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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이재명 지사 대법원 판결

[신용호의 시선] ‘금기’ 깨는 김종철 정의당 대표 “이낙연, 이재명에 자극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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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적어도 과감하고 진취적”

민주당 2중대와 결별은 이미 시동

“여 의원, 극렬파에 부화뇌동 심각”

중앙일보

신용호 논설위원


금기를 깨는 게 살길이란다. 70년생 당 대표 김종철(정의당)의 ‘금기 파괴 시리즈’가 인상적이다. 저소득층도 세금을 더 내자고 하고, 공무원·국민연금을 통합하자고 한다. 자칫 표가 떨어질까 정당에선 말도 안 하려던 일들이다. 심지어 내각제 도입, 덴마크식 노동 유연화도 언급한다. 물론 사안마다 전제 조건이 달렸지만, 사람들이 이에 호응하는 건 그동안 갈증이 그만큼 깊었다는 얘기다. 당연히 논의하고 대안이 나와야 할 일들이 정치권의 잇속 때문에 그냥 묻혀 있었던 탓이다.

금기 깨기의 칼끝은 거대 여당을 향하고 있다. 저소득층 증세, 연금 통합 등은 지지층의 불만을 살 수도 있어 174석 여당이 꺼릴 게 뻔한데 김종철은 거기를 계속 들쑤실 작정이다. 또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치러지는 내년 서울·부산시장 선거에 후보를 내지 말라”고 직격탄도 날렸다. 추미애에 대해선 “윤석열 찍어내기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사실 정의당에겐, 김종철에겐 지난 총선에서의 상처가 아직도 쓰라리다. 민주당 2중대란 비판을 무릅쓰고 연동형 비례제 공조를 위해 조국을 데스노트에 올리지 않았다. 그랬건만 민주당은 꼼수 위성비례 정당으로 정의당의 뒤통수를 쳤다. 그에 대한 반성이 2중대 벗어나기요, 이를 위한 방편이 바로 금기 깨기다.

21일 여의도 당사에서 그를 만났다(※22일에는 통화를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에 출마해서도 팔뚝질하며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 대화하듯 조근조근 풀어 연설했다는 친구의 기억처럼 그는 차분하고 온화했다. 약속 5분 늦는다고 30분 전에 미리 전화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노회찬 비서실장을 지냈고 서울시장 등 7차례 선거에 나서 진 경력이 있다. 지금도 의원은 아니다.

Q : 발상은 신선한데 금기 깨기란 게 실제 가능할까.

A : “정당은 표를 걱정하니 어려운 문제는 맞다. 저소득층 증세에 대해 물으면 다들 ‘나는 동의하는데, 사람들이 동의를 안 할 것’이라고 한다. 분명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찬성이 많다. 그걸 믿는다. 일부 손해를 봐도 후대에 도움이 된다고 하면 분명히 변화를 택할 거다.”

Q : 금기 깨기 시리즈는 언제 다듬었나.

A : “꽤 됐다. 많은 선거를 치르면서 하나씩 가다듬었다. 전에는 대변인이나 비서실장을 해서 내 얘기를 못 할 상황이었고 당 대표 선거를 통해 정리됐고 표출됐다. 사실 3~4년 전 노회찬 원내대표 시절에 해보자고 제안을 했는데 고민을 하시더니 시간을 더 두고 보자고 하시더라.”

Q : 결국 민주당을 움직여야.

A :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을 만들어 내면 지지가 있는데 정부는 뭐하느냐는 소리가 나올 것이고 결국 책임 있는 입장을 보일 거다.”

Q : 주요 정책에 대한 여당의 태도는.

A : “최근 낙태죄 폐지에 대해 정부·여당의 무책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논란이 되는 정책은 흐지부지 넘어간다. 헌재 판결이 없었으면 정부는 낙태에 대해 한마디도 안 했을 거다. 책임정치를 안 한다.”

Q : 금태섭 탈당에 ‘불행’이라 했는데.

A : “심각하다. 심각한 거다. 탈당의 결정적 이유가 민주당은 자신과 남에 대한 잣대가 그때그때 달라진다는 거다. 그걸 보며 좌절했고 그 좌절은 일리 있는 지적이다. 그게 탈당까지 이어졌다. 민주당 일부 극렬파의 모습이 몹시 우려되는데 당내 주요 정치인들은 거기에 부화뇌동하고 제대로 제어하지 않는다. 그게 굉장히 심각한 거다. 열성 지지자들은 대화하다 몰리면 마지막에 이런 말을 한다. ‘그래도 우리가 야당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다른 정당보다 낫다는 게 당의 정체성이 될 수는 없다. 그러니 무슨 얘기를 해도 용인되는 어처구니없는 시대가 됐다.”

Q : 추미애에 대해선.

A :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 검찰개혁 동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Q : 당 대표 선거서 이재명을 호출했는데.

A : “민주당의 보수화를 지적하려고 일부러 그랬다. 이 지사는 적어도 과감하고 진취적이다. 이낙연 대표가 자극을 받아야 한다.”

젊은 당 대표는 낯설지만 신선했다. 그는 “책임감이 크다”고 했다. 자기가 잘못해 “70년대생은 아직 안 돼”란 소리를 들을까 싶어서다. 그는 당선 소감에서 “거대 양당이 정의당 의제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내놓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쉽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의 금기 깨기에 성과가 있길 바란다. 며칠 읽고 듣고 직접 본 ‘김종철의 내실’이라면 뭐라도 하지 않을까 싶다. 권영길·노회찬·심상정 진보 1세대를 기억하듯 그 역시 기억에 남는 정치인이 되길 바란다.

신용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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