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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페트병 코트, 사탕수수 신발… “친환경을 입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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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 패션에 부는 ‘지속가능’ 바람

가치 소비 중시하는 MZ세대 겨냥

재활용 소재 ‘친환경 컬렉션’ 출시…기후변화 문제 해결 위한 노력도

친환경 소비 움직임에 가장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는 곳은 패션업계다. 이른바 ‘착한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한 럭셔리 브랜드들의 노력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단순히 매출을 올리기 위함이 아니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 없이는 패션 산업 생태계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올해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산업은 지구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 폐수 배출량의 20%를 차지한다. 석유 산업 다음으로 환경을 파괴시키는 분야라는 지적이다. 이러한 경고는 소비자들을 움직였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각종 전염병 사태 등이 환경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에 명품 패션업계는 앞다퉈 지속가능성을 앞세운 패션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동아일보

스텔라 매카트니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친환경 소재 제품. 각사 제공


스텔라 매카트니는 모든 제품에 동물성 소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도 지속가능한 소재를 컬렉션 전반에 걸쳐 활용했다. 유기농 면, 재활용 나일론, 재생 캐시미어 등으로 만든 제품들이다.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과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식물성 원사를 사용해 제작한 최초의 생분해성 스트레치 데님인 ‘COREVA○R(등록기호)’를 선보이기도 했다.

동아일보

세이브더덕 그린 뱃지 컬렉션. 각사 제공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 판매하는 이탈리아 패딩 브랜드 세이브더덕의 움직임도 눈여겨볼 만하다. 2012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이 패션 브랜드는 동물 학대나 착취 없는 소재와 재활용 원료 활용 등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삼고 있다. 패딩 제품에는 동물 깃털 대신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신소재 ‘플룸테크’를 주요 충전재로 사용한다. 국내 주력 제품인 ‘오렌지 배지 컬렉션’이 대표적이다. 버려진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그린 배지 컬렉션’, 가죽과 모피 대체재를 사용한 ‘에코퍼’ 라인, 가볍고 부드러운 고기능성 고어텍스와 재활용된 폴리에스테르를 사용한 ‘프로테크’ 라인 등 모두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한 제품들로 구성돼 있다.

동아일보

아르마니 익스체인지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친환경 소재 제품. 각사 제공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는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패션 브랜드들의 글로벌 협약인 ‘패션 팩트(The Fashion Pact)’에 동참하고 있다. 구치, 발렌시아가, 샤넬 등 32개 회사, 15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협약이다. 이후 엠포리오 아르마니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에서 재활용 및 재생 소재, 유기농 소재로 제작한 ‘R-EA 캡슐 컬렉션’을 출시했다. 아르마니 익스체인지는 친환경 소재 제품에 별도의 태그를 부착해 환경을 위한 좋은 선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동아일보

에르노 2020 가을겨울 컬렉션 에르노 글로브.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 에르노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남녀 컬렉션에서 분해가 가능한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에르노가 단독으로 보유하고 있는 이 소재는 5년 만에 완전 분해가 가능하다. 일반 나일론이 분해되는 데 50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10배 가까이 빠르다. 버려진 어망이나 카펫 등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섬유를 제품 제작에 활용하기도 한다. 1980년대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성 봄버, 후드가 달린 남성 블레이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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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마르지엘라 2020 가을겨울 레시클라 친환경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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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패션 브랜드 메종 마르지엘라는 올해 가을겨울 시즌 ‘레시클라(Recicla)’라는 개념을 새롭게 소개했다. 재사용 가능성을 뜻하는 용어에서 파생된 합성어인 레시클라는 빈티지 제품의 복제를 뜻하는 기존 ‘레플리카(Replica)’에서 확장한 개념이다. 레시클라 라벨을 부착한 신규 제품들은 메종 마르지엘라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존 갈리아노가 직접 선정해 한정판 의상과 액세서리로 재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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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버즈 울 파이퍼 컬렉션 론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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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국내에 들어온 신발 업체 올버즈는 ‘울 파이퍼’ 컬렉션을 통해 친환경 지향 정체성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메리노 울, 사탕수수 추출물과 폐플라스틱 등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 등을 신발 제작에 활용하고 있다. 올버즈는 미국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이자 환경 운동가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함께 지구 환경을 위한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다.

박성진 기자 ps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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