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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국민의힘과 접촉 넓혀나가는 안철수…통합·연대 기대감 다시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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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재·보궐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 드러난 이후에 하는 통합은 의미 없어.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해진다"

세계일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국민의힘과의 접촉을 넓히고 있다. '혁신경쟁'을 강조했던 안 대표의 행보를 두고 통합이나 연대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안 대표는 지난 10일 경기도 한 식당에서 열린 국민의힘 수도권 전·현직 당협위원장 오찬에 참석했다.

오찬에는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전·현직 당협위원장 15~16명이 참석했다. 안 대표의 참석은 이들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서울시장 경선 도전을 시사한 김선동 전 사무총장도 초청받아 자리를 함께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안 대표는 이 자리에서 '정권교체'를 강조했다. 서울시장 출마보다는 대선 도전에 중점을 뒀지만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도 열어 놓은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모아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심 없다고 했는데 '국회의원을 왜 하나'로 오해하신 것 같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안 대표에 대해 "정치하고 싶으면 국회부터 들어가서 배워야 한다고 했더니 '국회의원은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는 사람들인데 왜 의원을 하라고 하느냐'고 하더라"며 "정치를 제대로 아느냐는 생각이 들어서 말을 더 이어가지 않고 자리를 뜬 적이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보다는 '혁신경쟁'을 강조해왔다. 현재 야권의 상태로는 정권교체와 재·보궐 선거 승리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국민이 야권을 대안으로 보지 않는 상황에서 반대진영 결집과 반사이익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야권 통합이나 연대에 대한 여지를 열어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오찬뿐만 아니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강연, 장제원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미래혁신포럼 강의에 나서기도 했다. 다음달 12일에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를 주축으로 모인 마포포럼과 다음달 6일에는 국민의힘과 국민의힘의 공동연구모임 국민미래포럼 강연자로 나선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 군(軍) 복무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건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사실상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발의한 라임·옵티머스 사건 관련 특검법에 국민의당 의원 3명 전원이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안 대표 본인이나 국민의당도 3석 정당의 한계에서 벗어나 존재감을 키울 수 있는 대안으로서의 '연대'는 필요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작은 연대에서 큰 연대로 발전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안 대표의 전략적 모호성이 길어진다면 실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내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준비가 올해 연말 정도 완료된다면 통합은 그 이전에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2월 모호성 지적에 대해 "모호하다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하거나 기득권 정치를 보호하려는 궤변에 불과하다"며 중도는 그렇게 편한 길이 아니다. 올바른 길이다. 중간에 서는 게 아니다. 중심을 잡는 것"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이후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을 거쳐 다시 국민의당의 대표가 됐다. 신중한 행보와 탈당 및 창당의 반복 등 정치 역정으로 '간철수(간을 보는 안철수)'라는 별명이 생겼다.

국민의힘이 준비가 완료된 상태가 되면 야권연대는 더 어려워진다. 국민의힘으로서는 '제1야당의 이름으로 후보를 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고, 존재감마저 떨어질 수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는 야권 연대보다는 제1야당으로서 국민의힘 이름으로 후보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민의당과의 연대에도 선을 긋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전략적 모호성이) 길어지면 (국민의당이) 연대나 통합을 할 수가 없다. 지금은 간 볼 상황이 아니다"라며 "안 대표도 지금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안 대표 입장에서 볼 때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서 통합-연대를 논의하는 것이 낫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년 재·보궐 선거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난 이후에 하는 통합은 의미가 없다. 명분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가능해진다"며 "안 대표뿐만 아니라 국민의힘에도 손해"라고 강조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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