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8 (월)

이슈 태국 대규모 반정부집회

집회금지·물대포·왕비차량방해 처벌…벌집 쑤신 태국 정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시위 강경대응 역효과…1020 급증·게릴라식 시위·SNS 전세계 지지 호소

연합뉴스

태국 경찰이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을 해산하기 위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 2020.10.16 [AP=연합뉴스] [2020.10.16 송고] [2020.10.16 송고]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가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비상포고령을 일주일 만에 철회하면서 태국 전역에서 일주일 넘게 계속 중인 반정부 시위 사태가 또 한 번 국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지난 22일 폭력 사태가 종식됐다며 비상포고령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심각한 비상사태' 선포에도 반정부 시위가 오히려 확산한 데 놀란 쁘라윳 총리가 시위대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내놓은 유화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강제해산 된 직후인 2월 중순 시작된 반정부 집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3월 들어 중단됐다가 7월 중순 재개돼 3개월여간 계속되고 있다.

쁘라윳 총리 퇴진과 군부제정 헌법 개정은 물론 그동안 금기시됐던 군주제 개혁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다.

대학 캠퍼스나 민주주의 기념탑 등 특정 장소에서 집회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지난 14일부터는 거리로 진출하는 도심 시위 양상을 띠고 있다.

쁘라윳 총리는 시위대 요구에 '강경 대응'으로 답했다. '누르면 눌린다'는 생각인 셈이다.

그러나 이는 더 강한 반정부 시위라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5인 이상 집회를 금지한 15일의 비상포고령 발동이 그 시작이었다.

연합뉴스

밤늦은 시간에도 총리실 밖에서 계속된 반정부 집회. 2020.10.14 [방콕=김남권 특파원]



총리실 청사 주변이 시위대로 '포위'된 다음 날 새벽 쁘라윳 총리는 전격적으로 이를 발령했다.

불법 집회가 판을 치는 상황을 종식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들었다.

총리실 건물 밖에서 밤을 새우던 시위 지도부 등이 체포됐다.

시위를 이끌었던 인권변호사 아논 남빠는 폭동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됐던 북부 치앙마이 경찰서로 헬리콥터에 태워져 옮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당국의 예상은 빗나갔다.

연합뉴스

방콕 중심가 랏차쁘라송 네거리 도로를 완전히 점령한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연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0.10.15 [방콕=김남권 특파원]



비상포고령에도 불구하고 15일 저녁 방콕 최중심 상업지구인 랏차쁘라송 네거리가 반정부 시위대로 꽉 찼다.

14일 집회 때까지만 해도 현장에서 그렇게 많이 볼 수 없었던 1020 세대 수가 급격히 늘었다.

백화점과 쇼핑몰이 몰려있는 번화가라는 점도 작용했겠지만, 비상포고령이 주저하던 1020 세대까지 대거 반정부 시위로 끌어들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후 9시를 넘어서도 랏차쁘라송은 네거리 100~200m 모두가 시위대로 꽉 차 있었다.

'왕비 차량 행렬 방해'를 이유로 처벌한다는 정부 대응도 논란이 됐다.

연합뉴스

수티다 왕비가 탄 차량을 향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14일 외부 행사 참석차 왕궁을 나선 수티다 왕비와 디빵꼰 왕세자가 타고 있던 차량의 속도를 늦추게 하고, 소리를 지르며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는 이유로 3명이 체포된 것이다.

영화 '헝거게임'에서 차용한 세 손가락 경례는 태국 민주진영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한다.

경찰은 '국왕이나 왕비의 자유를 방해하는 어떤 종류의 폭력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형법 제110조를 적용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의 형량은 최소 징역 16년에서 최대 무기징역으로, 최대 15년 징역형인 왕실모독죄 보다 더 무겁다.

그러나 이 조치는 금기시돼던 '군주제 개혁' 목소리를 시위대가 더 강하게 내는 한 원인이 됐다는 시각도 있다.

연합뉴스

파란색 물감이 들어간 물대포를 시위대를 향해 발사하는 경찰 2020.10.16
[Free Youth 페이스북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위대 '분노 지수'를 가장 끌어올린 것은 태국 정부의 물리력 동원이다.

비상포고령 발령 당일 랏차쁘라송 네거리에 1만 명이 훨씬 넘는 인파가 몰리자 경찰은 다음날 파툼완 네거리 반정부 시위대를 물대포 3대를 동원해 강제 해산했다.

시위대 색출을 위해 파란색 물감까지 들어간 물대포였다.

시위대는 바로 해산했지만, 다음날부터 반정부 시위는 더 많은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경찰 봉쇄를 따돌리기 위해 장소를 미리 공지하지 않고 예정 시간이 임박해서야 SNS를 통해 긴급 공지하는 '게릴라식 도심 시위'도 확산했다.

물대포 강제 해산을 계기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 전세계에 태국 반정부 시위 지지를 호소하는 일도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연합뉴스

소셜미디어 통한 태국 시위대의 지지 호소
[트위터 화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해시태그로 '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WhatIsHappeningInThailand)을 달아 한국어를 포함해 다양한 언어로 군주제와 독재를 반대하는 자신들의 명분을 알렸다.

한국어판에는 "1987년 한국의 6월 민주 항쟁과 같이 2020년 태국에서 민주화 운동이 다시 시작됐다"라는 내용도 들어있다.

태국 출신으로 K팝 스타로 활동하는 2PM 멤버 닉쿤과 갓세븐 멤버인 뱀뱀이 SNS를 통해 폭력에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남기며 태국 반정부 시위 사태가 더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다.

south@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