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거래 업체들도 '가격 인하 요구'에 볼멘소리 가득
쿠팡 "납품가 협상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소비자에게 싸게 파는 건 우리 사명"
유통업계선 "쿠팡 성장세 계속…외면 기업들 돌아올 수 밖에"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쿠팡 본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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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가 수준의 상품 가격과 오늘 주문하면 내일 새벽에 도착하는 로켓 배송 서비스를 앞세우며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쿠팡에 등을 돌리는 제조사들이 늘고 있다.
온라인 유통 채널 중 슈퍼 갑(甲)인 쿠팡이 납품 가격 인하를 과도하게 요구한다는 것이다. 쿠팡과 거래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이같은 요구를 수용하고 있지만, 일부 기업들은 '과도한 갑질'이라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고 쿠팡과의 거래를 끊었다.
LG생활건강이 대표적이다. LG생활건강은 지난해 6월 공정위에 "쿠팡이 대규모 유통업자라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거래를 거래하는 등 갑질을 했다"며 신고했다. LG생활건강이 공정위에 제소한 지 1년 4개월이 지났지만 공정위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공정위에 신고한 이후 LG생활건강은 쿠팡에 물건을 납품하지 않고 있다. 일부 LG생활건강의 제품이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이는 쿠팡이 사입한 물건이 아닌 오픈마켓 셀러들이 파는 제품들이다.
지난해 공정위에 쿠팡을 제소했던 주방·생활용품기업 크린랲도 쿠팡을 외면하고 있다. 크린랲은 지난해 쿠팡 측이 "대리점을 통한 납품 거래가 아닌 본사와 직접 거래를 원한다. 이를 거부하면 크린랲 제품 취급을 중단하겠다"고 했다며 공정위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쿠팡을 신고했다.
크린랲의 신고에 대해 조사한 공정위는 "쿠팡의 발주 중단 행위가 대리점에 불이익을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쿠팡 측 손을 들어줬다. 크린랲은 공정위 판단은 수용했지만, 쿠팡과는 거래를 끊었다. 크린랲은 쿠팡 외 다른 채널과의 거래를 확대하는 한편, 자사몰을 열어 자체 판매 채널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또봇'과 '시크릿쥬쥬'를 생산하는 국내 완구 업체 영실업도 쿠팡에 물건을 공급하지 않고 있다. 영실업은 2018년까지만 해도 쿠팡이 진행하는 '완구 이벤트전'에 적극 참여했었다. 하지만 납품 가격을 놓고 갈등을 빚은 이후 쿠팡 대신 대형마트나 완구 도소매점을 중심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쿠팡과 현재 거래를 하고 있는 기업들도 쿠팡의 가격 정책에 대해선 불만이 많다. 국내 한 식품기업 관계자는 "제품 재고 상황과 월 매출 상황 등에 맞춰 일시적으로 가격을 낮춰 납품할 수 있지만, 해당 가격을 상시적으로 유지하긴 어렵다"면서 "쿠팡은 최저가 판매로 소비자 편익을 늘린다고 하지만, 이를 맞추기 위한 납품 기업들의 애로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기업 관계자는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에서 쿠팡보다 낮은 가격에 특정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을 확인하면 쿠팡 판매가도 이 가격에 맞추는 '최저가 매칭 시스템'을 두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쿠팡 전용 상품'을 따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쿠팡 측은 "쿠팡의 사명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상품을 갖추고 이를 가장 싼 가격에 편하게 구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면서 "쿠팡과 기업이 진행하는 납품 가격 협상은 잘잘못을 가릴 일이 아닌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의 시장 영향력이 앞으로 커지면서 갈등은 더욱 표면에 드러나게 될테지만, 최종적으론 제조기업들이 쿠팡을 외면하긴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쇼핑과 배달(쿠팡이츠) 등 쿠팡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에서 쿠팡이라는 거대 시장을 기업들이 포기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당분간은 제조사와 쿠팡의 갈등 관계가 지속되겠지만 쿠팡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면 결국 상품을 공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훈 기자(yhh22@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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