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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기고] 불타는 전기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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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967년 아폴로 11호가 불타며 우주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 원인은 사소했다. 불이 나면 문을 열고 나가야 하는데 해치가 밖으로 쉽게 열리는 구조가 아니었기에 비극적인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경향신문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최근 전기자동차가 잇따라 불타고 있다. 해당 업체는 리콜을 통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및 점검 후 배터리 교체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진단 후 문제가 있는 배터리만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운전자라면 공감할 테지만 차량이 고장나 막상 정비소에 가면 대부분 현상 재현이 잘 안 된다. 결국 배터리를 교체받는 차량 수는 적을 수밖에 없다.

업그레이드 부분도 탐탁지 않다. 문제 발생 시 화재 발생을 우려해 충전과 시동을 금지한다는 것인데 원인 해결이 아닌 결과에 따른 땜질 처방이다. 안타까운 것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단일 차종, 단일 제조사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대부분 충전 후에 화재 발생 등 사고의 범위가 좁혀지는데도 아직까지 원인을 못 찾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와 해당 업체는 작년 여름 발생한 BMW 화재 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부품 하나의 불량은 다수의 화재로 연결된다. 한반도 폭염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내년 여름 전까지는 명확한 원인 규명과 대처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의사결정 속도와 원인 분석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를 감찰하고 이를 시정하도록 해야 한다. 자동차와 배터리 제조사는 빠른 시간 내 원인 규명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 또한 소비자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선행해야 한다.

한국은 전기자동차와 배터리 제조 시장에서 세계 정상급이다. 이와 같은 불명예스러운 원인을 제때 해결하지 못하면, 언제든지 시장에서 추락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이 우주여행에서 기술적으로 더 앞섰지만, 정작 미국이 달 착륙에 먼저 성공한 이유는 기술적 결함 원인을 찾는 데 총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막 피어나는 한국의 전기자동차산업이 작금의 위기를 기회로 헤쳐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제조사의 책임있는 행동을 촉구한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자동차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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