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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신수원 감독 "구의역 김군 사고 접하고 영화 만들겠다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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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28일 개봉

연합뉴스

신수원 감독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우리 사회에 묵직한 메시지를 던져온 신수원 감독이 영화 '젊은이의 양지'로 돌아왔다.

'젊은이의 양지'는 콜센터의 열악한 업무환경, 자존감을 바닥으로 끌어 내리는 취업준비, 무한 경쟁사회에서 실적만을 쫓게 되는 직장생활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조명한다.

23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 감독은 오는 28일 '젊은이의 양지' 개봉을 앞두고 이 작품을 구상하는데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고치다 사망한 김군 사건, 콜센터 실습생의 극단적 선택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영화는 이를 관람하는 관객들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지만, 적어도 영화 속에서 우리 사회를 '정직하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신 감독은 전했다.

그는 "세월호 사건 2년 만에 터진 구의역 김군 사건이 작품을 만들게 된 시작점이 됐다"며 "이후 콜센터 실습생이 자살한 사건도 있었는데 일터에서 벌어진 일련의 죽음들이 안타까웠고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난 김군과 콜센터 실습생의 당시 나이는 19살. 극 중 현실에 절망하는 젊은이인 준의 나이와 같다. 준 역을 맡은 배우 윤찬영의 촬영 당시 나이도 19살이었다.

신 감독은 "이제 막 스무살을 앞둔 19살 어린 친구들의 죽음을 작품에 어떤 방식으로든 거짓말을 하지 않고 녹이고 싶었다"며 "19살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준을 연기한 윤찬영의 볼에 난 여드름도 메이크업으로 가리지 않고 그대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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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실제 영화 곳곳에서도 사실적인 묘사가 돋보인다. 화장실에 갈 때도 눈치를 봐야 하는 콜센터의 업무환경이나 노력만으로 뚫기 힘든 취업의 벽은 실제 직원들과 취업준비생의 인터뷰가 바탕이 됐다.

신 감독은 "콜센터 직원들과 노무사, 마이스터고 선생님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었다"며 "고객들의 욕설은 시간이 지나면 둔해지기도 하지만,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보고해야 하는 일에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한 취업준비생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뒤 연락도 받지 못할 때 '내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며 "나도 면접관으로 면접에 들어가서 지원자가 울먹이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지 아니까 울컥하더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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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준필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영화에서는 이런 감정들이 극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콜센터 센터장 세연의 감정선을 따라 흐를 수 있도록 연출에 신경을 썼다. 세연은 준에게 실적 압박을 주고, 그의 죽음에서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다 나중에서야 책임감을 느끼게 되는 인물이다.

신 감독은 "극적인 사건이나 외부의 충격으로 감정을 터트리기보다는 인물이 자신을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고 싶었다"며 "미스터리 요소가 있지만,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보다는 세연이 심리적 갈등을 겪으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인물의 내면 심리를 전달해 인물에 대한 공감대를 높이는 연출은 신 감독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다. 입시 경쟁에 치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명왕성'(2013), 세상에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닫은 과학도를 그린 '유리정원'(2017)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관객들이 인물에 공감하고, 이를 계기로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은 신 감독의 영화인으로서 바람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를 만들수록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지는 것 같다"며 "영화를 받아들이는 것은 관객의 몫이어서, 감독으로서는 관객들이 내가 만든 인물들과 감정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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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젊은이의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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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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