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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NYT "이건희, 유죄 두번 사면 두번…재벌의 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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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해외 주요 언론들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망 소식을 주요 뉴스로 전하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이 과거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도 모두 사면된 것을 두고 한국 경제의 병폐를 보여주는 상징이었다는 평가도 나왔다.

24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이 회장의 별세 소식을 전하며 "이 회장은 '화이트칼라 범죄'(배임, 횡령 등 기업 또는 조직의 높은 직위에 있는 자가 이를 이용해 저지르는 범죄 행위)로 두 번이나 유죄 판결을 받고 사면됐는데, 이는 한국의 경제에 있어 병폐를 나타내는 표시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회장은 삼성을 스마트폰, 텔레비전, 반도체 등으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들었다"며 이 회장의 업적을 평가하기도 했으나, 두 번의 범죄와 두 번의 사면이 "한국에서 전형적인 패턴으로 자리 잡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지난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2008년에는 조세 포탈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두 번 모두 사면됐다고 소개했다.

실제 이 회장은 당시 1995년 당시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250억 원의 비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았지만 검찰은 국내외 경제에 미치는 파장을 고려해 그를 불구속기소 한 바 있다. 다음 해인 1996년 이 회장은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를 포기했다. 그러나 1년 뒤인 1997년 개천절에 사면 복권됐으며 1998년 4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2008년 이 회장은 양도소득세 456억 원에 대한 조세 포탈 혐의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1100억 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다음해인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재계와 체육계의 건의가 있었다며 그해 12월 이 회장을 단독 사면했고 이후 그는 2010년 경영에 복귀했다.

신문은 이 회장이 한국에 존재하고 있는 특이한 기업 지배구조인 '재벌'의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그와 그의 가족들은 소유권 조정망(순환출자 구조)을 이용하여 삼성의 우산 아래 다른 회사들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며 "이건희 회장은 집권 기간 내내, 전문 경영인들이 그룹에서 더 많은 책임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전체적인 전략적 방향을 제시하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회장의 통치는 '재벌'로 알려진 한국의 '가족 사업'이 그들의 영향력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 미심쩍은 방법들을 (사용하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한국의 기업들은 한국 경제 활력의 주요 원천인데, 일부 한국인들은 이들이 그들의 국가(한국)를 볼모로 잡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고 분석했다.

신문은 이 회장의 사업 실적에 오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자동차 사업을 꼽았다. 또 1995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나 영화 사업에 대한 투자를 타진했으나 이 역시 실행되지는 못했다고 소개했다.

신문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만난 이 회장과 삼성의 임원들이 대부분의 시간 동안 마이크로칩 이야기만 했다는 스필버그의 이야기를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스필버그는 당시 만남에서 "'반도체에 그렇게 집착하는데 영화 사업에 대해 어떻게 알까'라고 혼자 생각했다"고 회상하며 "완전히 시간낭비로 판명됐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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