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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미지의 시대를 연 '현대의 아버지'…머이브리지의 삶과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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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카 솔닛 예술비평서 '그림자의 강' 번역 출간

연합뉴스

리베카 솔닛
[창비 제공]




(서울=연합뉴스) 김준억 기자 = 1872년 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사진가 에드워드 제임스 머이브리지(1830∼1904)가 말 한 마리의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물은 남아있지 않지만, 카메라와 빠르게 움직이는 대상의 첫 만남이었다. 그는 고속사진을 찍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달리는 말, 하늘을 나는 새, 쏟아지는 물 등을 포착해냈다. 이런 실험은 '활동사진'의 핵심요소 발명으로 이어진다. 결국 그는 시간을 포착해 멈추게 한 뒤 다시 흘러가게 통제하는 일을 해낸다. 과학과 예술, 오락, 의식의 영역에서 신세계가 열렸고, 이전의 세계는 멀리 물러났다는 점에서 그는 '현대의 아버지'로도 해석된다.

예술비평가 리베카 솔닛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머이브리지의 삶과 사진예술 세계를 담은 '그림자의 강'(창비)이 번역 출간됐다.

실제 동작을 쪼갰다가 다시 이어붙이는 머이브리지의 고속사진들은 영화의 기초가 됐다. 그는 활동사진을 찍기 위해 빠른 동작을 담아낼 수 있는 필름과 셔터를 만들었고, 이미지들을 이어붙여 스크린에 투사하는 영사기 '주프락시스코프'를 개발해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솔닛은 머이브리지가 남긴 사진, 그와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샅샅이 연구해 그의 삶을 재구성한다. 그의 위대한 유산으로 알려진 활동사진이나 요세미티 풍경 사진은 물론, 다른 실험적인 사진들도 다룬다.

아울러 예술가나 과학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다면적인 모습까지 담는다.

영국 런던 출신인 머이브리지는 청년 때 미국으로 떠나 샌프란시스코에 서적 판매상으로 정착했다. 마차가 전복되는 사고로 뇌를 크게 다친 이후 사진기술을 배워 두 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당시 사진가들이 초상사진을 찍어 돈을 벌었던 것과 달리 그는 원주민 전쟁, 도심 파노라마, 동작연구 사진 등에 몰두했다.

캘리포니아에서 8년간 동작에 관한 연구를 하는 동안 그는 아버지가 되고, 부인의 외도 상대를 죽인 살인자가 되고, 홀아비가 되고, 특수시계를 발명하고, 사진기술과 관련한 특허를 2건 취득하고, 예술가이자 과학자로 국제적 명성을 얻고, 중요한 사진 프로젝트 4개를 수행했다.

책은 머이브리지의 평전에서 그치지 않고 19세기 미국 서부의 역사와 풍경, 그 속의 인물과 사건도 생생히 묘사한다.

광활한 언덕에서 발견된 금맥, 잔잔한 해안, 드높은 폭포와 절벽, 거대한 세쿼이아 숲 등 요세미티 공원은 이주자들에게는 새로운 풍경이었지만, 원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었다. 이주자들이 정복하려 했던 땅들은 원주민들에게는 중심지였다. 솔닛은 자신들의 중심지를 지키려 맞서 싸운 원주민들을 묘사하며 공간에 대한 두 집단의 서로 다른 감각을 소개한다.

이 책은 솔닛이 작가로서 활동하게 된 시작점이자 사회학자, 역사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저술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샐리 해커 상 등을 수상했다.

김현우 옮김. 460쪽. 2만원.

연합뉴스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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