부터 강조했다. 2011년 여성 임원들과 오찬 자리에서 “유연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여성은 능력도 있고 유연하다. 경쟁에서 질 이유가 없다. 이길 수 있고 이겨내야 한다”며 “여성이 사장까지 해야 한다. 그래야 가진 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고 말했다. 1997년 출간한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는 에세이에서는 “다른 나라는 남자 여자가 합쳐서 뛰는데 우리는 남자 홀로 분투하고 있다. 이는 바치 바퀴 하나는 바람이 빠진 채로 자전거 경주를 하는 셈”이라고 언급하는 등 여성 인력의 중요성에 대해 수 차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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