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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이인영 "바이든 되면, '오바마' 아닌 '클린턴' 식 대북관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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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2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의 통일부 등에 대한 종합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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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내달 미국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이 '오바마 3기'가 아닌 '클린턴 3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같은 민주당 정부지만 압박보다 대화에 방점을 찍었던 클린턴 정부 당시를 예상한 것이다.

이 장관은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종합감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계속할 것으로 보느냐"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예단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오마바 3기가 아닌 클린턴 3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해지는 말로는 (바이든 후보가) 동맹관계를 중시하고 동맹의 입장을 중요시한다고 하니 긴밀하게 소통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2013년 이후 펼쳐진 오바마 2기 행정부의 대북 기조인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 는 협상 보다 지속적인 압박을 통해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이었다. 반면 1996년 이후 클린턴 2기 행정부는 남북대화를 통한 한반도 상황 관리를 상대적으로 중시했다. 이 장관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할 경우 대북 압박을 앞세운 오바마 행정부가 아니라, 대화를 중시한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따라갈 것이란 우리 정부 나름의 기대감을 내비친 셈이다.

野 "바이든 당선 시, 외교안보라인 전면 개편해야"

한국일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대선 경합 주(州) 가운데 한 곳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서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유세 지원에 나섰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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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관의 낙관론에 야당에서는 "바이든 후보가 당선 될 경우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로 되돌아갈 것"이라는 반박이 나왔다.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은 "바이든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의 대북정책이 매우 달라진다는 것은 명약관화하다"면서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전면 개편이 불가피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바이든 후보는 22일(현지시간) 열린 대선 후보 토론에서 "한반도가 핵에서 자유로운 지역이 되고, 북한이 핵 능력을 끌어내리겠다는 조건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겠다"고 밝혔다. 당장의 대화보다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끌어내기 위한 압박을 우선시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한편 이 장관은 이날 지난달 발생한 북한의 해양수산부 공무원 피격 사망 사건과 관련해 "북한과의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 재차 강조했다. "국제적인 환경을 통해서 새로운 여론이나 압박을 조성해 북한을 움직이는 것도 검토할 수 있지만 그 이전에 남북 간 접근과 대화를 통해서 이 문제를 원만히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 찾아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피격 사망 사건에 대한 후속 조치 없이 판문점 견학을 재개한다는 지적에는 "앞선 정권에서도 (남북관계가 훼손된) 심각한 사례들이 있었지만 일주일에서 열흘이 지나면 재개한 전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자꾸 비둘기 비둘기 하지 말라"

한국일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이인영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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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감에서는 때 아닌 '비둘기 공방'도 이어졌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외교안보라인에) 매파는 없고 비둘기파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비둘기만 보이니 대북정책이 단조롭다"면서 "북측이 매력을 못느끼고 만만한 상대로 보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박진 국민의힘 의원도 "비둘기 더러 매가 되라곤 하지 않겠다. 대신 눈 크게 뜨고, 볼 것은 보는 부엉이는 되십쇼"라고 훈수를 뒀다.

이에 이 장관은 "저를 비둘기(파)로 봐도 되는데, 비둘기 치고는 꽤 센 얘기들도 했다"고 반박했다. 이후에도 현 정부 외교안보라인을 비둘기파에 비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자 이 장관은 "자꾸 비둘기 비둘기 하지 말라. 비둘기는 눈이 작지 않느냐"라고 항변했다. 남북 간 대화와 협력을 중시하지만, 북한의 잘못된 행위에 대해선 제대로 관찰하고 있다는 얘기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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